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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국내 전사들 ¦ 채은주 콘페리 한국 대표

글로벌 1위 인사 · 조직 컨설팅 업체 콘페리

방대한 정보 무장한 기업 특급 도우미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포춘코리아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인 CEO들을 만나 그들의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첫 번째 주자는 채은주 콘페리(Korn Ferry) 한국 대표다. 콘페리는 1969년 미국 LA서 설립된 글로벌 1위 인사·조직 컨설팅 기업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일반인들에게 ‘콘페리’는 낯선 이름일 듯하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상층부에서 일하고 있는 기업인들에겐 꽤 친숙한 이름이다. 콘페리가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 임원 A씨는 콘페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내 최고 기업이 고위직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할 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하는 곳이 콘페리입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물을 찾아달라고 요청을 하는 거죠.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들 사이에선 콘페리에 잘 보여야 다음 포지션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채은주 콘페리 한국 대표를 만나러 가는 날 서울에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스산한 겨울 풍경을 아름답게 바꿔준 눈발 덕분일까. 콘페리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넓은 회의실에서 채은주 대표를 만났다. 채 대표는 사람의 능력을 파악하고 장단점을 알아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오히려 기자가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을 만나면 관심을 갖게 되죠. 그 동안 저분은 뭘 하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직업의 세계에서 성공한 분들, 성취지향적인 분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라 흥미롭습니다.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는 게 이 직업의 장점이에요.”


‘포춘 100대 기업’ 중 93개 기업의 인재전략 파트너

채 대표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그는 피곤한 기색도 없이 콘페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1969년 미국 LA에서 설립된 콘페리는 ‘이그제큐티브 서치 펌(Executive Search Firm)’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그제큐티브 서치 펌은 기업에서 원하는 CEO나 그에 준하는 고위 임원을 선발해 소개하는 회사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흔히 ‘헤드헌팅’이라는 용어로 알려진 비즈니스다. 채 대표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헤드헌팅은 속어예요. 원시 부족들이 상대 부족의 머리를 잘라오는 ‘머리 사냥’에서 나온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서치 비즈니스’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채 대표는 기업 CEO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과 사람’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비전을 세우고 전략적 계획을 만들기 위해선 돈과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과 사람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떤 CFO(Chief Financial Officer·최고재무책임자), 어떤 CHRO(Chief Human Resources Officer·최고인사담당자)를 옆에 두고 일할지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이 같은 CEO의 고민을 도와주는 게 저희 콘페리의 가장 큰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콘페리는 현재 전 세계 109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에는 1998년 상륙했다. 글로벌 서치 펌 가운데 본사가 직접 투자해 자회사 형식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건 콘페리가 최초였다. 한국에서 서치 비즈니스는 1999년 5월 유료직업소개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외환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그때 사람들이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그래서 좋은 직장을 찾는 일에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깨지면서, 현재보다 나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직장을 바꿀 수 있다는 풍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채 대표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기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0년 콘페리 한국법인에 합류한 뒤 2004년 시니어 파트너로 승진했다. 이후 2015년 한국법인 대표에 올라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채 대표는 콘페리에서 소비재,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제약 분야의 고위 임원 채용 컨설팅 비즈니스를 맡아왔다. 채 대표는 말한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해당 산업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고객사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가지고 있는 조직과 사람에 대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그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콘페리에서 근무하면서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과 홍콩과학기술대학에서 MBA를 수료할 정도로 자신의 전문성을 담금질 했다.

콘페리는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콘페리 스스로도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채 대표도 콘페리가 겪은 중요한 변화의 순간을 목격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글로벌 서치 비즈니스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갔어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콘페리 본사가 직접 나서 2003년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인재와 조직에 대한 컨설팅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기로 방향을 정한 거였죠.”

