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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미넥스트(MeNext)





미국은 술보다 총기 사기가 쉬운 나라다. 주마다 규제 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술은 21세 이상이어야 구매할 수 있는 반면 소총은 18세 이상이면 구입할 수 있다. 미국이 유달리 총기 규제에 느슨한 것은 건국 과정의 독특한 유산에서 비롯된다. 독립전쟁과 서부개척 시절을 거치면서 자신과 가족·재산을 지키는 데 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1791년 제정된 미 수정헌법 2조에 개인의 총기 무장권이 명문화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14일 미 플로리다주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으로 17명이 숨진 참극에 미 전역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범인은 이 학교 퇴학생으로 19세에 불과한데도 AR-15라는 반자동소총을 합법적으로 구매했다. 이 소총은 서방 군대의 개인화기인 M-16의 원형일 정도로 살상력이 뛰어난데도 그가 구입하는 데 고작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느슨한 규제에는 워싱턴 정가의 ‘검은 커넥션’도 한몫을 한다. 바로 1871년 창설된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력이다. NRA는 회원 수 500만명에 연간 최소 1억달러의 자금을 쏟아붓는 최대 이익단체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협회는 2016년 대선에서 총기 옹호론자인 트럼프 진영에 1,140만달러를 썼지만 민주당 클린턴 후보 반대운동에는 이보다 많은 1,970만달러를 투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총기규제 법안을 부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 전역에 애도의 물결이 넘치는 가운데 미 10대들의 분노가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바 미넥스트(MeNext)운동이다. 뉴욕의 한 고교생이 총기난사 사건 이틀 뒤인 16일 ‘#MeNext?(다음은 나인가?)’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성폭력 피해 폭로 운동으로 번졌던 ‘미투(#MeToo)’ 열풍에서 착안한 이 운동은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정치인 낙선 캠페인으로 진화할 태세다. 총이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식의 트럼프 트윗이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때마침 올 11월에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했던가. 꿈쩍도 않는 워싱턴 정가를 이번에는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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