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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오프 전성시대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세일즈포스 Salesforce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 중 하나를 경영하고 있다. 그의 성공 비법은? 무서울 정도로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이다.


마크 베니오프가 지난 10월 11일 샌프란시스코 세일즈포스 이스트 타워의 ‘오하나’ 층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하나는 ‘가족’이라는 뜻의 하와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창의력처럼 혁신도 실체가 없는 추상적 개념이다. 기업들이 ‘성배(Holy Grail)’처럼 여기지만, 그것을 성취하기란-단순한 설명조차도-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세일즈포스는 매우 예외적인 존재다. 이 회사 제품들은 기업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 평범한 소프트웨어들이다. 그럼에도 세일즈포스는 회사 시스템 자체에 혁신 DNA를 심어왔다. 초기 사업 방식부터 제품 판매 방법, 그리고 명료한 기업 사명까지 모든 면에서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53)에게 세일즈포스의 혁신에 관해 묻는 건 마치 유명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 Pl?cido Domingo에게 가장 좋아하는 아리아 몇 마디를 흥얼거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그는 전혀 싫은 내색 없이 20년 전 설립 이후부터 세일즈포스가 선구자 역할을 했던 세 가지 방식을 줄줄이 읊조릴 것이다. 그는 “우리가 달성한 최고의 혁신 세 가지는 현재 클라우드로 알려진 기술 모델과 구독 모델, 그리고 1-1-1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1-1-1 모델은 1% 이익, 1% 제품, 1% 근무 시간을 기부한다는 기업의 자선 약속이다).

요즘 (다른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모방하고 있는 이런 관행들은 세일즈포스에겐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베니오프는 다소 기이하고, 집요하며, 매우 대담한 경영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의 지휘 아래 세일즈포스는 기업용(혹은 비소비재) 기술 분야에서 제품 마케터로서 독창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기술 변화를 예측하고, 수용하는 면에서 능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가장 최근 사례가 인공지능(AI) 분야로의 공격적 진출이다. 세일즈포스는 심지어 재무회계영역에서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회계감사기준 심의회(Standards Boards)와 금융당국이 매출과 비용 인정과 관련해 자사의 회계처리 방식을 채택하도록 수년간 설득을 하고 있다.

이런 성과들을 살펴보면, 포춘이 올해 처음 선정한 ‘미래 50대 기업(Future 50)’ 리스트에 세일즈포스가 포함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시가 총액 200억 달러 이상 기업들로 구성된 ‘리더스 Leaders’ 순위에서 1위에 등극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을 기초로 월가의 미래 성장 예상치와 미래 지향적인 대중 메시지 같은 다양한 요소를 평가 받은 끝에 리스트 꼭지점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혁신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세일즈포스는 (오라클과 SAP처럼 역사가 긴 경쟁사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M&A 전략을 통해 성장을 보완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인수 대상은 자사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 영역을 개척했거나, 더욱 혁신적인 모습을 보인 기업들이다. 세일즈포스는 2006년 이후 55개 회사를 사들였다.

세일즈포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베니오프의 절대적 존재감이 최대 문제다. 경영진 내부에 ‘좋은 후보들(Deep Bench)’이 많지만, 어느 누구도 베니오프의 독보적인 역할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주요 결정을 그가 내리고 있다. 총 2만8,000명 이상이 일하는 조직이 그의 변덕스러운 비위를 맞추고 있다.

과거 그가 은퇴 신호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베니오프의 과도한 비중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그는 2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와 회사 매각 협상을 시도한 바 있다(거래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베니오프 자신도 언젠간 CEO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30년간 CEO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그는 (자신이 옹호하는 많은 사회적 명분들을 언급하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상에는 신경 쓸 일이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도전 과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시간의 95%는 세일즈포스에, 나머지 5%는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이슈들과 일에 쓰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이런 문제들을 직접 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베니오프는 세일즈포스에서 은퇴할 생각이 별로 없다. 여전히 공을 들여야 할 많은 잠재 고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사 제품과 독특한 직장 생활에 흠뻑빠져 있다. 그래서 제품을 사용하는 많은 고객들 외에 아직도 세일즈포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최소한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베니오프와 세일즈포스의 후원 활동을 잘 알고 있다: 최고경영자와 회사가 힘을 합쳐 학교, 병원 그리고 많은 유의미한 사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수 억 달러를 기부해 왔다. 주민들은 곧 완성될 세일즈포스 타워 Salesforce Tower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고 있다. 이 타워는 약 326미터 높이의 샌프란시스코 최고층 건물이 될 것이다. 이미 도시 밖 멀리서도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1,070피트(약 326미터) 높이의 세일즈포스 타워는 샌프란시스코 최고층 건물이 될 것이다. 지금도 도시 밖 멀리에서 그 형체를 볼 수 있다.



