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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파는 그 남자 vs 생선회 파는 그 여자

카이스트 나와 돼지고기 파는 김재연 정육각 대표

"소비자 중심의 초신선 육고기 시장 선보일 것"

미국 국무성 장학생 유학 기회 포기 돼지고기 유통으로 창업… '도축 후 4일 이내'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미국 신선식품 배송 앱 '인스타카트'을 보며 창업 나선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

산지의 비수기 생선 수요 보장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

거제도 자연산 모듬회의 경우 1킬로당 5만 4,900원

김재연 정육각 대표




최근 신선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각각 돼지고기와 자연산 회로 승부수를 던진 젊은이 2인이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 유통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 소비자가 산지에서 직접 구입한 듯한 신선 식품을 맛볼 수 있게 해 틈새 시장을 적극 파고 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름도 비슷한 김재연 정육각 대표와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중학교를 조기 졸업한 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유학을 8개월 앞둔 지난해 1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대신 돼지고기 도축장에 눌러 앉았다. 김 대표가 애초에 돼지고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돼지고기를 좋아해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집에서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을 정도로 ‘남다른 돼지 사랑’을 보였다. 김 대표는 “미국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된 후 어느 날 친구 집에 삼겹살을 사갔는데 그 집 강아지가 내가 사간 삼겹살만 먹고 원래 친구네 집에 있던 냉동 삼겹살을 안 먹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며 “두 상품을 비교하니까 내가 사간 건 도축한 지 20일 된 거였고 친구 집에 있던 건 100일도 더 지난 냉동고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강아지가 알아챌 정도면 사람도 그 맛의 차이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도축장을 검색해 찾아갔다”며 “도축장에서 판매하는 최소 단위인 50인분 삼겹살 20㎏짜리 한 박스를 사다가 부위별로 잘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고 소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처음 먹어본 맛’이라며 한결 같이 고기를 어디서 구입하는지 물어왔다. 뜨거운 반응에 유학 가기 전 8개월 동안 재미 삼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미국 유학을 준비해야 할 아들이 갑자기 돼지고기를 팔겠다고 나섰지만 부모님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재미 삼아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비슷한 시기 유학을 앞둔 친구와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를 설득해 팀을 구성하고 지난해 1월 사업에 본격 나섰다. 정육각의 시작이었다.

정육각은 미리 생산해서 재고로 보관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생산한다.


정육각이 차별화 포인트로 잡은 것은 도축 후 유통 단계의 획기적인 단축이었다. 기존 축산 유통 시스템에서 냉장육의 경우 진공 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유통된다. 도축장을 거쳐 육가공업체에서 분류한 뒤 다시 대형 도매업체를 통해 전국 마트와 정육점으로 공급되는 방식인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시중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7일이 지나야 한다.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초신선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왜 도축 후 4일 이내일까.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김 대표를 비롯한 팀원들이 도축 하루, 이틀, 일주일, 열흘 등 날짜별로 나눠 맛과 상태를 검증했다. 팀원 4명이 6개월 동안 500㎏의 돼지고기를 먹었고 돼지고기 맛의 골든타임이 도축 후 3~5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품에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지난 해 10월 국내 최대 신선식품 온라인 카페 ‘농라’에 선보이며 서비스를 론칭했다. 내로라 하는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했지만, 맛과 신선도에서는 자신 있었다. 정육각은 고객 주문 후 당일 도축된 돼지고기를 구입해 자체 작업장에서 분류, 포장해 발송한다. 당연히 도축일도 공개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끝나고, 고객은 다음 날 냉장 포장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도축 후 4일 이내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품을 전시해 놓고 고객을 기다려야 하는 오프라인 유통과 판매는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판매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존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균일하지 않은 무게와 크기의 농축산물이라는 점이 당면 과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육각은 온라인 주문시 결제가 완료되지 않고, 제품 포장 후 구매량의 그램(g) 단위까지 계산해 최종 가격이 저절로 정산되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특허로 출원했다. 정육각 공장은 온갖 정보기술(IT)이 활용된 소프트웨어 자동화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온라인 주문부터 가공, 포장, 배송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구성됐으며, 날씨, 요일, 계절 등에 따라 변하는 실시간 수요 알고리즘도 개발해 유통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고객의 호평이 쏟아졌고, 품목도 돼지고기에서 달걀과 닭으로 확장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육고기 중에서도 까다롭다고 정평이 난 소고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당일배송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


김재현 오늘식탁 대표는 현지에서 잡은 신선한 생선을 이튿날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신선식품 유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홍보대행사를 거쳐 위메프에서 마케팅 실무를 담당했고, 모바일 식품 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더파머스에서 식품 배송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경험했던 김 대표는 우리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신선 식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여기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확신했다.

