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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별따기 전쟁] 베일에 싸인 미슐랭 식당 기준은

[궁금증 증폭 되는 선정과정 ]

'빕 구르망' 레스토랑이라는데 양 적고 맛 평이

"국내 입맛에 맞지 않는 기준 들이댔나" 지적도

[ 암행평가원 구성·별점 부여는 ]

평가원은 해당 국가 1인 포함 다국적으로 구성

식사 값 직접 지불…별점 부여는 만장일치제로

전세계 평가 기준 동일 '서울1스타=파리1스타'

[ 정부 추진 '한식 세계화의 역설' ]

'미슐랭 서울 2017' 24곳 식당 중 13곳이 한식당

일각선 "한식 세계화 위한 불공정 선정" 논란도





# 최근 서울 시내의 한 유명 만두 전문점을 찾은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기대에 못 미치는 음식 가격과 맛에 적잖이 실망했다. 해당 식당은 ‘미슐랭(미쉐린)가이드 서울 2018’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좋은 레스토랑으로 소개한 빕 구르망 리스트에 있던 업소였다. 들어서자마자 빈 주차장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굳이 발레파킹 비용을 따로 받아 가성비 식당이 맞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표 메뉴인 만둣국은 한 그릇에 1만 3,000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양이 적었다. 정씨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지정됐다는 얘기만 듣고 갔는데 서울 시내 1만 원 이내의 만두국 맛집에 비해 양은 적고 맛은 평이해 아쉬웠다”며 “무슨 기준으로 가성비를 따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이 국내 맛집 지형을 뒤흔들면서 선정 과정과 기준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미슐랭 스타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식당에 손님이 폭증하는가 하면 “국내 정서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준을 들이댄 것 같다”는 아쉬운 반응도 함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슐랭 가이드 서울을 발표하는 미쉐린코리아가 밝힌 선정 과정은 이렇다.

서울의 미슐랭 스타 식당 역시 다른 나라 미슐랭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전문가로 구성된 일정 수 ‘평가원(인스펙터)’의 암행으로 결정된다. 이들은 평가 전 미슐랭의 전문교육을 거친다. 평가원들은 다국적으로 구성되며 해당 국가 국적을 가진 이가 반드시 한 명 이상 포함된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 평가 과정에서도 1~2명의 한국인 평가원이 참여했다.

평가원들은 레스토랑을 방문할 때 한 무리의 일행처럼 움직인다. 다른 고객과 똑같은 방식으로 예약하고 행동하며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 게 특징이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자신의 식사 값을 직접 지불한다. 한 사람이 아닌 평가원 모두가 별점을 부여하며 미슐랭 스타는 만장일치제로 정한다.

특히 만장일치제는 미슐랭 가이드의 총괄디렉터가 주관하고 모든 평가원이 참석하는 ‘스타 세션’이라는 독특한 과정을 거친다. 이 세션은 이견이 있을 경우 며칠이 걸려서라도 만장일치로 통과될 때까지 진행되는 방식이다.

미쉐린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미슐랭 가이드의 수석평가원과 편집장이 각 지역을 구분해 평가원들을 지정한다”며 “평가원들이 지역을 배정받으면 방문 계획을 세우고 방문 전 레스토랑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사전 준비부터 한다”고 소개했다.



미쉐린코리아가 밝힌 평가 기준은 크게 5가지다. △요리재료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의 창의적인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일관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이 그것이다.

유럽·미국·일본·홍콩 등 전 세계 어느 곳에서 활동하는 평가원이라도 모두 똑같은 기준을 준수한다. 이에 따라 지역이 달라도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이 같다면 요리 수준은 같다고 봐야 한다는 게 미쉐린 측의 주장이다. 예컨대 프랑스 파리의 1스타 식당은 서울의 1스타 식당과 같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미쉐린코리아 관계자는 “‘미슐랭 스타는 접시 안에 있다’는 말처럼 미슐랭 가이드는 오직 요리만을 평가한다”며 “장소·분위기·서비스·식기 등은 별점 부여 시 고려사항이 아니고 스타가 아닌 다른 형태의 픽토그램으로 표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슐랭 가이드 서울 제작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슐랭 측에서 원론적인 기준만 제시할 뿐 실제 평가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미슐랭 측의 주장대로 한국인을 포함한 다국적 평가원이 우르르 특정 식당에 들어갈 경우 암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2016년에 처음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총 24곳의 식당 가운데 13곳이 한식당으로 드러나자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정한 맛의 평가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한식재단의 후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한식재단이 유일하게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 광고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여기에 지난해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가이드 안에 총 34건이나 오류가 있다고 지적받으면서 신뢰는 더 떨어졌다. 꽃게(blue crab)를 ‘flower crab’으로, 우리 고유 음식인 추어탕(loach soup·미꾸라지탕)을 ‘autumn mudfish soup(가을 이어탕)’로 오역하는 등 음식과 재료를 알고 평가한 것은 맞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 여기저기 발견됐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고급 음식점만을 대상으로 별점을 부여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 선정된 미슐랭 스타 식당과 빕 그루망 등급 레스토랑 72곳 가운데 30곳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미슐랭 스타나 빕 그루망 등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당을 뜻하는 ‘더 플레이트’까지 합치면 총 174곳 중 강남 3구의 식당이 83곳에 달한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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