제품에 대해 말하자면, 회사는 초창기에 영업사원들의 고객 관리와 관리자들의 영업성과 측정을 돕는 앱을 출시했다. 이미 비슷한 제품들이 있었지만, 세일즈포스는 거기에 혁신을 더했다. 제품을 온라인에 올리고, 고객들에게 매달 비용을 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기술 사용료를 낮출 수 있었고, 잘못된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리스크도 줄일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세일즈포스는 고객서비스 직원과 마케터, 그리고 제품 및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을 위한 응용 제품을 제작하거나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은 사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일즈포스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제품을 변형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수년간 세일즈포스를 연구한 투자사 제프리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 Brent Thill은 이에 대해 “그들은 기존 시장에 진출했지만, 멋지게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세일즈포스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기업이기도 하다. 영업 대상을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에서 보통 몇 년에 한번씩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대기업’, 즉 대형 고객사들로 전환했다. 세일즈포스의 최고제품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 알렉스 데이언 Alex Dayon은 “우리는 4개월마다 새 버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고객사가 항상 최신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누더기 옷처럼 짜깁기한(Patchwork Quilt)’ 소프트웨어 버전들과 간헐적인 업데이트에 익숙한 업계에선 매우 높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9년 전 회사가 합병되면서 세일즈포스에 합류한 프랑스 출신 데이언은 “그것이 우리의 비법”이라며 “어느 누구도 일년에 3번씩 수 억 명의 사용자들에게 업데이트를 제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공 방정식은 회사 설립 이래 유지해온 공격적 마케팅이다. 최고기술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겸 공동창업자 파커 해리스 Parker Harris는 초창기 진행한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회상했다. 이는 매우 정교한 ‘속임수 기법 (Misdirection Stunt)’이었다: 회사는 오프라인으로 완제품(Package)을 팔지 않고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판매하기 때문에, 결코 소프트웨어를 파는 게 아니라는 논리였다. 세일즈포스는 배우들을 고용해 경쟁사가 주최하는 회의에서 가짜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 그러자 잠재 고객들이 세일즈포스도 판매 방식만 다를 뿐, 소프트웨어를 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리스는 “그러나 그들도 우리의 고객이 됐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그들을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은 세일즈포스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수년간 회사는 계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전술 또한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일례로, 베니오프는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Klaus Schwab 의 오랜 추종자였다. 슈바프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을 창설한 인물로, ‘이해관계자 이론(Stakeholder Theory)’을 대중화시키는데 일조했다(이 이론은 주주가 기업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이상에 매력을 느낀 베니오프는 한발 더 나아가 WEF의 주요 파트너가 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후원했다. 그 결과 세일즈포스는 영향력이 큰 글로벌 단체 내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런 위상이 없었다면 제품 구매를 꺼렸을 회사들이 미심쩍은 신생기업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 사용을 설득하고, 사용방법을 알려주는 일은 비소비재 IT기업들에겐 종종 큰 도전이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세일즈포스는 비전통적인 접근법을 선택했다. 회사는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드림포스 Dreamforce 개발자 회의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그 회의를 위해 소프트웨어 사용 설명서만큼이나 많은 마술사나 록스타 공연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최근 사용자 교육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베니오프의 표현대로라면) “디자인 언어(Design Vocabulary)”를 만들면서, 세일즈포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했다. 개발자 간 관계를 책임지고 있는 세라 프랭클린 Sarah Franklin은 이에 대해 “당면 과제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소프트웨어를 더 잘 쓰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한 직원의 공이 컸던) 이 해결책은 정교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영감은 미국 국립 공원 시스템에서 얻었다. 프랭클린은 이 프로그램을 ‘트레일헤드 Trailhead *역주: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 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 즉 세일즈포스의 소중한 고객들은 ‘트레일블레이저스 Trailblazers *역주: 산행코스를 개척하는 사람’라고 명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간 감성적이지만, 고객과 개발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효과적이다. 온라인 수업을 다 들으면 기념 배지를 획득하기 때문이다(지금까지 50만 명이 이 수업을 들었다). 프랭클

