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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한파에 패션한류 흔들

[가라앉지 않는 최저임금 후폭풍]

K패션 이끄는 중소 브랜드

크게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젊은 감각의 인력 수혈 포기

# 해외에서 꽤 알려진 A 디자이너 브랜드는 매년 신입사원을 3명 뽑던 데서 올해는 2명으로 줄이기로 정했다. 가뜩이나 국내 패션 시장이 SPA 브랜드와 해외 직접구매 등의 영향으로 쪼그라들고 있는 마당에 최저임금 악재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 수석디자이너는 “지금 같은 불경기에 당장 인건비가 100만원 이상 늘어남에 따라 영세한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젊은 감각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생존을 위해 채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큰 폭으로 뛴 최저임금 한파에 K패션도 흔들리고 있다. K팝·K푸드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K패션은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중소 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이끌고 있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이들 산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패션은 3차 한류를 이끄는 주역 중 하나다. 1차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가, 2차 한류는 K팝과 아이돌그룹이 이끌었다면 3차 한류는 한국의 화장품과 패션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한국 패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양대 산맥인 IMG와 글로벌브랜드그룹(GBG)도 최근 감도가 높은 K패션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세서미스트리트·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지적 재산물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IMG는 최근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와 계약을 맺고 이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GBG 역시 스테레오바이널즈·커버낫·디스이스네버댓 등 몇몇 국내 업체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 바니스뉴욕은 지난해 가을 자사 온라인몰에서 ‘요즘 주목받는 브랜드’로 한국의 신생 브랜드 ‘앤더슨벨’을 소개하며 캘빈클라인·닐리로탄과 함께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한국의 동대문 브랜드 ‘스타일난다’는 중국의 한 패션쇼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나란히 런웨이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업 특성상 야근 잦은데...신규 채용커녕 알바생도 못쓸판”>

10인 미만 영세 브랜드 수두룩

원단 정리 등 단순작업도 벅차

당장 일할 경력자만 요구

하지만 패션 한류를 이끄는 이들 디자이너는 한결같이 최저임금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K패션을 이끌고 있는 주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규 채용 인력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디자이너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 영세한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최저임금과 더불어 보험료 등이 일제히 오르면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패션 업계는 업무 특성상 디자인 작업에 상당한 창의성이 요구됨에 따라 작품을 만들거나 숙련된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다른 산업 분야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 입장에서 당장 일할 수 있는 경력자만 뽑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패션은 야근작업이 많은 곳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전부 충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과 협의를 통해 야근만큼 휴가로 돌리기로 하는 등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곳도 나왔다.

B 브랜드 디자이너는 “3명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휴가를 통해 야근비를 주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이렇다 보니 사장인 나는 하루도 쉬지 못해 병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여파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여 대신 일을 하는 편의점 가맹점주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는 2월 초에 열리는 뉴욕컬렉션을 준비하는 C 브랜드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C 브랜드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주목받는 다크호스인데 가끔 쓰던 아르바이트생마저 쓰기 어렵게 됐다며 울상이다. 국내 유통의 어려움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장을 갖지 못하고 해외 홀세일을 통해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형편이다.

C 브랜드 관계자는 “해외 패션 업계에서는 K패션의 샛별이라며 관심이 높고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있는데다 최저임금 부담까지 겹쳐 이제 가끔 쓰던 아르바이트생도 못 쓰게 됐다”며 “뉴욕컬렉션이 코앞인데 매일 밤샘 작업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입을 뽑는 브랜드가 줄어들면서 한류 패션을 이어갈 미래 다크호스들 양성도 어렵게 됐다. 신입 디자이너를 뽑지 않으니 산업은 더욱 위축되고 그 분야의 새로운 인재들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디자인 산업의 경우 참신하고 신선한 감각을 가진 젊은 피 수혈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업계가 경력자만 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후화되고 도태될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다.

A 브랜드 디자이너는 “기존 프로 디자이너들도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할 시간에 신입 디자이너나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던 원단 정리 등 단순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자기 브랜드를 할 정도의 전문성을 갖출 때까지 2배 넘는 시간이 걸리니 그들이나 브랜드 입장에서 모두 악재”라고 꼬집었다.

중견 패션 브랜드들도 최저임금 딜레마에 빠졌다. 판매사원 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기존 10년차 판매직원과 신규직원의 연봉이 같아졌기 때문이다. 4명 중 1명을 줄여야 수익을 보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어떤 직원들은 “감원하는 대신 이전 임금을 받고 그냥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해 인원을 줄이지 않기로 해도 결국 최저임금 원칙을 지키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형 방직 회사들은 하나둘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경기로 가뜩이나 힘든데 인건비가 더 늘어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며 “고령자 위주로 인원을 정리하거나 영세한 곳은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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