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재건축 연한 40년으로 연장-반대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주택공급 줄어 강남 집값 기름 붓는 꼴

치솟는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특정지역 과열이 심화·확산할 조짐이 나타날 경우 추가대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중 하나로 재건축 허용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되돌리고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1987년 이전 지어져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채운 아파트 단지는 서울에만 463곳, 20만여가구에 이르고 그 절반 이상이 강남 4구에 몰려 있다. 연한 기준 강화 찬성 측은 사실상 안정성 문제가 없어도 불로소득만을 노린 재건축으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문제가 있고 강남 재건축의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면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새 아파트를 더욱 줄이는 역효과로 강남지역 가격상승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8년 들어 2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68% 상승했다. 전국 상승률이 0.05%에 그치니 강한 상승세다. 상승을 주도하는 곳은 재건축 이슈가 풍부한 송파구(2.49%)와 강남구(1.45%)다. 강남의 집값을 안정시키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현재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왜 상승하는지를 이해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8·2대책이 발표된 후 현재까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규제가 강한 곳은 가격이 오르고 규제가 없는 지역은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의하면 대표적인 규제지역인 강남4구는 8.12%의 상승(24일 기준)을 보인 반면 규제가 전혀 없는 기타지방은 0.37% 하락했다. 규제지역은 주택수요는 풍부하나 전매제한·증여·동결효과 등 정부의 규제로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가 원천적으로 줄어든 곳이다.



정부는 계속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하게 변명하지만 서울지역의 경우에는 정부의 이런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 서울은 공급(분양)되는 아파트도 많지 않지만 공급되는 아파트의 90% 가까이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즉 서울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은 주인 있는 집을 또다시 공급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신규공급인 일반 분양분이 얼마 되지 않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지역 내의 자체 매입수요가 60%가 넘고 대학 입시정책의 변화 등도 간과한 듯하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참여정부 시절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지난 10년 동안 아파트가 꾸준히 노화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참여정부보다는 훨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더불어 정부에서 놓치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에코붐 세대(1979~1992년생)의 전면 등장이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의 주 매수 세력인 에코붐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와는 다르게 질적인 측면을 중시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합리적인 세대다. 이들은 같은 값이면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 안타깝게도 정부에서 규제하는 상품들은 새 아파트(분양권) 또는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는 아파트(재건축 아파트)들이다. 서울의 이런 아파트들은 정부의 규제로 거래가 불가능하다.



재건축 아파트 연한을 40년으로 다시 늘리는 대책은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에 불을 끼얹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그나마 서울지역에 특히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규제한다면 거래할 수 있는 새 아파트를 더욱 줄이는 역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기존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단지들이 반사이익을 받으며 다시금 추가적인 가격상승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신규로 입주하는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오히려 강남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 연장으로 더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의 가시권에 있는 1987~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강남3구(14.9%)보다는 여타지역의 비중(85.1%)이 더 높다. 이로 인해 재건축 연한 연장의 부정적인 영향은 비강남권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더 이상 가격에 초점을 맞춘 직접적인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간접적인 대책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연한이 30년으로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주거환경 평가비중 40% 상향 등 안전진단 기준이 바뀐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안전진단 기준을 조정하고 더 꼼꼼하게 적용한다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부동산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강남과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남과 다주택자 등 특정 대상을 지목하는 것보다는 우리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선진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