린은 베니오프와 대화를 나눈 후, (큰 비용을 들여 회사 전체의 대외적 이미지와 느낌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녀는 휴대폰 문자로 프로그램 선언문(Manifesto)을 베니오프에게 전송했다. 아침이 되자 베니오프는 “알로하! 승인한다. 마크”라고 답을 보냈다.

베니오프와 그의 가족은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하와이 최대 섬인 ‘빅 아일랜드 Big Island’에서 보내고 있다. 모든 주요 세일즈포스 건물에는 ‘오하나 Ohana’ 층이 있다. 가족을 뜻하는 하와이 단어에서 따온 커뮤니티 공간이다. 베니오프는 모든 직원과 고객, 그리고 파트너들이 서로를 공동체의 일원이라 느끼길 바라고 있다. 이 회사에는 이런 그의 희망과 잘 맞아 떨어지는 관행이 있다. 세일즈포스는 최소한 CEO와 관련된 사안에서 회사 차원의 ‘섬 시간(Island time)’ *역주: 시간의 공백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 아무 걱정 없이 모든 것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준비만 되면 누구나 언제든 CEO와 미팅을 가질 수 있다.

필자는 그를 인터뷰하러 간 날 이런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샌프란시스코 출신인 필자는 베니오프를 수년간 알고 지냈다). 90분 일찍도착해 거의 완성된 세일즈포스 타워를 그와 함께 돌아보는 일정에 초대를 받았다. 건물 62층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창문은 아직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우리는 또 다른 세일즈포스 건물 맞은 편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우리가 마침내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을 때, 주제는 내가 아닌 그가 주도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약 2개월 후 드림포스 회의에서 발표할 기조 연설의 작업 문서를 내게 건넸다. 그 후 베니오프가 연설 내용을 연습하면서 다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제품 마케팅 임원 레안드로 페레스 Leandro Perez가 그의 연설 내용에 대해 메모를 했다(‘기업 메시지 및 콘텐츠’ 관리라는 공식 업무를 맡고 있는 페레스는 “우리는 임원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마크의 입장과 배치되지 않도록 항상 확인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니오프가 연설 내용을 수정한 횟수를 다 합치면, 이번이 86번째 프레젠테이션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총 150회 정도 연습을 할 예정이었다. 연설 내용에는 핵심 가치(신뢰, 성장, 혁신, 평등)를 포함해 회사의 주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울러 회사 연혁을 크게 삼등분해 설명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대(1999년~ 2009년), 고객중심 시대(2009년~2017년),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2018년 부터)로 나뉘어 있다.

단 하나의 질문도 못한 채, 거의 모든 시간이 흘러갔다.

일주일 후, 하와이에서 주말을 보내던 베니오프가 페이스타임으로 연락을 취해왔다. 그는 내가 대화의 주도권을 쥐도록 순순히 허락해주었다. 그는 먼저 세일즈포스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되짚어 나갔다. 그는 재무 책임자로 장기 근속한 조 앨런슨 Joe Allanson을 “클라우드 산업의 숨은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회계기준 심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판매 수수료의 이연 비용처리를 인정 받은 인물이었다. 그건 매우 복잡하지만 중요한 과정이었다. 구독 모델을 가진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재무 상황을 회계에 더욱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베니오프는 3,000개 회사들이 자사의 1-1-1 자선 모델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마존에게 경의를 표했다. 세일즈포스가 목표로 삼았던 고객 경험에 초기 영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세일즈포스의 초창기 버전들은 아마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다고 넉살 좋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아마존처럼 보이고, 아마존처럼 느끼며, 아마존처럼 행동하는 기업용 앱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웹사이트를 활용하라고 더 이상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 세대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세일즈포스 이스트 타워 27층에 있는 카페 앤드 테크포스 바의 ‘트레일헤드 탐험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이 공간에선 세일즈포스가 소중한 고객이라 부르는 다양한 ‘트레일브레이저스(개척자들)’를 만날 수 있다.



