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향기] 강릉 오죽헌

보물 제165호 강원 강릉 오죽헌.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의 여류 예술가로 명성이 높은 신사임당(1504~1551)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의 오죽헌은 보물 제165호로 지정돼 있다. 집은 조선 시대 문신이던 최치운(1390~1440)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세기 후반에 지어졌으니 한국의 주택건축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꼽힌다. 최치운의 차남 최응현이 이 집을 사위이자 신사임당의 외조부인 이사온에게 물려줬다.

보물 제165호 강원 강릉 오죽헌. /사진제공=문화재청

집 주변을 검은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오죽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남향의 오죽헌은 앞면 3칸, 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대청마루 옆에 온돌방이 있는데 ‘몽룡실’이라고 불리는 이 방에서 이이가 태어났다. 사임당 신씨는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현모양처의 표상 같은 인물이다. 신씨의 아들 이이는 조선 시대에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룬 훌륭한 학자로 이름을 남겼다.

보물 제165호 강원 강릉 오죽헌 내 몽룡실과 신사임당 초상. /사진제공=문화재청

오죽헌 안에는 ‘율곡매’라고 이름 붙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꽃 색깔이 연분홍인 홍매이며 건물이 들어서던 1400년께 같이 심겨 신사임당과 율곡이 직접 가꿨다고 전해지는 나무다. 3월 하순께 꽃이 피면 오죽헌 일대에 은은한 매향이 퍼지고 다른 매화나무에 비해 훨씬 알 굵은 매실이 달려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관리되고 있다. 신사임당은 이 나무를 ‘고매도’ ‘묵매도’ 등으로 화폭에 담았고 큰딸의 이름을 매창(梅窓)이라고 지었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조상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