콘페리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2006년부터 HR, 조직문화, 리더십 컨설팅 회사 몇 곳을 인수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2015년 인수한 헤이그룹(Hay Group)은 콘페리의 비즈니스 확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채 대표는 말한다. “헤이그룹은 HR 컨설팅 회사로, 조직, 보상 컨설팅, 리더십 비즈니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헤이그룹이 M&A 시장에 나왔을 때, 서치 펌인 콘페리가 그 회

사를 인수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콘페리는 컨설팅펌인 헤이그룹을 인수하면서 인재와 조직에 대한 총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미국 포춘은 1997년부터 헤이그룹과 협업을 진행해 ‘가장 존경받는 기업(The Most Admired Companies)’을 선정하고 있다. 헤이그룹은 2015년 콘페리에 인수된 이후에도 ‘콘페리 헤이그룹(Korn Ferry Hay Group)’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가장 존경받는 기업’ 선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데 대해 채 대표는 “콘페리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미국 ‘포춘 100대 기업’ 중 93개 기업의 인재전략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페리와 헤이그룹의 합병이 이뤄진 지 2년이 흘렀다. 서치 비즈니스 업계 글로벌 1위였던 콘페리는 현재 세계 최고의 종합 인재·조직 컨설팅 펌으로 변신했다. 채 대표는 이를 증명하는 수치가 있다며 소개했다. “콘페리는 1999년 미국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어요. 합병 전 콘페리 주가는 최고 3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42~43달러 정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2016년 콘페리 전체 매출액은 17억 달러 정도였는데, 이 또한 회사 역사상 가장 좋은 실적이었고요. 저는 저희 회사 매출이 서치 비즈니스, 인재·조직 컨설팅 비즈니스에서 5대 5 정도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페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변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이를 통해 콘페리가 변화하고자 했던 방향이 맞았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콘페리와 헤이그룹이 합병을 발표한 이후 한국 시장 로드쇼를 진행하고 있는 채은주 대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로 객관적 방법론 만들어

콘페리가 가진 차별성은 무엇일까. 채 대표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첫 손에 꼽았다. 콘페리는 600만 명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 후보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채 대표는 콘페리만큼 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재들의 역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회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채 대표는 말한다.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빅데이터가 나옵니다. 후보자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아닌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얘기죠. 미국에 있는 ‘콘페리 인스티튜트’에서 사람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콘페리는 인재와 조직에 관한 전문성과 규모 측면에서 그 어느 회사보다 깊고 큰 역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페리 한국 법인은 현재 국내 3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들과 중견 기업들을 돕고 있다. 채 대표는 고객사와의 계약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콘페리가 비즈니스 체질을 바꾼 후 고객사에게 ‘빌딩(Building)’과 ‘바잉(Buying)’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이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에 근무 중인 기존 인재를 잘 성장시키고, 그들의 조직 몰입도를 높일 수 있게 도와주는 걸 ‘빌딩’이라고 합니다. 빌딩은 시간이 걸리죠. 그런데 내부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럴 경우 외부에서 수혈을 해야 하는데, 이를 ‘바잉’이라고 표현합니다. 고객사 입장에선 둘 모두가 중요한 일이죠. 콘페리는 국내 기업에서 빌딩과 바잉 작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이 찾는 인재 요건은 무척 까다롭다. 수많은 후보자를 물색하고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기업들이 굳이 비싼 수수료를 물면서 서치 펌에 의뢰를 하는 건 그만큼 적합한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채 대표는 요즘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새로운 기술을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술을 100%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기술에 대한 투자에 밀리고 있어요.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채 대표의 솔직한 평가가 궁금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지금도 통하지는 않잖아요. 어떤 리더가 사업을 이끌고, 어떻게 조직을 디자인해야 혁신을 일으키고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단 전문성을 지닌 파트너와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보수적이었던 일본 기업들도 요즘 그렇게 변해가고 있어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채 대표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콘페리는 고객사들의 비즈니스 전략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고객사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파트너가 되길 원합니다. 2018년은 콘페리가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새로운 콘페리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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