베니오프에겐 다른 이들만큼이나 독특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우선, 슈바프로부터 ‘주주 최우선(Only Shareholder)’ 개념과는 다른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개념을 배웠다. 첫 상관인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은 그가 새 아이디어의 가치를 간파하도록 돕고 동기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는 “래리를 상관으로 모시는 일에는 종종 정신적인 고충이 따랐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자기계발의 대가로부턴 탐구 정신의 가치를 배웠다: “내 친구 토니 로빈스 Tony Robbins가 ‘인생의 품격은 네가 던지는 질문의 품격으로 만들어진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베니오프는 무엇보다 자신의 직감을 확신하는 듯하다. 세일즈포스 엔지니어들은 그가 SNS에 몰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채터Chatter’라는 세일즈포스 제품을 위한 사내 메시징 도구를 만들라고 요청했을 때 특히 더 그랬다. 하지만 그들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세일즈포스는 그 조치를 통해 고객 지향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베니오프는 그와 유사하게 회사가 인공지능 시장에 진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AI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세일즈포스가 AI 분야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많은 AI 기업들을 인수했다. 아마 12곳을 인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인슈타인닷컴Einstein.com이라는 웹사이트 소유자가 난데없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해 매각을 제안했다. 그는 그것을 일종의 ‘계시’로 여겼다. “당시 나는 ‘왜 그 사람이 그랬을까?’라고 항상 자문을 했다. 그리고 직관 같은 걸 갖게 됐다. 이게 우리 AI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아인슈타인은 세일즈포스의 브랜드 제품으로 자리잡아 머신 러닝과 다른 AI 관련 기술들을 회사 제품들에 통합 적용시키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안팎에서 지속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항상 다윗 역할을 했던 세일즈포스가 조금씩 래리 엘리슨의 오라클 같은 골리앗처럼 보이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오라클이 그랬던 것처럼, 세일즈포스도 실제로 M&A 사냥꾼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가 약점 보완을 위해 과도한 인수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업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세일즈포스는 현대판 오라클인가?’ 그리고 ‘회사가 M&A 없이 성장할 수 있나?’ 등이었다”고 말했다(지난해 베니오프는 링크트인 LinkedIn 인수를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맞붙었다. 그 후 트위터 인수도 타진했다. 투자자들은 불만이었다. 그는 트위터 인수 계획에서 한발 물러났고, 링크트인 인수전에선 패배했다).

