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출신 고려인 3세인 고 아나톨리(63)씨는 투병 중인 장모의 의료비 마련을 위해 지난해 아내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연고도 없어 구직은 쉽지 않았다. 단기 시간제 일자리도 얻기 힘든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고씨의 건강에 이상이 왔고 지난 5일 갑작스런 고열로 쓰러졌다.
고씨의 병명은 폐렴과 저혈당. 고씨 부부는 우리나라 체류기간이 90일이 안 되는 외국국적 동포여서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진료비·입원비 전액을 본인부담해야 하는 처지였다. 정부와 사회적 의료지원제도의 수혜대상도 아니었다.
고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병원 측은 800만원가량 되는 의료비 전액 지원을 결정했다. 의료비는 임직원 희망나눔기금에 500만원을 기부한 직원에게서 지정기탁 동의를 받고 ‘우리 환자 우리가 돕기’ 기부 프로그램의 지원금 300만원을 합쳐 조달했다.
강북삼성병원은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임직원들의 뜻을 모아 ‘우리 환자 우리가 돕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월 2~3명에게 지원했지만 올해부터 4명으로 늘렸다.
지원대상은 정부와 사회적 의료지원제도의 수혜를 못 받는 사각지대 사람들이다. 대부분 차상위계층보다 형편이 약간 나아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등 대상에서 탈락했거나 지원순위에서 밀리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은 “환자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병원의 근간에는 환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며 “직원이 환자를 돕는 아름다운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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