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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리더십은 더 빨리 전염된다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람들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빨리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나쁜 리더십은 부하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에서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리더의 나쁜 리더십은 부하직원들에게 전염되기 때문에 조직 관리 차원에서 예방이 필요하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중요한 사건이다. 만나는 사람을 통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도움이 되는 사람을 만나면 배울 것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잃는 것이 많아진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리더와 부하를 만난다. 어떤 리더와 부하를 만나는 가에 따라 조직 생활의 품위는 매우 달라진다. 특히 리더와의 만남은 결정적이다. 좋은 리더를 만나면 좋은 교훈을 얻겠지만 나쁜 리더를 만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빠지는 경우가 더 많고 나빠지는 속도도 빠르다.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면 왜 나쁜 리더십은 좋은 리더십보다 더 빠르게 전염되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학습과 모방’이다. 조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리더와 대면할 시간도 많다. 대면할 시간이 많아지면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 관찰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그 모습에 익숙해지고 은연중 닮게 된다. 학습하게 된다는 의미다. 학습은 인간에게 가장 위대한 능력인 동시에 불행한 능력이기도 하다. 원치 않는 학습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서 닮고 미워하면서도 닮는다. 특히 나쁜 리더십 같은 부정적 정서는 전염되는 속도와 강도가 더 크다는 게 학계의 일관된 연구 결과다. 나쁜 리더십은 자기도 모르게 학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습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습된 나쁜 리더십은 잠재적 상태에서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모방행위를 기꺼이 수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가 약하거나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다면 대부분 학습된 나쁜 리더십은 모방행위로 이어진다. 결국 나쁜 리더십은 나쁜 리더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모방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는 크다.

둘째,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다. 완벽주의 이론 중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란 개념이 있다. 이는 조직이나 리더로부터 부과된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완벽성을 추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는 조직이나 리더의 강요가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자기 스스로 조직과 리더가 원하는 바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키거나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특히 리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리더를 만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된다. 따라서 설사 나쁜 리더십에 의한 일이라 할지라도 거부하거나 저항을 못하고 기꺼이 나쁜 리더십을 추종하게 된다. 리더가 부당한 일에 동참할 것을 강요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위 ‘동조화 효과’는 조직에서 흔한 일이다. 동조화 효과는 자신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의 의지를 초월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성향을 의미한다. 즉 나쁜 리더의 나쁜 리더십을 거부하기보다는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수행하고자 하는 사회부과적 완벽주의는 자연스럽게 나쁜 리더십에 전염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셋째, ‘이기적 욕구’다. 나쁜 리더의 전형적인 태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직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부하직원들의 충성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는 조직을 위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위장된 소신을 피력하면서 정작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는 이기적인 욕구 때문에 선량한 부하직원들을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나쁜 리더는 절대 개인적인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부하직원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못된 리더가 더 오래 생존한다는 냉소적인 말이 있는 것이다. 나쁜 리더의 비겁하고 이기적인 생존 법칙을 관찰하고 경험한 부하직원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따라 하는 것이다. 생존 법칙에 대한 편견을 이때 교훈으로 삼게 되고 전염된 생존 법칙은 부하에 의해 반복된다. 나쁜 리더십이 전염되는 것이다.

넷째, ‘학습된 무력감’이다. 사람은 살아있음을 언제 느낄까? 살아있음은 자신의 의지를 자유롭고 용감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자유롭지 못하거나 아무런 의미 표현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있다면 누가 와서 어떤 짓을 해도 저항하거나 극복하지 못한다. 이를 ‘학습된 무력감’이라고 한다. 영혼이 없는 조직생활을 하면서 지내다가 그때그때 닥친 일을 겨우 해내며 인생을 낭비하는 학습된 무력감은 나쁜 리더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다. 판단도 없고 저항도 없는 부하직원을 다루는 데는 힘과 시간이 별로 소요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부하 직원에게 남은 것은 좋게 표현하면 ‘무감각한 흡수력’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판단 없는 추종’이다. 판단 없이 추종하는 부하직원은 나쁜 리더십에 쉽게 노출되고 나쁜 리더십의 전염은 가속화된다. 판단 없는 추종은 감정적 절제의 상실과 거침없는 공격성으로 표출될 공산이 크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할 때 관찰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상과 같이 나쁜 리더십이 전염되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하여 살펴봤다. 나쁜 리더십의 전염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나쁜 리더십에 전염되었던 몇 사람의 사례를 떠올려보니 섬뜩한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는 한번 나쁜 리더십에 전염된 사람이 좋아지는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쁜 리더십의 전염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방법이 없지는 않지만 나쁜 리더십을 조성하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민의 깊이는 더욱 커진다. 그럼에도 나름의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선발이 육성보다 중요하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좋은 리더를 선발하는 것은 육성보다 더 중요하다. 능력은 있지만 나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개선하기란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사람을 잘 뽑는 것이 먼저다.



둘째, ‘나빠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처음부터 나쁜 리더도 있겠지만 조직 상황이 악화되거나 리더 본인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좋은 리더도 금방 나빠질 수 있다. 과도한 실적 부담과 지나친 경쟁은 나쁜 리더십의 출현과 전염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불가피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긍정적인 조직문화와 균형감 있는 제도적 공정성을 유지하고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합리적인 조직환경을 만들고 실현하는 일은 경영자의 몫이 크다 하겠다.

셋째, ‘직원들의 분노 혹은 불만의 표현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조직생활에서 쌓인 분노와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직원들은 전염된 나쁜 리더십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거칠게 표현하거나 반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침묵만 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는 조직이 주고 스트레스 해소는 본인이 하라는 식이면 그 스트레스의 피해자는 궁극적으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활성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조직 차원에서 요구된다.

결국 나쁜 리더십의 전염은 소위 스펙만 보고 나쁜 리더를 구분해내지 못한 인사 관행과 점검 시스템 결핍, 나쁜 리더가 승리하고 생존하는 잘못된 조직문화, 그리고 직원의 심리적 욕구를 외면한 조직의 무분별한 성과주의 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의지와 직원들의 자기발전적 성찰의 기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_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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