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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도시] 중심지 재생은 주거재생과 별개...뉴딜사업, 서울 배제해선 안돼

<하>전문가 좌담회

용산 개발은 세계적 프로젝트...생산기능 회복에 초점 맞춰야

주거-일-여가 분리 말고 한번에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시급

창업가 목소리 반영한 맞춤형 지원·공동체 환경 구축도 필요

김도년(왼쪽부터)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경제신문 회의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심 재생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은석기자




일본 수도 도쿄는 ‘도시재생’으로 탈바꿈한 도시다. 2000년대 초반 일본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자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도시재생특별법을 만들어 왕궁과 도쿄역 사이에 위치한 마루노우치를 대규모 업무지구로 조성해 도시경쟁력을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데 주력했다. 2008년 금융위기 한파로 성장세가 꺾이자 이번에는 현 아베 신조 총리가 다시 도시재생 카드를 꺼냈다. 도쿄와 인근 수도권을 국가전략특구로 정하고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여 전통과 현재를 잘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업무·상업지구 개발에 나섰다. 이에 젊은 관광객은 물론 비즈니스를 위해 찾는 글로벌 인재와 창업가들이 늘어났고 도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도시로 거듭났다.

일본 도쿄처럼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도심 재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글로벌 사례를 참조해 제조거점이었던 용산전자상가를 4차 산업혁명 기반 도심혁신 공간으로 육성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중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용산이라는 지역을 모델로 국내 도시재생 사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3일 서대문구 서울경제신문 회의실 13층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도시재생 전문가인 김도년 성균관 대학교 교수,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그리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참석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교수


△박태준 건설부동산부장(이하 사회)=용산이라는 공간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보는 걸로 좌담회를 시작해 보자. 용산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김도년 교수(이하 김교수)=용산은 드라마틱한 장소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공업지역이자 신문물이 빠르게 들어오는 곳이었다. 1980년대에는 조립식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전자제품 제조·판매 중심지였고 정보통신(IT)닷컴이 시작된 공간이기도 하다. 선진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젊은이들에게 호기심과 미래를 보는 창을 제공하던 공간이다. 다만 최근 들어 시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좋은 입지를 갖고 있는데 접근성이 나빠지고 도시기능을 못하다 보니 과거 매력을 상실해 점진적으로 쇠퇴해 가고 있다.

△김현아 의원(이하 김의원)=미군부대, 전자상가 등 단편적인 기억으로 읽힌다. 미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대규모 개발이 일어나다가 버블이 꺼지면서 개발이 멈춰 도시의 영속성을 보기가 어려운 곳이 돼 버렸다. 서울시가 재생사업을 추진하다고 하니 반갑다.

△사회=이제는 용산이 낡고 어두우며 쇠퇴한 곳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 도시재생을 도모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김교수=그 동안 도시들은 생산 기능을 외곽으로 내몰면서 서비스와 소비 기능만 유지했다. 이렇게 되면 인재가 유입되지 않아 도시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재와 생산기능을 도심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창업자를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 용산에는 용산전자상가가 있는 만큼 첨단제조업 관련 창업자들이 이곳에 살면서 직접 생산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면 도시재생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김의원=도시계획 측면에서 보면 천혜의 땅인데 효율성 있게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서울시 입장에서 낭비다. 용산 뿐만 아니라 서울 전체가 취직을 할 수 있는 기회, 창조적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분위기, 문화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용산전자상가로 창업자들을 끌어들여 일자리도 늘리고 재생도 추진한다면 예전에 도시가 담당했던 기능이 회복될 것이다.