김 대표는 “당시 먹방(먹는 방송)이 뜨기 시작했을 때라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필요한 식재료를 모바일로 사는 일이 불편했다”면서 “우연치 않게 미국 스타트업인 ‘인스타카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고객 대신 신선식품을 구매한 뒤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특화됐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인스타카트는 신선식품의 즉시 배달 공유 서비스 앱 업체로, 사용자가 온라인 상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인스타카트와 계약을 맺은 사람이 실제 매장에 가서 상품을 구매한 뒤 온라인 상의 주문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가 선택한 아이템은 자연산 회를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자연산 회는 양식과 달리 상품의 차별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물량 확보와 적정 가격, 빠른 배송이었다. 김 대표는 낚시배 예약 서비스 업체인 ‘마도로스’의 조맹섭 대표의 소개로 거제도의 선장을 만나게 됐다. 그날 잡은 자연산 생선을 손질해 서울로 배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2016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동 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서 “다양한 식재료가 아닌 만큼 자연산 회가 시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공동 구매를 할 때마다 성황을 이루면서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주문양이 늘어나자 지난해 3월 법인을 설립했고, 4월에는 사이트를 열었다. 브랜드는 ‘오늘회’로 정했다. 전날 저녁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저녁 7시 전까지 배송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지에서 새벽에 잡은 생선을 손질해서 고속버스나 비행기로 서울로 보내면, 터미널이나 공항에서 퀵 서비스가 받아 고객에게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현재 제주도 방어, 신안군 민어회, 포항의 과메기, 삼천포의 전어와 하모(붕장어) 등 지역별로 대표적인 회를 갖춰 놓고 있다. 해산물 수요도 높아 돌멍게를 비롯해 석화 등으로 상품군을 늘리는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자연산 회를 정기적으로 공급 받는 일이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가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김 대표는 “거제도나 목표 등 횟감이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는 관광 시즌이 아니면 물고기를 잡아도 팔지 못해서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면서 “산지에서는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소비가 되지 않으니 낚싯배를 운영하는 게 손해일 때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수기든 성수기든 상관 없이 일정한 수요처만 있으면 어민들의 생업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오늘회는 요즘 같은 겨울철 인기가 높은 거제도 감성돔회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정 규모의 수요를 보장해준 만큼 가격 경쟁력도 확보됐다. 거제도 자연산 돌돔회의 경우 1㎏당 5만 9,900원으로 팔고 있다. 2~3인 분량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양식 돌돔회가 1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셈이다. 보통 자연산 돌돔회는 20만원이 넘는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거제도 자연산 모듬회는 5만4,900원, 제주산 모슬포항 방어회는 2만9,900원 등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김 대표는 “자연산 회라는 차별화된 제품을 갖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는 게 ‘오늘회’의 장점”이라며 “가장 중요한 배송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하루 배송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수요가 많은 거제도의 경우 별도로 회 공장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해 10월말 문을 연 ‘거제센트럴키친’에서는 거제도 위판장에서 자연산 물고기를 대량 매입해 손질, 전국 각지의 고객에게 배송해준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거제도 매입량이 1톤 정도였는데 지금은 월 평균 3톤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5톤은 거뜬히 넘길 것 같다”면서 “취급량이 많아질수록 회 손질이 표준화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이를 표준화하는 한편 위생 상태도 직접 챙기기 위해 센트럴키친을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거제도를 시작으로 회 손질을 표준화하는 방법을 매뉴얼화하고 이를 제주나 목포 등 주요 공급처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설립 첫 해인 지난해 매출 2억원을 달성한 오늘식탁은 올해 10배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제철에 맞는 회 라인업을 늘릴 생각이다. 양식 회는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자연산 회는 제철에만 나오는 물고기로 상품성이 차별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더 나아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만나기 힘든 산지의 희귀한 회를 고객 식탁에 올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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