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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벤처 출발→별도 회사로 독립...'스핀오프식 창업' 문화 만들어야

[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

아이디어 시장성 확인되면

자금 확보·판로 개척 등 이점

대기업선 인재 육성 통해

기업가치 높일수 있어 '윈윈'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릴루미노 직원이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Relumino)’의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2016년 6월 설립된 망고슬래브는 스핀오프 방식의 창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스타트업이다.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작성한 내용을 점착식 메모지에 출력하는 인쇄기 ‘네모닉(Nemonic)’을 개발한 이 회사의 창업 과정은 여러 면에서 일반 스타트업들과 달랐다. 실직에 따른 소득 공백, 창업 자금, 창업 멤버 구성 등 초기 창업기업이 맞닥뜨리는 위험 요소를 모두 피했던 것.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크리에이티브 랩)’을 통해 창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200여개의 아이디어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C랩에 참여하면서 1년간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고 필요한 스펙을 갖춘 창업 멤버를 찾는 일도 수월했다”며 “모기업은 일종의 멘토 같은 역할을 하면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내벤처 성공 사례로 꼽히는 C랩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1인칭 시점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를 선보인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개막 첫날 목표액 5만달러 펀딩을 일찌감치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1만달러를 모았다. C랩 우수과제로 선정된 초음파를 이용한 지향성 스피커 ‘S레이(S-RAY)’도 CES 기간 내내 제품 문의가 이어진 끝에 미국의 유명 유통업체로부터 납품 요청과 함께 투자 제안까지 받았다.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시각 보조 솔루션 ‘릴루미노(Relumino)’는 CES 주최 측인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관계자들과 함께 시각장애단체 관계자 등이 잇따라 방문해 관심을 보였으며 이들 가운데는 펀딩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C랩 출신의 통화용 손목 스트랩 생산업체인 ‘이놈들연구소’는 남성라이프스타일 잡지인 ‘EFTM’, 유력 휴대폰 블로그 ‘폰 스쿠프’ 등이 선정한 ‘CES 2018 최고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랩을 통해 독립한 스타트업의 경우 다양한 국제 행사에서 펀딩 제의와 수주 계약이 잇따르는 등 글로벌 판로를 넓히고 있다”며 “현지 투자자들은 C랩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내 벤처 출신의 창업 성공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내 벤처를 육성,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업과 창업의 경계를 허무는 ‘기업발(發) 창업’, 특히 대기업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별도 회사로 독립하는 스핀오프 식 창업은 사내벤처나 대기업 모두에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 아이디어의 시장성만 확인되면 자금과 시간이 확보되며 지분관계로 엮여 있는 대기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초기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모기업이란 든든한 배경 덕분에 실직이나 자본금 마련 같은 창업 리스크도 제거할 수 있다. 반대로 대기업 역시 우수인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창업→시장 조기 안착→투자금 회수→재투자’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스핀오프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스핀오프의 효시로 꼽히는 온라인 상거래 최대 강자 인터파크는 LG데이콤(현재 LG유플러스에 합병)의 사내벤처로 출발했고 네이버 역시 삼성SDS의 사내벤처가 출발점이다.

사내벤처가 정보기술(IT) 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운용하는 사내벤처는 38개이며 이 중 9개가 분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린스타트업’을 출범시켜 친환경 천연화장품과 스포츠 전문 자외선 차단 브랜드 등을 내놓았고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사내벤처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사내벤처가 활성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대기업들의 사내벤처 육성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사내벤처가 활성화되고 있다지만 일각에서는 사내벤처를 시장성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 용도로 활용한다거나 아이디어 발굴 용도로 국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규제 역시 사내벤처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된다. 모기업이 분사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홍길표 백석대 교수는 “정부가 혁신 성장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창업 생태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고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 상호 보완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사내벤처 활성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사내벤처 출신의 스타트업이 특정 기술에서 특허를 보유하게 되면 투자한 모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갖게 되는데 이건 세제 혜택 등과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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