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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수순 밟는 GM] 한국GM, 2대주주 산은에도 자료 미공개...벌써 '실사 무용론' 고개

■ 콧대높은 경영

산은, 매출원가·이전가격 공개 등 3대 선결조건 제시 불구

작년 자료 요청때도 116개 중 6개 제출...나머진 "기밀" 거부

기업 실사 2~4개월 소요...2월 데드라인 맞추기도 힘들듯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에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된 실사 결과가 나올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실사를 하려면 한국GM 측의 내부경영 자료에 대한 협조가 절실한데 지금까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조차 경영정보를 함구한 점을 감안하면 실사절차 자체가 요식행위에 머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정부가 지원을 전제로 실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어 실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재무실사에 앞서 △매출원가 및 이전가격 공개 △본사와의 고금리 불공정거래 의혹 해명 △주주감사권 행사 허용 등 3대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한국GM이 이를 수용해야 실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산은과 한국GM 실무진들이 만나 실사 범위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은에조차 회계장부 등에 대한 열람 등을 철저히 막아왔기 때문에 산은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지 미지수다. 산은은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상법상 보장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 검사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하려 했지만 한국GM의 비협조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공장 폐쇄를 발표한 한국GM의 군산공장에 활기는커녕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감돌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산은은 또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지난 2002년 GM 본사에 매각하기 위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주주감사권을 발동해 한국GM 측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 규모 등 116개의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달랑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사항”이라며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GM 측은 이사회 논의 과정이나 회의록조차도 산은에 제공하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3월에도 산은은 한국GM을 중점관리대상 회사로 지정한 뒤 △경영진단 컨설팅 실시 △선제적 모니터링 강화 △소수주주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점관리방안을 수립했지만 GM이 이를 거부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상법상 2대 주주지만 사실상 경영에 아무런 개입도, 역할도 못한 것이다.



특히 GM 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이나 기술을 제공하면서 이전가격을 부풀려 과도하게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산은은 수차례 이전가격과 관련한 자료를 한국GM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M 본사와의 고금리 불공정거래 의혹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GM은 수년간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본사로부터 2조4,000억원을 연 이자율 5%에 차입했다. 2016년까지 지급한 이자만도 4,620억원에 달한다. 산은 관계자는 “수년 전에도 GM 측과 이전가격 논란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이를 확인하려 했지만 수많은 공정 과정에 부가가치가 얼마나 이뤄지는지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없어 중단한 적이 있다”며 “이전가격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전가격이 과도하다는 논란을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GM의 회계처리 방식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연구개발(R&D)비 항목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지만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GM의 고금리 대출 여부와 과도한 본사 업무지원비, 이전가격 논란 등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라도 해서 재조사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미국 GM은 돈이 남아도는데 한국GM만 누적손실을 보고 있다”며 “한국GM의 부실책임이 (GM 측에 있는지, 2대 주주인 산은 측에 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에 있는지) 누구에게 더 있는지를 가려야 누가 더 많이 지원할지도 결정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은은 한국GM이 최근 3년간 약 2조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지난해 1·4분기에는 설립 이후 최초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만큼 매출원가나 이전가격 등의 정보를 토대로 정밀실사를 진행해 정확한 재무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또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GM에서 요구하는 유상증자 등을 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약 3조원 규모의 한국GM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며 산은이 참여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율을 감안하면 산은은 약 5,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한국GM이 산은의 실사는 수용했지만 3대 선결조건을 비롯해 실사의 범위, 제3의 외부 전문기관을 어디로 할지 등을 놓고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통상 기업에 대한 실사가 2~4개월 소요되는데 한국GM 측이 지원 여부를 결정하라고 제시한 2월 말까지 실사 데드라인을 맞추기 어렵다는 물리적 한계까지 있다. 당장 15~18일은 설 연휴인데다 이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보름가량밖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GM 측이 사실상 산은의 실사진행이 어렵도록 데드라인을 정하고 정부를 압박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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