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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북 제의받은 문 대통령, 비핵화 방안은 뭔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른 시기에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북한으로서는 남측에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계속된 평화 공세의 결정판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화답한 후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여건’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은 ‘성사’ 쪽에 두어지는 분위기다.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한반도가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북한 스스로 핵 포기를 선언하는 것뿐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남북 정상은 두 차례 만나 사진도 찍고 관계개선과 긴장완화를 다짐하는 발표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핵 도발이었다. 이러한 악순환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방북에 앞서 북한이 한반도 긴장의 근원인 핵을 포기한다는 의사표현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방북을 제의한 것은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방북을 받아들이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가장 취약한 고리인 한국을 통해 피해보겠다는 의도가 성공한 것이며 거부하더라도 남남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북한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의 방북 제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당장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미국이 비핵화가 빠진 남북정상회담을 허용할 리 만무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과 리셉션장에서 북측 대표들과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고 “북한이 핵 야욕을 버리도록 압박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계속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것은 미국의 이러한 시각을 대변한다. “비핵화가 빠진 남북정상회담은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별개로 갈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과 국제사회의 시각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방북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당장 ‘북핵의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 엇박자가 우려된다. 빈틈없이 강고함을 보이던 한미동맹에 치명적 악재다. 한국의 이탈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역시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당사국인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길은 비핵화의 원칙을 지키고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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