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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소재 소설 펴낸 '핀란드 국민작가' 퀴뢰 "평창이 '核 광기' 없는 한반도 길목되길"

괴짜 할아버지 '그럼프' 통해

전쟁위기 몰아가는 北·美 비판

존 레논이 노래한 '이매진'처럼

힘들어도 전쟁없는 세상 꿈꿔야

핀란드 소설가 투오마스 퀴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은 ‘핵 광기’를 멈추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뿌리내리기를 바랍니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소재로 한 소설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를 출간한 핀란드의 국민 작가 투오마스 퀴뢰(44·사진)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올림픽의 목적은 결국 스포츠를 매개로 인류의 만남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퀴뢰는 “당장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상대를 할퀴는 거친 말들이 오가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지구촌 축제가 열리는 아이러니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이번 소설의 집필 동기를 밝혔다. “10대 시절 취미 삼아 태권도를 배우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한국과 핀란드는 전쟁의 참화를 겪고 나서도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미사일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북한 정권을 보면서 ‘그럼프 노인’을 한반도로 보내고 싶은 유혹을 느꼈습니다.”

핀란드 작가 투오마스 퀴뢰가 지난해 8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작품 속 캐릭터인 ‘그럼프 노인’과 같은 복장을 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퀴뢰는 핀란드 국민 500만명 중 50만명이 읽었다는 ‘괴짜 노인 그럼프’ 시리즈를 쓴 스타 소설가다.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는 매사에 불만투성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그럼프가 서울에서 유학 중인 손녀를 만나러 헬싱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서 시작한다. 동계스포츠 전문가이자 스키 제작 장인인 그럼프의 옆자리에 하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이 앉으면서 좌충우돌 여행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80대 노인 그럼프의 입을 빌려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는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를 동시에 비판한다. 북미 양국의 최고 권력자를 ‘대걸레 머리를 한 양키 대통령’과 ‘뚱뚱한 소년’이라고 풍자하고 조롱하면서 “당장 허풍으로 가득한 말다툼을 멈추라”고 경고한다.

작가는 본격적인 소설 집필에 돌입하기 전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30도를 훌쩍 넘는 한여름이었지만 그럼프처럼 털모자를 쓰고 서울과 평창·강릉을 둘러봤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소설책 뒷부분에 ‘괴짜 노인의 한국 탐방’이라는 제목을 달고 부록처럼 실려 있다. 퀴뢰는 당시 취재를 하면서 한국인들에게서 안보 불감증에 걸린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핵무기를 통한 북한의 위협이 한국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학교는 수업을 하고 직장인들은 일을 하며 아이들은 자라고 있더라”며 “광기로 무장한 ‘화난 아저씨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작가의 이런 생각은 소설에도 분명히 표현돼 있다. 그럼프는 서울로 떠나기 전 손녀에게 전화를 걸어 “공중에 폭탄이 날아다니거나 길거리에 공격용 소총을 든 남자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손녀는 “한국인들은 북한의 소란을 진짜 위협이라기보다는 속임수로 여기는 것 같다”며 “북한에 있는 ‘김씨 가족’을 늘 화가 난 외삼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심드렁하게 답한다.



핀란드 작가 투오마스 퀴뢰가 지난해 8월 강릉의 빙상경기장에서 작품 속 캐릭터인 ‘그럼프 노인’과 같은 복장을 하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소설의 결말에서 그럼프는 평화와 화해를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편지를 비둘기의 등에 묶어 날려 보낸다. 수신인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 그럼프는 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허풍은 당장 그만두고 뒷마당으로 가서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보십시오. 편지를 받았다면 적어도 비둘기 한 마리는 있을 겁니다. (중략) 그 나비며 비둘기며 뒷마당이며 산이며 식물들을 오랫동안 쳐다보십시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십시오. 여전히 이 모든 것을 수소폭탄 곤죽으로 만들고 싶은지요?”

주인공의 편지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 작가는 “나의 바람을 그대로 책에 쓴 것”이라며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힘들지만 자신만의 이익을 얻는 일보다는 항상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퀴뢰는 이번 소설에서 주인공이 아이스링크에 관중석에 앉아 존 레논의 오랜 명곡인 ‘이매진’을 듣는 장면을 쓰면서 김연아 선수의 피겨 연기를 떠올렸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작가는 “한국이 낳은 ‘피겨 여왕’인 김연아 선수가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이매진’의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노래를 꼭 작품에 써먹으리라 마음먹었다”고 돌이켰다. “존 레논은 ‘이매진’의 가사를 통해 전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노래하지요. 비록 아직은 요원하고 실현이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아가야 합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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