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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젊은층 발길 끊긴 중소제조업체...수출 중심으로 매출구조 바꿔야

대기업 납품에만 의존하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요원

정부도 R&D 지원 등 통해

수출기반 형성 뒷받침해야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 공장에서 하늘로 수증기가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부산의 한 임가공업체에서 6개월째 근무 중인 A(28)씨는 최근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계약대로라면 평일 근무는 오전8시부터 시작하지만 기계를 예열해두라는 지시에 30분 먼저 공장에 나와야 한다. 일이 몰릴 때면 갑자기 특근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집에서 쉬다가도 공장으로 헐레벌떡 뛰어오는 일도 부지기수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일하고도 월급통장에 찍히는 돈은 180만원이 채 안 된다. A씨는 “특근을 해도 추가 수당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잡히는 일이 없어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회가 되면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중소제조업체의 근로조건에 진절머리를 내며 발길을 끊는 청년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수준, 근로시간, 작업환경, 복리후생환경 등 근로조건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호감도는 46.8점으로 지난 2016년의 49.0보다 더 떨어져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열악한 현실에 처한 중소업체가 당장 손에 잡히는 인건비 등을 쥐어짜다 생긴 결과라는 분석이다.

제조업체 사장들은 원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맞추다 보면 적정 이윤을 취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납품업체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단가를 낮추려 하니 근로조건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호소다. 실제 중소제조업체 중 하도급 거래 기업의 비중은 50%에 육박하지만 10곳 중 4곳이 적정한 수준의 납품단가를 받지 못한다. 제값을 받지 못하면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B업체의 박모 사장은 지난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이 난 당일 납품단가를 10% 내리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 업체는 기아차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2차 협력사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일 반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박 사장은 “기아차가 패소하면서부터 그 부담이 우리처럼 작은 작업장에까지 전가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허탈해했다.



원청의 일방적인 요구에 휘둘리는 곳은 B업체뿐만이 아니다. B사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2차 협력업체들도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1차 협력업체의 경우 납품받아야 할 물량을 쪼개 작업자 10인 미만의 여러 2차 협력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은 안산 말고도 서울이나 시흥에도 있다”며 “우리만 콕 찍어 공문을 내려보낸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원청-1차 제조업체-2차 제조업체’로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에만 의존하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체의 경우 거래 단계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기술경쟁력이 떨어진다. 1차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2차 협력업체가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한다면 다른 업체를 통해 손쉽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2·3차 협력업체들 대부분이 납품할 물량을 미리 만들어놓은 탓에 단가 인하 요구에 날을 세우기도 어렵다. 2·3차 협력업체들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요를 예상한 다음 물량을 사전에 대량으로 생산해둔다. 이 때문에 거래가 갑자기 끊기면 생산비를 회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B업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한 곳하고만 거래해 당장 다른 업체에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계약이 끊기는 순간 생산해둔 제품은 고철 덩어리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국내 대기업 납품 비중이 50%를 웃도는 매출구조를 수출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나 석유화학을 제외한 대기업 성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신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을 대기업에 의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업체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해 독자적 기술력을 갖추게 하는 한편 중기 수출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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