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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황금빛’ 김성훈, “관찰노트 10권 작성...조진웅부터 원빈까지 성대모사”

  • 정다훈 기자
  • 2018-01-14 17:51:12
  • TV·방송
“배우는 모방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너무 따라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모방에서부터 창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내 호흡으로 만들어서 하다보면 저만의 소스, 저만의 감각이 된다.”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극본 소현경/연출 김형석)에 출연 중인 김성훈은 관찰력이 뛰어난 배우다. 특기는 성대모사이고 보물은 배우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작성중인 ‘캐릭터 관찰노트’ 10권이다.

김성훈은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부산 극단 ‘동녘’에 들어간 연극배우 출신 김성훈은 조진웅 배우의 연기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서울에 올라와 ‘보잉 보잉’‘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연예의 목적’ ‘망원동 브라더스’ 등 대학로 연극 무대에 주로 섰다. 남 앞에서 재미있게 보여주는 걸 좋아했던 소년은 부산에서 만난 조진웅(조원준)의 연기를 보고 엄청난 놀라움에 가득찼다고 했다.

[SE★인터뷰②]‘황금빛’ 김성훈, “관찰노트 10권 작성...조진웅부터 원빈까지 성대모사”
/사진=조은정 기자
“‘사랑 첫 이미지’란 연극을 보는데, 무대를 씹어먹는 배우 한명이 있었다. 그게 바로 조원준이란 배우였는데, 그 사람이 지금의 조진웅이란 배우다. 저 사람이 누구야. 저 사람이 다니는 대학이 어디인지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 분이 경성대를 다닌다고 해서 재수를 해서 경성대를 들어갔다. 진웅 선배가 당시 대학교 3학년이어서 조진웅 선배랑 학교 생활을 같이 할 수 있었다.극단 동녘이 올린 ‘바리데기’ 연극에서 무장승 역할을 초연 땐 조진웅 선배가 하고, 나중엔 제가 그 역할을 해서 밀양 연극제에서 앙상블 상을 받은 것도 잊을 수 없다.“

오랜 연극 배우 생활은 김성훈에게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금전적으로 힘든 점은 많은 연극 배우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최도경(박시후)가 하는 알바인 편의점, 헬스장, 택배 상아차 알바 모두를 실제로 경험하기도. 몇 년 전 나이 서른을 앞두고 그는 “연극을 그만할까?”란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배우 고창석의 ‘배우는 어디 있어도 배우야’란 한마디가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란 작품을 마지막으로 연극을 그만두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고창석 선배님이 연극 쫑파티에 오셨다. 응원차 술을 사겠다고 오신거다. 선배님이 유쾌하신 성격이라 ‘온나 온나’ 하면서 술을 먹고 있던 중 내가 연극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니, 갑자기 진지해지셨다.

“선배님이 ‘잘 들어봐라. 네가 원양어선을 타. 배우 아니야? 편의점 알바를 해. 배우 아니야? 택배 알바를 해. 배우 아니야?라고 계속 물어보셨다. 배우는 어디 있어도 배우야. ’훈아 꾼은 꾼을 알아본다고. 너 잘 한다. ‘고 말 해주셨다. 선배님의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 뒤엔 절대로 ’그만하겠습니다‘ 란 말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길이 있다‘란 생각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

2015년 OCN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신부’로 방송 매체에 뛰어든 김성훈은 ‘공항가는 길’ ‘시카고 타자기’ 등 천천히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며 성장 중이다. 소속사 없이 본인의 힘으로 이룬 성과이다. 그는 “김철규 감독님이 배우들을 잘 챙겨주셔서 꾸준히 작업 할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절대 이루지 못했을 행보이다.

생애 첫 인터뷰로 다소 얼어있던 배우 김성훈은 인터뷰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인터뷰가 마무리 될 즈음엔 조진웅부터 김윤석, 송강호, 이선균, 원빈 등 다양한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즉석에서 펼쳐 혀를 내두르게 했다. 10년 연기 내공은 결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예전부터 성대모사 하는 걸 좋아했다. 좋아하니 따라하게 되고 어깨너머로 보면서 배우기도 했다. 성대모사를 하게 되면 흔히 목소리를 따라간다고 생각하는데, 그 보단 제스처를 따라하게 된다. 진웅 선배 특유의 눈썹 치켜뜨는 걸 따라 하다보니, 성대모사 대상이 한명 한명 늘어났다.”

