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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가장 먼저 일어나 아내·아들 식사준비…시간적 여유요? '육아대디'에겐 사치죠"

<도온이 아빠 김재철씨의 육아취직기>

육아휴직 중인 김제철씨가 아들은 안은 채 집안 청소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육아휴직을 하고 난 뒤 아들과 정서적 교감이 깊어지고 육아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게 됐어요. 또 육아와 집안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새삼 느껴 주부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실감하게 됐습니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며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거주하는 김제철(35)씨는 지난해 3월 육아휴직을 내고 집에서 세 살 된 외아들을 돌보는 ‘육아 아빠’다. 가족 중 가장 먼저 일어나는 김씨는 오전6시30분께 기상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내와 아들 도온이를 깨운다. 아침 식사를 마친 아내가 오전8시에 출근하면 본격적으로 도온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한다. 세수를 시키고 아침밥을 먹인 후 옷을 입혀 오전9시30분까지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다. 이때부터 도온이가 돌아오는 오후4시까지는 본격적인 집안일이 시작된다. 설거지·청소·빨래·장보기 등 ‘주부 모드’가 되는 것이다.

빨래부터 청소까지 집안일로 눈코 뜰새 없어

전업주부 못지 않은 살림·육아 노하우 쌓여

“직장 안나가시냐” 경비원이 조심스레 묻기도



김씨는 “주변에서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취미생활도 하면서 스스로의 시간을 갖는 줄 알고 부러워한다”며 “하지만 아내와 아들이 직장과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 더 바쁘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이라고 아이만 돌보는 게 아니라 아내 대신 집안 살림을 도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하고 1년 가까이 아이 돌보기와 집안일을 하다 보니 육아와 살림 노하우도 쌓였다. 김씨는 “요즘 같은 겨울철 빨래를 할 때는 마지막 탈수 직전에 뜨거운 물로 한번 행군 뒤 탈수하면 비교적 빨리 마르고 주름도 덜 생긴다”며 “설거지할 때 기름기 많은 그릇은 베이킹소다를 뿌려 닦아내면 힘들이지 않고 깔끔하게 기름기가 빠진다”고 전업주부 못지않은 살림 지혜를 전했다.



도온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오전9시30분터 오후4시30분까지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고 한다. 세 식구가 사는 집이라 일거리가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설거지와 빨래 및 정리, 청소, 장보기 및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다 보면 눈코 뜰 새가 없다.

1년 전부터 김씨가 낮에도 아파트단지와 동네 마트 등에서 자주 보이자 이웃들은 그가 실직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한번은 경비아저씨가 ‘요즘 직장에 안 나가시냐’고 너무 조심스럽게 물어보길래 웃으면서 ‘육아휴직 중’이라고 말씀드렸죠. 동네에서는 이제 제가 육아휴직 중인 것을 거의 아는데 대부분 저를 부러워해요.”



도온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이제 놀이시간이다. 퍼즐 맞추기를 특히 좋아하는 도온이를 위해 김씨는 장난감가게에서 산 퍼즐뿐 아니라 직접 퍼즐을 제작해 함께 즐기기도 한다. 아직은 발음이 서투른 도온이의 말을 김씨는 곧잘 알아듣는다. 1년을 밤이나 낮이나 함께 지내니 표정과 눈빛에서부터 도온이가 어떤 의사표시를 하고 싶은지 느껴진다고 한다.

오후6~7시 아내가 퇴근하면 낮에 준비했던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도온이를 씻긴 뒤 재운다. 도온이가 꿈나라로 갈 무렵이면 어느새 아내도 잠들어 있다. 이때 김씨는 빨래를 개 옷장에 넣거나 냉장고 음식들을 정리한 뒤 잠시 독서 또는 TV 시청을 하고 가장 늦게 잠든다. 일거리가 없거나 아내가 잠들지 않았으면 대화를 하는 등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항상 엄마만 찾던 아이가 아빠 없인 잠 못자고

표정·눈빛만 봐도 무슨 말 하고 싶은지 느껴져

“1년 간 육아휴직 가족에 소중한 시간으로 남아”



다음달이면 복직하게 되는 김씨에게는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육아휴직 전에는 엄마만 찾던 도온이가 이제 아빠 없이는 잠도 못 자고 항상 아빠를 찾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음달부터는 내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도 있을 텐데 도온이가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며 “1년간의 육아휴직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에게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이 소중함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아직 생소한 이야기인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김씨는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을 한 남성 직원이 많아 자연스럽게 휴직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민간기업에 다니는 김씨의 친구들은 그저 그를 부러워할 뿐이다.

김씨는 “남성 육아휴직은 이제 눈치를 보면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과거 주5일근무를 정착시키는 데 공무원조직이 기여한 것처럼 남성 육아휴직 문화도 공무원들이 앞장서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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