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 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저지른 유한킴벌리가 법률을 이용해 ‘을’인 대리점에 처벌을 떠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135억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조달청 등 14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마스크, 종이타월 등 41건의 위생용품 입찰에 참여할 때 가격 공유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으며 공정위는 이에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원, 23개 대리점에는 총 3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 본사가 실제 납부하는 과징금은 ‘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종업원 수가 10명 전후인 영세한 대리점들만 과징금 수천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유한킴벌리가 과징금을 내지 않는 이유는 ‘리니언시’ 제도 때문이다. 리니언시는 담합 가담자가 먼저 자수할 시 제재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먼저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하는 기업에 과징금과 검찰고발이 면제되는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대리점과의 담합을 공정위에 스스로 신고했고 리니언시를 적용받게 됐다.
유한킴벌리 본사와 대리점은 ‘갑을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대리점은 본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다. 담합을 통해 대리점이 입찰을 따내면 본사로부터 물품을 받아 공급하게 된다. 담합은 본사에 이중으로 이득이 되지만 적발될 시 대리점만 처벌을 받는 셈이다. 대리점들은 대부분 위법 사실인지를 모르고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가 정보를 준 것으로만 알았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사가 스스로 신고해 자신만 처벌에서 쏙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핵심적으로 움직인 것은 본사 직원이었고 우리는 법률에 무지했다”면서 “명예를 소중히 여겨 법을 위반해 본 적이 없는데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유한킴벌리 측은 담합 사실이 드러나자 “깊이 반성한다. 안타깝게도 당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대리점과 달리 불이익을 전혀 받지 않음에도 처벌을 받는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논란이 확대되자 같은 날 ‘제2차 회사 입장’을 내놨다. 유한킴벌리는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 확인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면서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를 확인 후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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