“배우는 모방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모방에서부터 창조가 나온다고 본다. 많은 소스들을 가지고 있는 게 좋다. 그게 제 소스들이 될 수 있게 저만의 감각으로, 저만의 호흡으로 만들어서 하는 게 즐겁다.”

[SE★인터뷰②]‘황금빛’ 김성훈, “관찰노트 10권 작성...조진웅부터 원빈까지 성대모사”
[SE★인터뷰②]‘황금빛’ 김성훈, “관찰노트 10권 작성...조진웅부터 원빈까지 성대모사”
김성훈의 은사인 홍은 교수는 ‘캐릭터 노트’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고 한다. ‘캐릭터 노트’는 사회적 관찰, 신체적 관찰, 심리적 관찰 등을 더한 개인의 관찰 기록을 담고 있다. 20대 시절 김성훈은 하루에 10명 이상씩을 관찰하며 캐릭터 노트에 하나 하나 적어갔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교수님이 말한 ‘캐릭터 노트가 100권이 되면 안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나’란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가장 처음에 관찰했던 분이 아버지다. 성대모사를 못하는 사람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따라 할 수 있다. IMF시절 부도난 뒤 보여 준 아버지 모습을 그대로 따라해봤다. 아버지가 A형이고 소심하신 편이다. 굉장히 남자다운데 말을 잘 안 하신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하면 ‘어허 그만해’ ’하지마 아 잔다‘ ’엎어부까‘’ 라며 화를 내시는데 절 대 안 엎는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연극에 써먹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란 옴니버스 연극에서 아버지 연기를 모델 삼아 한 적이 있다.”

그는 직접 관찰한 사람을 기록한 ‘캐릭터 노트’가 한 권 한 권 쌓이다보면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그는 조그마한 수첩에 하나 하나 적은 캐릭터 노트가 10권은 된다고 했다. 나이가 70이 넘은 로버트 드니로 역시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길거리 나간다고 한다. 자기가 맡은 직업을 찾아가 행동양식을 적어보기 위해서다. 김성훈 역시 그런 열정과 노력이 배우에겐 꼭 필요하다고 봤다.

드라마에선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실제 김성훈의 키는 188CM로 장신 배우이다. 드라마 속에서 같이 호흡을 맞추는 이태환과 같은 키다. 또 박시후 배우 역시 180CM이고 신혜선 역시 171CM장신이라 그의 키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지 않았던 것. 그는 키가 큰 탓에 할아버지 역할이 쉽지 않았다는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잘못 하다간 할아버지 분장을 한 배우가 무대에 나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그는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그가 전한 나이별 호흡법은 그의 예리한 관찰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게 했다.

“잠든 아이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아이는 배로 숨을 쉰다. 나이들수록 숨을 쉬는 위치가 계속 올라가는 걸 알 수 있다. 40대 넘은 아저씨 행동들 중엔 불안해서 그런지 손을 튕기는 게 많더라. 50대는 구부정한 자세로 입을 벌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입으로 숨을 쉬는거다. 더 나이가 든 할아버지를 보면 숨을 어깨로 쉬는 걸 볼 수 있다. 어깨를 들썩이는 경우가 많은 걸 느낄거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보면 머리로 숨을 쉰다. 이 점을 관찰하고 나니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맡은 할아버지 역할에 응용할 수 있겠더라. 첫 등장에선 할아버지로 안 믿는 눈치였는데, 최대한 구부정하게 해서 숨소리를 많이 냈다. 계속 뭘 할 때마다 ‘아이구. 아이구’ 란 말을 하면서 할아버지들의 제스처를 보였다. 그제서야 할아버지 역할로 믿어주는 것 같더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있는 김성훈의 꿈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그렇기에 어떤 특별한 역으로 제한을 두기 보다는 소시민의 따뜻함을 전달해줄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다. 예민하게 날이 서 있지 않고 둥글 둥글한 성격 역시 그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의 연기 지론은 ‘내가 맡은 인물과 연기에 예민한 것은 옳지만 그게 옆 사람에게 영향을 줘선 안 된다’였다.

“관계적으로 모가 나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혹시나 모가 나 있는 성격이 반영된 그 캐릭터가 잠깐 쓰여질 순 있겠지만, 실제로 성격이 그렇다면 관계자들 사이에서서 안 찾게 되더라. 저도 연극 하면서 그렇게 느꼈다. 사람을 너무 많이 믿어서도 안되겠지만, 이 바닥에서 절대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전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배우로서 꿈이라? ‘꿈’은 이뤄지라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꿈은 나침반처럼 죽을 때까지 바라보고 가야 하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행복하게 걸어나가고 싶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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