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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 만든 승리의 숫자 103·65

제자리 점프 103㎝·허벅지 65㎝

남다른 체격으로 북미·유럽 압도

"강광배 교수·김영태 교사 은인"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오른쪽)이 지난 17일 이용 대표팀 총감독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7년째 동고동락하며 금메달을 합작한 둘은 이날 동시에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올댓스포츠 인스타그램




지난 2012년 그때 그 전화 한 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윤성빈(24·강원도청)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윤성빈은 당시 체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유망하다고 보기는 힘든 고3 학생이었다. 그는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초체력 선발전이 열린다는 체육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스켈레톤이 뭔지도 모른 채 그날 열린 선발전에 참가했다. 눈에 띄는 기록을 낸 것도 아니었지만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는 뭔지 모를 이끌림에 윤성빈을 가르쳐보기로 했다. 올림픽에 네 차례 참가한 ‘한국 썰매의 개척자’ 강 교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대학 갈 수 있는 성적도 안 되고… 여러모로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윤성빈은 스타트 기록으로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을 썰매 입문 후 3개월 만에 통과했다. 국제대회인 대륙간컵 우승으로 한국 스켈레톤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은 썰매 입문 후 1년 반 만이었다. 2014 소치올림픽에 나가 한국 썰매 역대 최고인 16위에 오른 윤성빈은 2014-2015시즌부터 월드컵 메달 행진을 벌였고 2016-2017시즌에는 황제로 불리던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와의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이번 시즌에는 월드컵 금메달 다섯 개를 쓸어담아 세계 1위로 올림픽에 나갔다. 두쿠르스는 4위로 평창올림픽을 마쳤다.

윤성빈을 만든 사람들과 숫자를 짚어봤다. 강 교수와 체육교사 김영태씨를 윤성빈은 은인으로 생각한다. ‘103’이라는 숫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배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탁구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윤성빈은 제자리 점프를 103㎝나 한다. 2012년 선발전 때 김 교사가 강 교수에게 윤성빈을 추천하면서 한 말은 “키가 178㎝인데 제자리에서 농구 골대를 잡는 애가 있다”였다.

윤성빈은 허벅지 둘레가 65㎝다. 초반 30~40m 전력질주에서 가속력이 결정되는 종목이라 하체 근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스쿼트(역기를 들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 무게를 240㎏까지 늘리면서 얻은 자랑스러운 숫자다. 팔굽혀펴기도 하루에 1,000개를 넘게 했다. 윤성빈은 썰매 입문 직후 운동과 함께 ‘미친 듯’ 먹어야 했다. 일정 수준의 무게가 뒷받침돼야 빨리 내려올 수 있기 때문. 하루 여덟 끼씩 먹었다. 윤성빈은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거의 기절할 만큼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15~16㎏ 늘리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 몸무게는 86~87㎏이다.



현재 평창 트랙의 트랙 레코드는 윤성빈이 올림픽 4차 시기에 찍은 50초02다. 꿈의 40초대에 근접할 만큼 놀라운 기록이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평창 트랙에서 준비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기록과 거의 똑같이 나왔다. 400번 가까이 타면서 연습한 그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딸이 둘인 이 감독은 지난 한 해 집에 들어간 날이 17일밖에 안 된다. 대표팀에 ‘올인’했다.

2014년 영입한 리처드 브롬리(영국) 주행·장비담당 코치, 심리 강화를 위해 전문가(김창옥 교수)를 섭외한 전기범 선수촌 스포츠의과학부장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들이다. 윤성빈은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우리가 해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올림픽이 끝이 아니다. 우리 종목에도 (김연아 키즈처럼) ‘키즈’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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