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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낼 것 같다던 차민규, 최고 무대서 ‘대형사고’ 쳤다

■ 남자 빙속 500m 은메달

19살 때 쇼트트랙서 빙속으로 전환

발목 인대 부상 딛고 실력 일취월장

10여 년간 ‘만년 유망주’서 벗어나

생애 첫 올림픽서 ‘깜짝스타’ 등극

차민규가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강릉=권욱기자.




마치 이 무대 하나만을 기다려온 고독한 승부사 같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록을 확인한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미소도 띠지 않은 채 당당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차민규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빙속) 경기장인 강릉 오벌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19일 열린 남자 500m 경기에서 34초42를 기록, 노르웨이의 호바르트 로렌트젠(34초41)에게 불과 0.01초 뒤진 은메달을 따냈다. 3위는 34초65의 가오팅위(중국). 한국 빙속 남자 500m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온 것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모태범(대한항공) 이후 8년 만이다. 모태범은 이날 35초15의 16위, 김준호(한국체대)는 35초01로 12위를 차지했다.

14조 아웃코스에서 출발한 차민규는 초반 100m를 9초63의 평범한 기록으로 끊었지만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로 올림픽 타이기록(2002 솔트레이크시티)을 세웠다. 16조의 로렌트젠이 간발의 차보다도 작은 차이로 차민규를 제쳤지만 이후 나온 선수들은 이 기록을 넘지 못했다.

어릴 때 유독 코피를 많이 쏟는 등 허약한 아이였던 차민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하며 남다른 승리욕을 발견했다. 하지만 쇼트트랙에는 차민규 말고도 좋은 선수가 너무 많았다. 몸싸움도 싫었다. 차민규는 한국체대 진학을 앞두고 빙속으로 전향했다.

차민규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유망주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보낸 시간도 벌써 10여년. 유망주라는 수식어 앞에는 서서히 ‘만년’이라는 달갑지 않은 꾸밈말이 따라붙고 있었다. 차민규는 최고 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 같았다. 2014년 소치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 발목 인대를 크게 다쳤다.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얘기도 들렸다.



차민규는 그러나 스케이트를 벗는 대신 오기를 덧신었다. TV로 소치올림픽을 보며 4년 뒤를 별렀다. 초반 스퍼트와 파워를 늘리는 데 몰두한 차민규는 2016년부터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그해 1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을 눌렀다. 한 달 뒤에는 동계체전 500m에서 대회 신기록으로 또 우승했다. 삿포로아시안게임 동메달, 지난해 12월 월드컵 3차 대회 은메달 등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올림픽을 코앞에 둔 12월 월드컵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인 34초314를 찍었다. 금메달 선수와는 불과 0.001초 차였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차민규는 어쩌면 메달도 가능한 다크호스로 꼽혔다. 물론 대표팀 내 다른 스타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선수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사실 별로 없다. 평창올림픽에서 아마 기억에 남을 일이 있을 것 같다”고 했던 차민규는 말한 대로 최고의 기억을 아로새겼다.

좀처럼 말이 없고 웃음도 적은 차민규는 경기 후 “메달권 안에 들었다는 사실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벅차다”고 했다. “어느 정도 짐작한 기록이 있었는데 그 기록이 나와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밝힌 그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다쳤던 일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했다. 철저히 준비했다.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말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저보다 잘 타는 후배들도 많으니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국 남자 빙속은 김민석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1,500m 동메달을 따낸 데 이어 차민규도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김민석의 활약을 보고 “나도 일 한번 내보고 싶다”고 말했던 차민규는 그 말대로 생애 첫 올림픽에서 단단히 ‘사고’를 쳤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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