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출구 못찾는 한국GM]일자리·지역경제 적시해 手 읽힌 경제팀...칼잡이가 없다

"한계기업도 지원" 메시지로 GM에 여론전 빌미 줘

구조조정 주무부처 된 산업부, 경험 적어 끌려다닐수도

"여론 연연않고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 줄 '프로' 필요"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한국GM 문제와 관련, “주무부처는 산업부이고 조율은 기재부가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안 결정을 위한) 플랫폼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일지, 경제현안점검회의가 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주무부처는 산업부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에 따른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시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문제가 되면 해당 기업을 죽이지 않고 살리겠다(산업논리)는 게 뼈대다. 이번 건에서 보듯 구조조정 주무부처도 금융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한국GM 사태에서 정부에 독이 되고 있다. 일자리와 지역 경제를 고려한다는 논리가 거꾸로 제너럴모터스(GM)에 우리 수를 다 드러낸 꼴이 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GM이 제시한 1차 데드라인(2월 말)이 9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정부는 데드라인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8일 “(GM과의) 협의는 지금도 하고 있으며 진행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며 “이달 말 데드라인은 그들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6월 지방선거가 있는 데다 일자리와 지역 경제라는 두 개의 사슬을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 탓이다.지난 13일 GM의 군산공장 폐쇄 방침이 알려진 뒤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일자리와 지역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GM 측과 지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지원을 염두에 둔 문구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연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을 방문했고 구조조정 중인 성동조선과 STX조선해양은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자리와 관계된 업체는 한계기업이라도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GM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서 여론전을 펼수록 더 좋은 지원조건을 받아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제대로 된 칼잡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 산업경제장관회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 경제부총리는 “‘산경장’일지, 경제현안점검회의가 될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대주주(17.02%)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민간전문가 중심의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상황을 점검한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방향이다.

부총리가 주무부처라고 지목한 산업부는 구조조정 경험도 적다.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의 SK로의 매각에 목소리를 냈을 뿐 구조조정을 주도해본 사례가 사실상 없다. GM 같은 고수를 상대하기에 벅찰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도 “실사를 한다” 이 외에 다른 입장이나 대응책이 없다. GM을 압박하는 발언도 전무하다. 반면 금융당국은 논란이 있지만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대우조선해양 등 수차례 구조조정 작업을 해왔다. 특히 정부는 15일 한국GM과 관련된 직간접 일자리가 30만개가 아니라 15만6,000개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한국GM 자체에 1만6,000명, 1차 협력사 301개사에 약 9만3,000명이 일한다는 것이다. 1차 협력사 중 전속협력사(한국GM에만 납품하는 업체)는 86개사 1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관련 일자리가 30만개라는 기존 예상보다 파급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의미지만 여론에 신경 쓰느라 정작 정교한 대응책은 못 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앞서 정확한 사실관계부터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지역에 있는 자영업자들과 그들에 대한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단순히 15만6,000개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제팀에 구조조정 ‘프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중심의 구조조정도 좋지만 구조조정은 작은 실패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일자리 도그마에 갇혀 GM에 ‘묻지마 식’ 지원이 이뤄질 경우 수천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이헌재 부총리는 카드사태 때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내키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철없는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줬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선업과 한국GM 건을 보면 제대로 된 구조조정 의지가 있는지 또 이를 수행할 능력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