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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한국GM 데드라인 2주도 안 남았는데…제대로 된 칼잡이 있나

GM, 이달 말 사실상 협상 시한 설정

정치권·여론 눈치에 협상전략 흔들

중심 잡고 GM에 맞서야 일자리 수성가능





제너럴모터스(GM)가 우리 정부에 제시한 한국GM 지원방안 결정 시한이 2주도 남지 않았습니다. GM은 지난 13일 ‘한국GM,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GM이 다음 단계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음달 글로벌 신차를 배정하기 때문인데요. 이달 말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변을 못 들으면 다음 단계의 구조조정을 시작하겠다는 뜻입니다. 추가 조치로는 부평 1·2공장 통폐합이나 창원공장 폐쇄 등이 거론됩니다.

한국GM 군산공장. /서울경제DB


한국GM, 고용 영향 15.6만명?

물론 정부는 GM의 협상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달 말 시한은 그들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경영실사와 그에 따른 판단 없이는 구체적인 지원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는 책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부분입니다. 산업은행에 한국GM 증자에 참여하라고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윗선의 지시가 필수입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로 어떤 결정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건 일처리를 확실히 해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이달 말까지 어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GM이 배정하겠다고 한 신차물량마저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죠.

정부는 지난 한국GM과 관련된 직간접 일자리가 30만개가 아니라 15만6,000개라는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외부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설명도 달았습니다. 한국GM 자체에는 1만6,000명, 1차 협력사 301개사에서는 약 9만3,000명이 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1차 협력사 중 전속협력사(한국GM에만 납품하는 업체)는 86개사 1만1,000명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한국GM이 완전히 철수해도 직접 영향을 받는 곳은 한국GM과 전속 협력사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협력업체는 다수의 거래업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GM이 사라지면 매출이 줄어 어려움은 겪겠지만 버틸 수는 있다는 말이지요. 최소로 잡으면 2만7,000명 정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정부는 GM 관련 일자리를 15만6,000개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공장이 사라지면 지역경제가 파탄납니다. 식사를 하지 않으니 식당과 술집이 영향을 받고 각종 상점도 매출이 급감합니다. 택시를 타는 근로자도 없어지니 기사 님들도 힘들어집니다. 조선 경기 쇠락으로 거제도에서는 치과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차·3차 파급력을 고려하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큽니다.





구조조정 프로페셔널리즘이 필요

한국GM 문제는 일반 구조조정과는 결이 다릅니다. 한국GM은 부실하지만 모기업인 GM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한국GM을 처리하는 방식은 구조조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산업부는 “한국GM 처리는 구조조정과 다르다”고 했지만 큰 틀에서는 부실 기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GM은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이번에도 군산공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먼저 던졌습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현실을 냉철히 알고 GM의 전략에 대응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 구조조정에 일자리와 지역 민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산업적인 측면도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GM과 관련해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라며 “부처간 의견을 조율할 게 있으면 기재부가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금융논리로 하는 것입니다. 일자리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부처간 협의, 그리고 청와대에서 조율해줘야 합니다. 처음부터 일자리와 산업을 운운하게 되면 지금처럼 GM이 벼랑 끝 전술을 펼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패(일자리 정부)가 다 노출됐기 때문이지요.

GM은 고수입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사격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한국GM에 대한 세무조사나 강압적인 조사는 되레 화를 키울 수 있습니다. GM 문제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대결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허투루 들을 게 아닙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게 ‘프로’입니다. 제대로 된 칼잡이가 GM과 맞서야 합니다. 산업 중심의 구조조정도 좋지만 구조조정은 작은 실패라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구조조정은 연습이 용납되지 않는 냉엄한 진검승부”라고 밝혔습니다. 한국GM을 둘러싼 운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정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기대해봅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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