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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은 걸그룹 춤...남학생들엔 여장...근절 안되는 대학 새내기 강제장기자랑

서울대 등 "강요 않겠다" 선언불구

일부 대학선 악습 여전히 이어져

대학가에서 남녀 신입생에게 짧은 옷을 입히고 걸그룹 춤을 추게 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와 아주대 등에서 강제로 장기자랑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 학생회는 감시를 피해 비밀 유지를 당부하면서까지 악습을 재연하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 예술대학 A학과는 이달 초 신입생 단체카톡방을 만든 뒤 ‘빨간맛’ ‘피카부’ 등 걸그룹 노래에 맞춰 단체 춤 장기자랑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명목상은 자율이었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참석하라”거나 “매년 모두가 참석해 왔다”고 압박해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신입생들은 새내기 MT가 열리는 오는 27일까지 따로 모여 안무를 연습하고 옷도 맞춰 입어야 한다.

충북대 단과대별 신입생 환영 축제인 ‘해오름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원수가 많은 학과는 자발적 신청을 받지만 정원이 적은 학과들은 반강제로 신입생들을 3~5일간 따로 불러 집중 연습을 시킨다. 지난해에는 여학생 5명이 짧은 치마를 입고 걸그룹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신입생 남학생에게 여장을 시키는 세종대 인문과학대학의 ‘미스인문대’ 오리엔테이션(OT) 행사도 성차별과 인권침해 논란을 낳았지만 올해도 OT 계획에 잠정 포함돼 있다. 이를 지적하는 글이 지난 18일 세종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오자 일부 학과 학생회 위원들은 “(제보자를) 찾아서 숙청해 버리자”며 험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신입생 장기자랑 논란이 불거지자 신입생과 재학생 사이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A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김모(27)씨는 “해마다 수백 명씩 되는 신입생을 데리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장 쉽고 재미있게 준비하는 게 신입생들에게 분위기 띄우라고 하는 방법”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신입생들은 강제 장기자랑을 고발하는 글을 각 대학 익명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대 신입생 B(21)씨는 “우리의 창피함을 재미 삼아 분위기를 띄우는 게 정말 우릴 위한 OT냐”며 “덜 친해져도 되니 모두가 긴장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권위적인 캠퍼스 문화를 바꾸려면 학생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주대 사회과학대 총학생회는지난달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64.8%의 반대표가 나오자 관행적으로 유지했던 강제 장기자랑 제도를 폐지했다. 장기자랑이 예정됐던 1시간은 재학생들의 음악공연과 신입생·재학생 레크리에이션 시간으로 대체했다. 아주대 사회과학대 관계자는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배의 의사와 신입생의 명확한 자기표현이 이룬 결과물”이라며 “수평적인 만남의 장이 되도록 창의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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