△이석우 대표(이하 이대표)=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좋은 환경을 확보하고 인재를 유치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시대때 테헤란로에서 창업하는 게 트렌드였는데 당시에는 테헤란로가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췄었기 때문이다.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었다. 임대료가 올라가고 집값도 상승하다 보니 창업 지역이 테헤란로에서 판교, 광교까지 남쪽으로 내려간 것이다. 만약 용산전자상가 주변에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과 저렴한 주택이 만들어진다면 용산 지역도 활성화되고 좋은 IT창업 환경도 조성될 것으로 본다

△사회=스타트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의원=자금문제와 공간 부족이 제일 크다고 본다. 정부의 보조금이 끊겼을 때 경영 어려움에 직면한다. 창업 지원 기관인 액셀러레이터들로부터 투자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터가 많아져야 창업 활동이 활발해 진다. 용산에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와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

△사회=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창업기업들이 안착하려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김교수=창업가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그들의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서 인프라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 젊은 창업가들은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니고 24시간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놀때와 일할 때를 구분하지 않고 협업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 맞춤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창업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은 복지 개념이 아니라 필수 시설로 이해해야 한다. 5세대(G) 이동통신 등 첨단 인프라도 마련해 스마트시티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사회=그 동안 외국은 스타트업(창업기업)과 연계해 도시재생을 도모한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대표=미국 실리콘밸리는 자연스럽게 창업 기업들이 모여 만들어졌고 이후 돈 가진 사람이 투자하고, 교육기관도 생겨나면서 성장했는데 우리는 관 주도의 계획경제에 익숙해 그렇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잘 만들어줬는데 단순히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창업에 도움되는 플러스 알파를 줘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 공급자 우선 마인드로 지어놓고 단순히 창업자들 오라고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김교수=서울은 우수한 주거환경, 업무환경, 여가·문화 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주거(live)-일(Work)-여가(Play)를 한번에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장소는 없다. 창업가들은 일과 주거, 여가를 한 공간에서 해결해야 일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창업플랫폼이 있는 공간과 주거 공간이 별도로 분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용산 도시재생 모델이 성공하려면 이 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


△사회=재생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생의 주축 역할을 하던 스타트업이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는데.

△이대표=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커뮤니티,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IT 창업기업이 기존 용산전자상가 입주 기업, 건물주들과 관계를 맺을 때 문화공동체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쉽게 건물에서 내쫓고, 임대료를 올리는 사례가 덜할 것이다. 미국 사회는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서 그런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다.

△사회=정부도 주요 지역을 선정해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도시재생 방향이 주거 안정이나 보존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의원= 여전히 공공이 주도하는 하향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 정부의 도시재생 모델의 경우 광역정부가 권한이 세다. 보조금에 의존한 도시재생 모델이 대부분이고 민간을 도외시 하고 있다. 공공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모델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거정부 보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정부의 과도 개입은 문제점을 남기기 마련이다.

△사회=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유로 중앙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서울을 배제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교수=부동산 투기 문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서울 도시재생은 글로벌 프로젝트로 간주해야 한다. 용산의 경우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며 국제적 브랜드를 가치고 있는 장소다. 용산 도시재생은 국가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세계적 프로젝트다. 중심지 재생은 주거재생과 별개로 다뤄져야 하며 중앙정부가 배제하면 안된다.

△김의원=서울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가 도시재생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데 서울을 배제하고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일자리 중심의 도시재생 모델을 추구한다면 서울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아직까지 일자리 창출 기회는 서울이 제일 많다.

△마지막으로 재생의 관점에서 용산 개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정리해 달라.

△김교수=도시재생의 핵심은 생산기능 회복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젊은이들이 도심으로 몰려든다. 용산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재생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첨단산업 분야 창업가들을 끌어들이기로 한 서울시의 방향은 주목할 만 한다. 용산은 접근성과 인지도가 높고 제조 기능을 보유한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용산전자상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새로 유입되는 인적자원을 잘 결합시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용산이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재생 모델로 주목받을 것이다.

△김의원=현 정부의 정책에서 서울을 위한 도시재생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투기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 서울을 배제하고 있지만 서울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무엇을 경험했는지, 뭘 보고왔는지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용산에 와서 뭘 보고갔는지, 경험했는지 다녀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또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재생이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대표=용산에 들어가야 할 창업가들, 생태계 플레이어들이 누군지 파악해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반영해 지원하고 그들이 지역 주민들과 공동체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너무 끼워맞추기, 보여주기 식으로 서둘러서 창업가를 모집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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