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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한일위안부 합의 재협상 없다" 입장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국내 여론·日정부 입장 배려한 고육지책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 외교부가 합의한 위안부 협상에 대해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2·28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라면서도 양국 간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 장관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동안 줄곧 위안부 합의 폐기·재협상을 요구해온 피해자 할머니들과 인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재협상 요구 불가가 불가피하다는 쪽은 이번 방침이 국내 여론과 일본 정부를 동시에 배려한 고육책이며 우리의 ‘진정한 사죄’ 요구가 일본 국민에게 한국 정부의 독선으로 비친다면 한일 관계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대 측은 합의에 문제가 있다면 합의 파기·재협상으로 오류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진실과 정의 원칙’에도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에 관한 현 정부의 기본 방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온 일본 정부에 대한 배려에서인지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테니 일본 정부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완곡하게 요청했다. 둘째,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것이며 10억엔의 처리는 일본 정부와 협의하겠다. 셋째, 한일 간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인 협력 문제는 분리해 처리한다. 넷째, 12·28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장관이 발표한 내용도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최악의 상황을 회피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12·28 합의의 근간을 변경하려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12·28 합의의 핵심은 외교부 위안부 태스크포스(TF)가 말하는 3대 핵심 사항(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 배상)과 ‘모든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다.

TF나 재협상론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약속했다고 비판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일본 정부가 왜곡해온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1월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국회에서 일본 정부는 “합의를 성실하게 실행해왔으며 일본 측 의무는 모두 다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측 의무’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는 10억엔 거출이 일본 측 의무의 전부인 양 일본 여론을 호도해온 것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가 표명하고 한국 정부가 확인한 사항들이 착실하게 이행되는 전제가 달성됐을 때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게 확인됐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 당국자 어느 누구도 입에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3대 핵심 사항은 가해자인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지만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는 한일 양국 정부에 부여된 책무였다.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화해치유재단이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양국 정부의 협의 사항이다. 피해자와 유족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은 그 하나일 뿐이다.

10억엔 거출과 소녀상 이전,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해온 일본 정부의 행태는 자신들이 강조해온 ‘합의 정신’에도 반하는 것이었다. 특히 직접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표명을 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죄 의지를 의심하게 하고 한국 국민의 감정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12·28 합의로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은 국내 여론과 일본 정부를 동시에 배려한 고육책이었으나 일본 측의 반응은 예상대로 강경하다. 일본 정부는 9일 서울과 도쿄의 외교 경로로 항의했을 뿐 아니라 고노 다로 외상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12·28 합의 이행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인식이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일본 정부와 재협상이 아닌 일본 정부의 추가적인 노력을 기대하는 한국 정부 사이의 틈새를 찾아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진실과 정의’ 원칙이나 ‘진실의 인정과 진정한 사죄’가 일본 국민들에게 한국 정부의 독선으로 비친다면 한일 관계는 깊은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 어렵다. 외교에 여론과 국민 감정을 개입시키면 얽힌 실타래 풀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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