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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법원 내홍에 무너지는 사법 신뢰

이재용 사회부 차장





최근 사법부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벌어진 대혼란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는 지난 22일 두 달여에 걸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뒷조사해 인사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블랙리스트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처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는 문건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 1년여간 법원을 떠들썩하게 했던 블랙리스트 논란은 추가조사위 발표 이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 발표 이틀 뒤 3차 조사를 예고하면서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그 다음날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둘로 갈라진 사법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초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고 재조사를 주도한 이들은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었다. 재조사를 지시한 김 대법원장도 이 연구회 1·2대 회장을 지냈다.



재조사 결과 진보 성향 판사들의 우려는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재조사에서 보수 성향 엘리트 판사들이 대거 포진한 행정처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한 사실이 밝혀졌다. 행정처는 특히 법원 안에서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며 다양한 대응책을 세우려 했다.

조사 결과를 떠나 국제인권법연구회로 대표되는 진보 성향 판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법부의 주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결과에 따른 인적 쇄신을 예고한 만큼 이들의 법원 내 위상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법원이 이처럼 진보와 보수 두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추락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가 오직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번 사법부 내 극심한 진영 갈등을 목격한 국민은 혹여 판사들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게 됐다.

김 대법원장은 앞으로 블랙리스트 사태를 둘러싼 사법부 갈등을 봉합하는 것을 넘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지금 사법부를 보면 블랙리스트 사태의 조직 내 파장에만 온 신경을 쏟을 뿐 무너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린 듯해 걱정이 앞선다.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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