세일즈포스가 ‘오라클 따라하기(Oracle-ness)’를 시작했다는 표면적인 증거는 사장 겸 부회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는 케이스 블록 Keith Block의 존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4년 전 세일즈포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26년간 오라클 영업 부문 임원을 지낸 인물이다. (음양의 조화에 빗대어 말하면) 하와이식 자유분방한 셔츠를 입는 베니오프가 ‘양 Yang’이라면, 격식을 차린 버튼식 셔츠를 입는 블록은 ‘음 Yin’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은 부즈 앨런 Booz Allen 경영 컨설턴트로 일한 시기를 포함해 “이제까지 내가 지켜본 기업들과 세일즈포스는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오라클의 서버 및 스토리지 사업처럼, 혹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Xbox 게임처럼 다른 분야에 집중력을 분산시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거의 어쩔 수 없이, 협력업체들이 세일즈포스에 대해 말할 땐 존경심과 두려움이 혼재한다. 어떤 회사도 누군가를 짓밟지 않고선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없다. 세일즈포스의 경쟁사들에 투자한 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세일즈포스는 마치 아마존의 전성기 시절(Rose-Colored) 같다”고 묘사했다. 이 회사가 아마존의 전설적인 냉혹한 경영 전략과 비슷한 조치를 취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일례로, 세일즈포스는 한때 파트너사였던 마케토 Marketo를 몰아냈다. 이 회사와 직접 경쟁관계였던 이그잭트타깃 ExactTarget-파돗 Pardot 제품을 생산한다-을 인수한 것이었다. 가격 산정 소프트웨어업체인 세일즈포스의 주요 협력사 앱터스 Apttus도 비슷한 경우였다. 앱터스는 심지어 세일즈포스의 사내 벤처업체로부터 투자까지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세일즈포스가 자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스틸브릭 SteelBrick을 인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의 성장이 파트너사들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오히려 거짓없이 ‘솔직한 패(Honesty Card)’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하고 있다. 블록은 자신의 오라클 시절을 언급하며 “나는 과거에도 서부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살벌한 상황들을 본적이 있다”며, “우리는 투명해 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은 세일즈포스의 성장에 또 다른 대기업 DNA를 심는 일을 맡고 있다. 회사 매출을 1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는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전혀 다른 포춘 100대 기업이 될 수 있다. 경영원칙들을 지키면서도 차별화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니오프가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할 지엔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지난 2015년 봄,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일즈포스에 인수 제안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다. 베니오프는 계속된 인수 소문에 대해 상장 회사로서 인수 제안을 경청하는 단순한 ‘신탁 의무(Fiduciary Responsibility)’를 다한 것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이 기사를 쓰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베니오프를 만났다. 그는 동영상용으로 일부 질문에 답을 하며, 포춘 1면에 실릴 사진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주 나에게 드림포스 회의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소개해주었다. 이후 애틀랜타와 로스엔젤레스의 고객들에게도 여러 버전의 연설 내용을 보여줬다. 코미디언이 대규모 공연을 앞두고 소규모 클럽에서 리허설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11월 첫째 주에 진행되는 샌프란시스코 기조 연설을 앞두고, 수 차례 반복 연습을 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우리는 세일즈포스 신축 타워 대각선 상에 위치한 사무실 동 세일즈포스 이스트 Salesforce East의 ‘오하나’ 층에서 만났다. 평소 같았으면 놀라울 정도로 화창했을 가을 중순이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상공이 북쪽 나파 Napa와 소노마 Sonoma 카운티를 휩쓴 최악의 산불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 베니오프가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된 새끼 고양이를 막 입양했다”며 “가족들이 너무 기뻐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니오프는 7개월 된 그 흑회색 샴고양이가 원래 주인이 지어준 이름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새끼 고양이를 ‘클라우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 작은 동물이 (클라우드로 알려진)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팔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 집에서 멋진 삶을 살게 되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로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베니오프에게 지어낸 것 아니냐며 장난을 쳤다. 그러자 그가 그 날 저녁 ‘증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하나 보내왔다. ‘클라우드’가 살던 보호소 우리 밖에 매달려 있던 이름표 사진이 거기에 첨부되어 있었다. 고양이의 입양 전 이름을 확인시켜준 것이었다.

어떤 일들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마크 베니오프가 설명을 해도 그렇다.






■ 경쟁사 뛰어넘기

올해 세일즈포스 주가는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라이벌들을 추월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시가총액이 두 배 이상 오르며, 330억 달러에서 약 700억 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 베니오프의 멘토들
세일즈포스 CEO는 스스로도 존경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 이번 페이지와 다음 페이지에서 그 6명의 인물을 소개한다.





토니 로빈스 Tony Robbins ▶ 자기계발 코치
성공한 많은 주변 인물들 중 한 명이다. 이 자기역량 개발의 대가는 베니오프가 세일즈포스의 목표 설정 방식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닐리 크로에스 Neelie Kroes ▶ 세일즈포스 이사
이 네덜란드 출신 정치가 겸 전 유럽위원회 경쟁감독관은 디지털 개인정보 이슈 측면에서 베니오프에게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 애플 공동창업자
베니오프는 한때 애플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 때 그는 잡스로부터 시장의 주목을 끄는 마케팅의 중요성과 때론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배웠다.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 ▶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베니오프는 구글에 있을 때부터 샌드버그를 존경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죽음에 대처하는 그녀의 방식을 보고 더 열렬한 팬이 됐다.





닐 영 Neil Young ▶ 음악인
베니오프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영의 음악적 업적 외에도, 가수로서의 생명력, 창의적인 접근 방식, 그리고 사회활동 같은 이유로 이 로커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 ▶ 오라클 회장
한때 그의 상관이었던 오라클 공동창업자는 베니오프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고 방식을 깨우치도록 영감을 주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ADAM LASHIN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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