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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기초수급자 빚 탕감...도덕적 해이 또 논란

■22일 은행聯 대출채권 소멸시효 의결

보험 카드업계도 동참 잇달아

개인회생 변제 5년 → 3년으로

대부협회 "행정訴 검토" 반발





다음달부터 70세 이상 고령자와 기초수급자가 갚지 못한 채무(연체기간 5년)가 매달 탕감된다. 또 개인회생 채무자의 최대 변제 기간이 이달부터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빚을 조정해줘 신속하게 재기하도록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해도 일각에서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부협회를 중심으로 행정소송까지 검토할 정도로 업계 반발이 크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정책 방향을 보면 내가 채무자라도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며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효과도 크지 않은데 너도나도 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대출채권 소멸시효 관리 모범규준’을 의결할 계획이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70세 이상 고령자와 기초수급자·중증장애인 등이 갚지 못한 빚은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탕감해줄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은행 자체적인 내규에 따라 소각해왔다면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상환능력이 사실상 떨어진다고 보는 경우 제도권 금융으로 다시 들어오게 해준다는 명분이 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서도 “모범규준의 테두리로 넣는 건 자율성을 없애고 사실상 팔을 비틀겠다는 간접적인 규제”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방침에 따라 보험 업계와 카드 업계 등도 업권별로 은행연합회처럼 ‘대출채권 소멸시효 관리 등에 대한 모범규준’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보통 연체 3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장부상 100% 손실 처리하고 있어 실질적 부담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모범규준을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소각한 규모(원금 기준)는 1조1,756억원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이와 별개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된 소액 장기연체 채권 탕감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체 가산금리 인하, 추심 금지 등과 더불어 빚을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비판도 크다. 성실히 빚을 갚아오던 사람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이것이 사회에 전염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개인회생 채무자의 최대 변제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특히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업무지침을 통해 법 시행 전에도 기존 변제 중인 채무자에게 소급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50%를 탕감받아 5년간 매년 10%씩 상환하기로 채무조정을 받았다면 마지막 2년치인 20%는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재기를 돕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선이 강하다. 특히 대부 업계와 매입채권추심 업계에서는 소급 적용까지 하게 되면 채권 회수 실적 부진과 함께 업계 자체에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부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제 기간 단축을 넘어 내부 지침을 고쳐 소급 적용하는 건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며 “채권 매각가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빚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아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 수는 전년 대비 7.2% 늘어난 10만3,277명으로 8년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금융권의 다른 한 관계자는 “정권 차원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상당히 좋은 제도일 수 있으나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경제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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