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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군복무 18개월로 단축-찬성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병력수=국방력' 아냐...軍 질적 재편 시급

21개월인 병사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18개월로 단축하는 정부 방침을 놓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국방부는 지난 1월19일 군 구조를 공세적이고 정예화된 형태로 바꾸기 위해 현재 61만명인 병력을 오는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병력은 육군 위주로 줄여 육군 기준 21개월인 복무 기간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8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병력 감축 및 복무 단축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3월에 공개된다. 단축 찬성 측은 복무 기간이 준다고 당장 전력 공백이 생긴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현대전에 맞게 군 편제를 재편하는 데도 복무 단축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병력 수뿐 아니라 병사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하며 부사관 확충, 예산 등 현실적 장벽이 놓인 상황에서 복무 단축이 전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1월19일 국방부는 2022년까지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군(減軍)하고 병사의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감군이 전력 약화로 이어져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이 골자다.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에서 병력이 줄어들면 대비태세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도리어 복무 기간을 늘려 현재의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20년이 되면 징집 가용 인력과 징집 인력이 동수가 되기 때문에 50만명으로 감군해야 한다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 정권들은 감군을 추진하는 대신 병역 신체검사 기준을 완화해 징집 가용 인력을 늘리는 ‘땜질’ 처방을 내렸다. 군대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기준을 바꿔 모두 입대시키는 방법을 취한 것으로 정상적인 대처라고 보기 어렵다.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자 복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때마다 복무 기간을 무한정 연장할 것인가. 미래 계획이 없는 미봉책으로는 안보를 지켜낼 수 없다. 감군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난해 5월 대구에서는 시가 주관하는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열렸다. 거리 퍼레이드, 시민 참여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 행사였다. 얼마 뒤 군인권센터로 다수의 제보가 있었다. 축제 인력으로 장병들을 차출했다는 것이다. 대구시 행사 추진 계획 등을 확인해본 결과 대민지원 명목으로 육군 모 사단 병력 500여명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가 장병 모두 행사 복장 차림이라 언뜻 보면 군인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없어 사실상 퍼레이드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무상으로 ‘동원’한 셈이다.

우리 군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예비역들의 우스갯소리로 “복무 중에 총보다 삽을 더 많이 쥐었다”는 말이 있다. 다수의 병사들이 전투와 관계없는 영역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고 전투병들도 수시로 불필요한 작업과 노동에 차출되거나 각종 민간 행사에 동원된다. 병력이 아닌 ‘공짜 인력’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감군이 전력 공백을 낳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전방에는 이미 20개 사단에 30만 병력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60만명을 50만명으로 줄인다고 갑자기 전력이 무너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후방 병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비전투 인력은 군무원으로 대체하며 장병들은 교육과 훈련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문제는 병력의 수가 아니라 병력을 운용하는 군에 있다.

감군을 단순히 병력을 몇 명 줄이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군 편제를 현대전에 맞게 재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여전히 한국전쟁 시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1950년대와 질적으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병력이 요구되는 전장 환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첨단무기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첨단무기 활용을 위해 높은 숙련도와 고도의 기술을 갖출 수 있는 부사관을 대거 양성해야 한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고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군비 증강에 대비해 해병대·특전사와 같은 전략군에 더 많은 투자와 증원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육군 전력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군에 발전은 없다.

저출산과 인구절벽이라는 불가항력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능동적인 대처를 통해 더 강한 군대로의 변신을 모색할 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복무 기간 단축은 국방 개혁의 필수 과제다. 병력 감축에 발맞춰 비대한 군의 상층부도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한다. 우리 군에 장군은 430명, 대령은 3,000여명이나 된다. 만약 장군을 전방에 일렬로 세운다면 500m당 한 명씩 세울 수 있을 지경이다. 전투하지 않는 장군과 대령이 너무 많다. 복무 기간 단축이 전력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군의 편제 개혁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과감한 개혁과 감군 계획의 성공적 이행을 통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강하고 날랜 군대로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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