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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 중립성 폐지가 한국에 미칠 영향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FCC가 망 중립성 폐지를 의결하면서 ICT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예고 되고 있다. 망 중립성 폐지로 불거진 미국발 태풍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월 14일 미국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폐지를 의결했다. FCC가 ‘타이틀 2’였던 유무선 망사업자를 ‘타이틀 1’로 재분류하는 ‘인터넷 자유 회복’ 법령을 통과시켰다. 타이틀 1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정보서비스 사업자 그룹으로, FCC가 유무선 통신사업자들에게 요구하는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유무선 망사업자들은 그동안 지켜야 했던 망 중립성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지난 2003년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의 팀 우(Tim Woo) 교수다. 망 중립성은 건전한 통신시장 환경 조성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원칙으로 ‘종단 대 종단 원칙(end-to-end principle)’과 ‘커먼 캐리어’ 원칙으로 구성된다. ‘종단 대 종단 원칙’은 망의 양 종단에 있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의미다. 상호접속성을 보장하는 이 원칙에는 접속 차별금지, 차단금지 같은 수단이 포함되어 있다. ‘커먼 캐리어’는 타이틀 2 망 사업자들에게 주어지는 의무사항으로 접속 차별금지, 차단금지, 급행회선 금지 같은 상호접속 원칙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기본원칙이다.

미국 FCC의 ‘인터넷 자유 회복(Restoring Internet Freedom)’ 법령의 핵심은 ‘타이틀 2’인 유무선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타이틀 1’로 재분류한다는 것이다. 타이틀 2는 미국 통신법 706조에 포함된 조항으로 ‘유무선망 사업자’가 포함된 그룹이고, 타이틀 1은 ‘정보서비스사업자(information service)’ 그룹이다. 타이틀 2에 속한 사업자들은 ‘상호접속’ 원칙을 보장하는 FCC의 커먼 캐리어 규제를 받아야 한다.

FCC는 지난 2005년에 디지털가입자회선(DSL)을 타이틀 1로, 2007년에는 무선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타이틀 1로 재분류했다. FCC가 타이틀 1에 속한 기업들을 관리 할 수 없게 되자, 2010년 망 중립성 규칙인 ‘오픈인터넷규칙’을 만들어 타이틀 1에 속한 기업들도 망 중립성 원칙을 따르도록 새로 규정했다. 그러나 2014년 연방항소법원이 타이틀 1 기업들에게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하는 건 월권 행위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FCC의 망 중립성 규제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후 2015년에 FCC가 아예 유무선 ISP 사업자 모두를 타이틀 2로 재분류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해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도록 규정했다. 이로써 망 중립성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망 중립성 반대론자인 아짓 파이를 새 FCC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아짓 파이는 2015년 제정된 FCC 규정을 무효화 하는 ‘인터넷 자유 회복’ 법령을 제안하고, 최근 의결을 통해 이를 통과시키면서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했다. ‘인터넷 자유 회복’ 법령의 핵심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ISP)를 ‘기본 통신 서비스’가 아닌 ‘부가가치 통신 서비스’ 타이틀 1로 재분류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에 따라 2011년 이후 가이드라인 형태로 운영돼온 한국의 망 중립성 원칙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통신사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망 중립성 폐기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한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환경은 미국과 달라서 한국의 망 중립성 원칙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한국 내 역차별 이슈 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망 중립성 존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망 중립성 폐기가 확정된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은 오히려 반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다수의 언론들은 ‘시장을 선점한 거인의 여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망 중립성이 폐기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은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더 내야하는 부담을 져야 하지만, 그만큼 후발주자와의 경쟁에 대한 걱정은 줄어든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망 중립성 폐지에 따른 막대한 통신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기존 사업자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폐지에 대해선 시장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망 중립성 폐지는 곧 망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단 및 차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망사업자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자사 서비스를 더 빨리 전송하는 등 차별을 할 수 있게 되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구글·페이스북 등 서버를 국내에 두지 않은 기업들은 현재 국내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신 사업자가 국내에서 해외 서비스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필요한 해외 통신서버 접속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5G가 보편화 되고 IoT, 자율주행, 빅 데이터 등 4차산업 혁명 산업이 발전하면 인터넷 트래픽은 더욱더 늘어날 것이다. 망 중립성 문제는 ICT 전체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문으로, 5G 통신망 투자, 국내외 역차별, 스타트업 육성,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망 중립성 폐지는 자칫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고, 향후 혁신 성장을 주도할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정부는 4차산업 혁명을 뒷받침하는 통신 인프라 조성 및 공정한 통신서비스와 함께, 스타트업이 공존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글_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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