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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人-루이스 박] 한옥을 젊은이들 아지트로..."호기심 갖게 하는 곳이 좋은 공간이죠"

한옥 리모델링한 카페·펍 '식물'

골뱅이 골목에 만든 와인바 '잔'

독특한 공간 연출로 발길 끌어

"도시인들에 여유 찾아주고 싶어"

공간디렉터로 활동 중인 루이스 박(47·본명 박재형)씨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 겸 와인바 ‘을지로 잔’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역 부근 낡은 한옥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익선동 거리. 달동네처럼 비좁은 골목길 사이를 들어가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현대식 카페들이 모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이 동네 중심에 유독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가게 하나가 있다.

공간디렉터인 루이스 박(47) 대표가 익선동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 2014년께 네 채의 한옥을 리모델링해 오픈한 카페 겸 펍 ‘식물’이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깨진 기와 조각으로 쌓아 올린 벽, 각종 빈티지 집기들로 꾸며져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신예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영감 아지트’라 불린다.

“한창 포토그래퍼로 활동할 당시 친한 디자이너가 작업실을 열었다기에 놀러 갔다가 이 동네를 알게 됐어요. 우뚝 솟은 도시 빌딩 숲 사이로 낮은 한옥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을 본 순간 딱 여기다 싶었죠.”

그는 20대 때 대기업에 취직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퇴사한 뒤 우연한 기회에 패션스타일리스트의 길을 걷게 됐다. 전업한 지 얼마 안 돼 배우 이병헌 등의 전담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할 정도로 인정받았지만 30대에 접어들 때쯤 돌연 런던 유학행을 선택했다. 패션 명문스쿨이라 불리는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에서 패션과 사진을 전공한 뒤 한국과 런던을 오가며 패션 포토그래퍼로 지냈다.
[영상]‘익선동 식물, 을지로 잔’ 오픈하면 대박 수익내는 공간디렉터 루이스박 인생 들여다보기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여유를 찾아주고 싶었어요. 커피 한잔에 햇살 한 줌, 그리고 미술관의 예술적 감성까지 담은 이 공간이 탄생하게 된 거죠.”

카페를 오픈하자마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휑한 익선동 골목이 사람들로 넘쳐나자 근방에 카페·음식점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늘어나며 상권이 생겨났다. ‘매출 대박’에 힘을 얻은 그는 지난해 을지로 골뱅이 골목 한켠에 제2의 작업공간인 카페 겸 와인바 ‘잔’을 오픈했다. 가게 이름 그대로 진열대에서 갖가지 잔을 고객들이 직접 선택해 그 잔에 음료를 내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루이스 박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익선동 카페 ‘식물’ 내부와 카페 겸 와인바 을지로 ‘잔’의 모자 조명.


“평범한 커피잔일 수도 있지만 어떤 공간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요. 이곳에 진열된 잔들은 늘 인간과 사물 간의 인연이 맺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죠.”

벽마다 각각 다른 형형색색의 벽지, 벽을 뚫고 길게 이어진 대형 테이블, 조명 덮개로 장식된 모자 등으로 꾸며진 이곳 역시 박 대표의 공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끔 지인들이 와서 왜 이렇게 정신없느냐고 핀잔을 줘요. 그러면서도 그 물건의 사연과 공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 판타지가 있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정가람기자·김연주인턴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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