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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직관을 뛰어 넘는 투자

최혜령 크레디트스위스 수석





심리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주식시장은 거대한 착각이 모여 생긴 시장이라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매도자는 “내 주식을 팔면 누가 살까?”라든가 “그 사람은 내가 판 주식을 왜 살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즉 자신이 매수자는 모르는 정보의 우위에 있다는 직관에 따라 매도한다. 마찬가지로 매수자도 매도자가 왜 팔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매수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그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주식의 매도나 매수에 관한 투자 결정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초에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편향된 직관적 사고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카너먼은 직관이란 항상 옳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타이밍에 연연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천천히 자신의 목표수익 내지는 기준점을 정해 분석적 사고를 하면서 매도와 매수 결정을 하는 투자자가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란 미래에 더 큰돈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여 미래에 좀 더 많은 소비력을 얻으려는 합리적 기대라고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10년 가까이 매월 국가 랭킹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각 국가의 주가지수 매력도를 밸류에이션, 어닝 모멘텀, 프라이스 모멘텀에 근거한 스코어 카드에 기반을 두고 만든 주가지수 랭킹이다. 한 국가의 밸류에이션 순위는 현재 시장 주당순이익(EPS) 추정치에 근거한 절대적 밸류에이션 점수와 자기 지수 대비 역사적 가치의 상대적 밸류에이션 점수를 합산해서 구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국가 랭킹 모델 상위 5개 국가 지수를 매수하고 하위 5개 국가 지수를 매도하면 지난 8년간 꾸준히 MSCI 월드 인덱스를 3% 이상 상회하는 결과를 보인다. 이는 국가 랭킹 모델이 훌륭하게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모델의 결과에서도 카너먼이 주장한 논리가 적용된다. 흥미롭게도 한국은 EPS 추정치에 근거한 절대적 밸류에이션 매력도에서는 지난 10년 가까이 25개국에서 항상 1위 아니면 2위에 올랐다. 물론 한국의 시장 추정치가 늘 좀 과도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투자자들이 “한국은 원래 싼 시장”이라는 직관적 바탕을 깔고 매수를 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패시브 투자는 결국 이런 직관적 바탕을 극복하고 수익이 작더라도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투자자들도 직관을 넘어서는 투자를 생각해볼 시기가 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투자가 아니라 고속도로로 서울을 가야 하는 투자의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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