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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저출산 깨려면 ‘워라밸’부터…집중 드라이브 거는 정부

저출산 대책 실패 원인은 ‘백화점식 대책’ 문제 의식 확산

새 정부 저출산 대책은 ‘일·생활 균형’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육아기 부모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1시간 단축 등 방안 추진

남성 육아 참여 활성화·아이돌봄 지원 강화 등에도 주력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2년간 약 122조원의 나랏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됐습니다. 2007년 1.25명이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자녀 수)은 2016년 1.17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1.08명)도 깰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문제를 어느 정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출산을 어렵게 하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육아휴직 확대, 아이돌봄 지원 강화 등부터 노동개혁, 교육개혁, 청년고용대책까지. 심지어 중학교 자유학기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 확대, 다문화가족 안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확대 등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저출산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인 만큼 해결책도 복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접근이 패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새 정부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백화점식 대책을 답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일 시급한 문제부터 최우선으로 정책적 역량과 재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6기 저출산위가 집중하기로 한 분야는 바로 일과 생활의 균형, 요즘 신조어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입니다.

김상희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 탓에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너져 있고 아이 키우는 게 전쟁 같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누가 선뜻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겠나”고 말했습니다. 노동·교육개혁 등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따르는 고통부터 줄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 부위원장은 “다행히 사회적으로 일과 생활 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의 모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분위기가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게 정책적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육아기 부모,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1시간 단축 추진=저출산위는 이런 방향성 아래 워라벨을 구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책은 다음달 ‘저출산 대응 로드맵’을 통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저출산위는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방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만 8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줄이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육아기에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2시간 이상 단축해야 하고 임금 보전도 통상임금의 80%에 그칩니다. 1년 범위 안에서 육아휴직과 연계해서 써야 하는 점도 불편합니다. 육아휴직을 1년 쓴 사람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2016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한 사업체는 10.3%에 그쳤습니다.



저출산위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육아휴직과 별개로 부모 각각 1년씩 하루 1시간 근로시간 줄이는 제도를 새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단축 기간 임금도 100% 보전합니다. 논의 초기 기획재정부가 재정 부담 때문에 반대했지만 최근엔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습니다. 다만 제도 적용 범위는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기에 있는 부모는 10시에 출근하도록 하는 방안도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확산시키기로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칼퇴근을 정착시키는 데도 주력할 계획입니다. 칼퇴근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부터 출퇴근 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하는 ‘칼퇴근법’ 도입까지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육아용품 박람회에서 한 가족이 ‘아빠와 아기 콜라보 패션쇼’에 참가해 가재와 요리사로 분장했다. /연합뉴스


◇독박 육아는 그만…아빠 육아 참여 대폭 확대=우리나라는 아직도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이로 인한 ‘독박 육아’ 관행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남성에게도 1년간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는 2,129명으로 전체 10.2%에 그쳤습니다. 스웨덴(32.0%), 독일(28.0%) 등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정부는 이런 독박 육아 관행을 깨는 데도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습니다. 배우자출산휴가를 현재 유급 3일에서 10일까지 늘리는 방안은 이미 공개가 됐습니다. 사용률이 매우 저조한 배우자출산휴가가 활성화되면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까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년에 최대 10일 쓸 수 있는 ‘자녀돌봄휴가’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제도로 가족돌봄휴직제도가 있지만 가족의 질병·사고·노령 사유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자녀 돌봄 전용 휴가를 따로 만든 것입니다.

남성 육아휴직을 극적으로 늘린 롯데그룹 사례를 민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아빠가 출산과 동시에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반드시 사용하게 하고 한 달간은 임금을 100% 보전하기로 했다. 그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이 180명에서 약 1,000명으로 6배 이상 늘었습니다. 저출산위는 기업과의 협력과 제도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남성이 출산 직후 휴가를 쓸 때 1달간 임금 100%를 보장하는 방안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아이 돌봄 지원 강화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이용 확대 △1대 2~3 돌봄서비스 신설 등을 추진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오후 1시에 수업이 끝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서 책임지도록 해 아이가 장시간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할 계획입니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강원도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도 3시에 하교하도록 하는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런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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