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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설사·복통…방치땐 腸례식 치른다

궤양성 대장염·크론병·베체트 장염 등

염증성 腸질환으로 연 6만명 진료받아

툭하면 화장실·통증에 퇴직 비율 높아

항체치료제·대변이식 등 치료에 큰 도움

증상 개선됐다고 치료 중단땐 재발률↑

회사원 K(35)씨는 지난해 10월 이직을 전후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말께부터는 복통이 잦아지고 혈변도 나왔다. 그전에도 속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새해 업무계획을 세우느라 야근이 잦았고 부서 회식, 송년 모임으로 무리를 해서 그런가 보다 지나쳤다. 최근에는 잦은 설사로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낮에도 화장실을 가는 일이 잇따랐다.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았더니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했다.

심한 설사와 복통으로 고생하다 5년 전 크론병 진단을 받은 L(30)씨는 겨울만 되면 독감에 걸릴까 걱정이다. 면역조절제 복용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독감에 걸리기 쉬운데다 한 번 감염되면 크론병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앓는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베체트 장염을 염증성 장(腸)질환이라고 한다. 장내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등으로 장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생긴다. 심한 경우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설사 때문에 30분~1시간에 한 번 화장실에 가기도 한다. 크론병과 베체트 장염도 심한 경우 하루 5~10회 화장실에 가지만 쥐어짜듯 아픈 복통이 더 큰 문제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장에서 영양분 소화흡수가 원활하지 않고 설사와 복통이 반복되기 때문에 식욕·체중이 줄어 마른 체형이 되기 쉽다. 특히 크론병은 수술도 잦은 편이고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다만 나이가 들어 신진대사가 떨어질수록 과도한 면역반응은 수그러드는 경향이 있다.

대한장연구학회가 지난 2016년 염증성 장질환자 590명을 설문조사했더니 76%가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뒀을 정도다.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 77%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증상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30대 환자들은 직장을 그만둔 비율이 88%나 됐다. 경제·사회적 지위가 추락하다 보니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응답자도 52%에 달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과거 백인에게 흔한 질병이었지만 최근 생활 환경과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흡연·음주·식습관·항생제 등 환경적 요인, 장내 항원 등 면역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연간 6만명쯤 된다. 궤양성 대장염이 약 3만9,000명으로 가장 많고 크론병 2만명, 베체트 장염 1,000명 정도다. 크론병은 10대 후반~30대, 궤양성 대장염은 20~40대, 베체트 장염은 40~50대에 잘 걸린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으로 대장 점막이 붓고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젊은 층은 물론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혈변·설사를 동반하고 잇몸이나 구강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눈 질환을 앓기도 한다. 염증이 장벽이나 장 표층에 넓게 퍼지기 때문에 심한 경우 대장 전체를 잘라내고 소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수술을 한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산발적으로 생길 수 있는데 주로 소장·대장에 나타난다. 복통·설사·체중감소·식욕감퇴·미열·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염증 부위가 넓지 않은 대신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오래 앓으면 장이 좁아지거나 구멍이 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10년 정도 앓다 보면 절반가량은 염증이 심한 부위를 부분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다. 심한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대장암·소장암 발병 위험도 증가한다.

베체트 장염은 동북아시아인과 터키인 사이에서 호발한다. 장에 궤양이 생기며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혈압 저하, 천공, 대량 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치료는 질병 양상에 따라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제제, 면역조절제, 항체치료제(레미케이드·램시마·휴미라 등)를 쓴다. 항체치료제의 등장과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안 듣는 환자도 있고 완치는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 증상 악화와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치료의 목표다. 증상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약을 끊는 등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높고 재발까지 걸리는 기간도 짧아진다. 장이 막히거나 구멍이 나는 등 합병증이 생겨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 오랜 기간 장에 염증과 궤양이 반복되다 보면 대장암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정해진 약제의 용량·기간·용법을 지켜 증상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불순물 등을 제거한 대변미생물을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임상연구도 진행 중이다. 각종 감염증·대사증후군·자가면역질환·소화기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김승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지금까지 궤양성 대장염을 앓는 17세 이하 소아·청소년 4명에게 대변미생물 이식 시술을 했는데 2명에서는 효과가 있었다”며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약제 선택폭이 좁은데다 약물 부작용을 우려해 대변이식술을 선호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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