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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성장 의욕 꺾는 규제] '이념의 틀' 갇힌 노사정책 ..반시장 구도에 기업 해외로

<5> 이분법적 덫에 빠진 韓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에 대기업이 빈부격차 주범으로 몰려

최저임금 인상 등 약자 도와준다지만 중기 부담만 커지기도





“각종 규제에 이념이 녹아 들어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빈부격차의 주범으로 몰려 규제 완화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들을 위해 설계된 정책들이라는 게 시장 현실과 유리된 것이 많아 오히려 중소기업에 독이 되고 있어요.”

국내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로 15년간 경영을 이어온 B중소기업 사장의 진단은 규제정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시장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B사도 법인세·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우선 대기업이 올해 물량의 납품단가를 10% 낮췄다. 원청 대기업의 과세표준이 2,000억원을 넘어 이들이 내야 하는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뛰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도 가뜩이나 힘겨운 이 기업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 4대 보험을 포함해 1인당 70만~8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들어 한 달에 인건비만 2,000만원 이상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 원재료를 사오던 국내 대기업도 최근 가격을 올렸다. 인건비 인상액은 지난해의 두 배로 커졌는데 원재료 비용은 뛰고 납품단가는 되레 낮아진 셈이다. 이 회사 사장은 “현장을 모르고 이념을 잣대로 한 규제는 기업을 멍들게 만든다”며 “부의 편중 문제는 단순히 노사, 대·중소기업 간 대립 구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시대착오적인 노동시장 보호막을 없애야 하는데 정규직화 등으로 고용 유연성은 더 나빠지고 기업 부담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사업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지난해 2·4분기만 해도 99를 기록했지만 올 1·4분기는 92로 떨어졌다. 그만큼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규제가 시장에서 약자를 도와주기 위한 방편처럼 활용되면서 산업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다수 정책이 어려움에 봉착한 좀비기업의 연명을 돕도록 설계돼 있어 잠재력이 높은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서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이권 관철로 규제 완화가 안 돼 의료산업 등 서비스 분야는 발전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시장적 정책의 여파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300억달러 수준이던 해외투자 금액은 최근 500억달러까지 뛰었다.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에 투자한 금액(229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 크다는 게 기업들의 목소리다.

경기도에서 센서를 만들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수출하는 C기업도 최근 생산시설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C기업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이 있는데 한국 공장의 물량을 대폭 줄이고 인도네시아 공장을 증설하거나 베트남에 신설법인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법정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이를 감당할 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C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인도네시아 공장 직원 한 사람의 생산성이 한국 공장 서너 명은 된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공장을 재편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C기업이 예측하는 베트남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4구역 평균)은 한국보다 9.9%포인트나 낮은 6.5%다. 법인세도 4년간 완전 면제되고 이후 9년간은 50%가 감면돼 조건이 좋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유턴 기업)도 줄고 있다. 2014년 22곳에서 지난해 3곳(7월 기준)으로 줄었다. 기업들은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 인력수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내 복귀를 꺼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0년대 초 국내 설비투자액의 10%가 해외투자로 나갔지만 최근에는 이 비율이 30%까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경직된 고용시장 등을 개혁하지 않으면 기업의 국내 외면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고 법인세를 올려 경기와 고용이 살아날 것 같으면 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반대로 하고 있겠느냐”며 “한쪽만 보고 마련한 기업 정책의 피해는 결국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그 노동자들이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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