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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이프가드 발동] 美 우선주의 첫 제물된 한국 세탁기...10억弗 수출시장 쑥대밭

세탁기 관세 1%서 20~50%로 급등 "수출길 사실상 막혀"태양광도 30% 수출 감소...말聯 등 동시제재에 최악 면해

트럼프 통상압력 노골화...타 업종으로 보호무역 확산 우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성·LG전자 세탁기. /연합뉴스




한화큐셀이 생산한 셀을 활용해 조성된 영국 케임브리지 태양광 발전소. /사진제공=한화큐셀




“예상 시나리오 중 최악입니다. 당장 2월부터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의 미국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 조치가 미국 내 다른 업종, 다른 나라로까지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키는 방아쇠(트리거)가 될 수 있어서 걱정입니다.”

22일(현지시간)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결정에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의 제현정 박사가 내놓은 촌평이다. 그간 세이프가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왔던 기업들도 막상 현실이 되자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세탁기의 경우 기존 1% 관세가 작게는 20%, 크게는 50%로 뛴다. 수출길이 막힌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태양광 패널도 30% 관세가 붙어 수출이 최대 3분의1가량 줄어들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현지에서 공장을 돌리고 생산도 늘리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던졌다”며 “한정된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기업끼리 출혈경쟁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솔루션 없는’ 10억달러 세탁기 시장…우리끼리 출혈경쟁 우려도=세이프가드 내용을 보면 한국산 세탁기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첫 제물이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애초 저율할당관세(TRQ) 물량인 120만대에 대해서는 무관세가 기대됐지만 미국은 20% 관세를 매겼다. 그 결과 삼성·LG전자(066570)의 미국 수출 물량 전량인 연간 최대 300만대(금액 기준 10억달러)에 모두 관세가 붙는다. TRQ를 초과하는 물량도 첫해 50%를 필두로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가 붙어 가격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이 생겼다. 여기에 세탁통 등 부품도 관세 폭탄(50%, 첫해)을 맞는다. 부품의 무관세 대상이 5만대로 전체의 2%도 안 된다.

최악은 한국에서 만든 세탁기도 관세부과 대상에 들어간 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 식 통상압력 앞에서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수출 물량의 20%가량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LG 세탁기가 적용 대상이 된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공장 조기 가동과 프리미엄 제품 수출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지만 쉽지 않다. 지난 12일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가전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삼성의 경우 연간 100만대 수준까지 생산량을 늘리려면 수개월은 더 걸린다. LG는 일러야 10월에 테네시주 공장 가동이 가능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TRQ 물량이 배정되는 게 아니라 통관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50% 관세를 피해 20% 관세 물량이라도 잡기 위한 우리 기업 간 치고받기 식 경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 패널, 최악 시 30% 수출 감소=국내 업체들은 세탁기와 비슷한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태양광 셀과 모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관세도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태양광 셀 제품이 2.5기가와트(누적 용량)를 넘으면 30%(1년 기준) 관세가 붙는다. 최대 30% 남짓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 업체만 피해를 보는 세탁기와 달리 말레이시아 등도 같은 조치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수출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가장 큰 경쟁국인 중국은 이미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고 있고 미국의 셀·모듈업체도 영세하다. 한화큐셀의 한 관계자는 “단가 인하 압력이 계속되겠지만 현재 모듈 가격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 인하 여지가 적다”며 “우리 제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미국도 곤란해진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국내 기업 희생양 삼아…보호무역 확산 우려=그간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관련 성과를 한미 FTA, 세이프가드에 맞추고 있다는 진단이 많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캐나다의 완강한 반발에다 의회 절차도 필요해 개정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세이프가드는 대통령 서명 후 15일이 지난 2월7일부터 곧바로 시행돼 효과도 즉각적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는 트럼프로서는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게 유리하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세탁기 건은) 경쟁력을 상실한 월풀이 정부를 끌어들여 만든 성과라는 인식을 미국의 다른 기업들이 하게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안보와 경제를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노선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소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안보를 명분으로 한 무역확장법으로 철강업체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서고 있고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는 특허나 관세법 위반혐의까지 들이대는 중이다. 제 박사도 “미국 내 다른 업종·산업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도 연쇄 반응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며 “미국이 수입을 막아버리면 다른 국가로 물량이 몰리게 되고 과부하가 걸렸다고 판단되면 해당 국가가 비슷한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상훈·박성호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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