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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국내 7개 바이오 클러스터…협업으로 '가치사슬' 만들어야

[K바이오 골든타임을 잡아라] <상> 클러스터를 연결하라

'따로국밥' 국내 7개 바이오 클러스터…협업으로 '가치사슬' 만들어야

지난해 의약품 수출이 4조원을 넘어서고 올해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10개 안팎의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K바이오’가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보완·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조성한 클러스터가 새로운 연구개발(R&D)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 및 바이오벤처 기업공개(IPO) 활성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신약 개발과 상업화 과정 곳곳에 촘촘히 박혀있는 과도한 규제도 걷어 내야 한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K바이오, 골든타임을 잡아라’란 기획시리즈를 통해 바이오·제약 산업이 퀀텀점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4조 투입한 오송·대구 첨복단지

중기벤처 입주율 50% 밖에 안돼

기업 인력수급 쉬운 수도권 몰려

지방엔 稅혜택 노린 빈 사무실도

“인력·인프라 불균형 해소하려면

클러스터별 특화역량 육성·연계

큰 투자없이 대규모 생태계 구축”

지난 2013년 11월 문을 연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는 세계 여느 바이오 클러스터(집적단지)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1,000억여원을 투입해 지은 핵심 시설 4곳에는 초정밀 MRI 등 신약·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값비싼 장비 700여종이 구비돼 있다. 10분 남짓한 거리에 식품의약품안전처·국립보건연구원 등 국가 6대 보건의료기관이 밀집해 진흥 및 규제와 관련된 정보도 얻기 쉽다.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대기하며 연구개발 및 상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넘을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것은 특히 귀한 혜택이다.

하지만 첨복단지는 운영된 지 4년이 넘도록 장비 가동률이나 입주율이 50% 수준에 불과하다. 단지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할 중소·중견 바이오 기업들이 기대만큼 입주하지 않았기 때문. 경기도에서 바이오벤처를 운영하는 한 기업가는 “많은 장점을 알면서도 변변한 생활편의시설 하나 없는 불편한 정주 여건과 어려운 인력 수급 문제로 입주를 포기했다”며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인재고 작은 회사일수록 좋은 사람 구하는 게 어려워 가급적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서울 인근을 떠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는 서울 강남과 30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과 뛰어난 정주 여건 덕분에 바이오벤처들이 앞다퉈 입주하는 곳이다.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을 구하기 쉬운데다 투자자 및 타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에도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해 입주 바이오기업 수가 100곳을 오래 전에 넘어섰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장비 인프라나 지원·육성책 등이 턱없이 부족해 곤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다.

정부는 지난 2005년 국내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장비와 각종 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이후 2009년 충북 오송과 대구 두 곳을 거점 삼아 각각 총 사업비 4조원을 투입, 장장 30년에 이르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에 돌입했다. 비슷한 시기 경기·강원·대전 등 지방자치단체도 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고 뒤이어 인천, 경남, 제주 등 지자체도 바이오지구 등을 지정하며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대형병원이 많은 홍릉에 ‘서울바이오허브’의 문을 열었다. 이로써 국내 제약·바이오과 관련된 주요 클러스터는 7곳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는 좋았지만 클러스터의 난립은 여러 문제를 낳았다. 각 지역 클러스터 대부분이 제각각 운영되다 보니 중복·과잉 지원되는 부분이 많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례로 대다수 지방 클러스터는 입주 바이오 기업에 세제 혜택부터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곤 하는데 기업들 가운데 혜택을 누리고자 간판만 단 빈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클러스터에 입주해야 과제를 따낼 수 있고 장비 이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직원이 해 10명도 안되는 한 벤처는 수도권과 지방 각각에 두 곳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자원과 인력이 곳곳으로 분산돼 결국 어느 한 곳도 제대로 된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R&D부터 전·임상, 인허가, 사업화, 판매에 이르는 모든 가치 사슬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클러스터조차 하나 둘 이가 빠진 모습이다. 예컨대 국책 사업으로 운영되는 오송첨복단지와 대구경북첨단복합의료단지의 경우 시설·장비 등 인프라는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창업 지원이나 투자 유치 등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다. 반대로 인천 송도 바이오지구의 경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을 잇따라 유치하며 주목받긴 했지만 정부 계획 아래 조성된 클러스터가 아닌 만큼 지원 및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 대기업 위주로 지구가 형성돼 소규모 벤처 R&D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대덕연구밸리는 카이스트 등 우수 대학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R&D 역량을 자랑하고 연구자들의 네트워킹도 돈독하지만 역시 인프라 측면이나 투자 유치 등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러스터의 클러스터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각 클러스터 간의 연계를 통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자는 것. 박구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전략기획본부장은 “예컨대 오송과 대구경북의 시설·장비를 공동 인프라로 해 다른 클러스터 입주 기업에게도 이용하도록 하고, 창업 지원이나 병원과의 중개연구 등은 특화된 역량을 가진 클러스터와 연계하는 식으로 하면 추가적인 큰 투자 없이도 커다란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현재 자발적으로 몇몇 클러스터 운영자들이 모여 연계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데, 공식적인 협의체가 꾸려질 수 있다면 보다 건설적인 방향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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