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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프랜차이즈 무너뜨리는 마진 공개

이성훈 세종대 프랜차이즈 MBA 교수

차액가맹금, 본사 폭리로 규정

기업활동·시장경제 근간 무시

포퓰리즘 정책으론 산업만 위축

충분한 공론화 과정 뒷받침돼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프랜차이즈 산업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가맹 본사가 납품업체로부터 구입한 가격에서 가맹점에 공급한 가격의 차이인 ‘차액가맹금’을 부당 이익으로 편취하고 있으니 차액인 마진을 공개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차액가맹금은 기존 가맹사업법과 시행령에 없는 용어로 이번 시행령 개정의 ‘별표1(정보공개서의 기재사항)’에 급조됐다는 것이 문제다. 공정위는 한 산업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중요한 내용을 업계·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 입법과정도 없이 손쉬운 시행령 별표 개정으로 규정해버렸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유통마진을 가맹금으로 수취하는 불투명한 방식으로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가맹점주가 차액가맹금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맹 본사가 부당하게 가맹점으로부터 폭리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유통마진을 공개하라는 것이 요지다. 거래가 있는 곳에 이윤이 발생하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활동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거래에서 적법한 마진을 문제 삼는다면 이는 기업에 영리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유통의 기본원리에 ‘총거래 수 최소화의 원칙’이 있다. 개별 매장이 독자적인 구매활동을 하면 사회적 총비용이 상승한다. 프랜차이즈는 총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맹 본사가 개입해 총거래 수를 최소화함으로써 유통의 효율성을 촉진하는 마케팅시스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프랜차이즈 유통의 원리와 사회적 역할을 기본부터 무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맹 본사의 가맹점 공급가가 아니라 그 제품을 구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한 가맹점의 매출이익률이다. 그리고 공급하는 제품의 차별성, 가맹점이 직접 구매할 경우 발생할 구매비용과 기회비용 등이다. 마케팅과 유통 총비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이 로열티로 운영돼야 한다고 하나 로열티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유일한 수익 모델이 될 수는 없다. 이는 전적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의 독창적 수익모델 전략의 차원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결정할 문제다.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합리적 이윤 동기마저 왜곡하고 있다.

공정위는 차액가맹금이 가맹희망자가 알아야 할 필수적인 정보라고 말한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데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라면 모든 경제활동에서 소비자든 기업이든 거래할 때 거래 상대방에게 공급하는 제품에서 얼마의 마진이 남는지 공개하고 거래하라는 것과 같다.

마진은 단순히 매출가에서 매입가를 뺀 차액이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브랜드 가치가 내재된 복합적인 개념이다. 독창적 수익모델을 개발해 마진을 추구하는 것을 잘못으로 규정한다면 명품도 벤처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사회적 공공재가 아닌 이상 가격과 마진의 결정은 보호돼야 할 기업활동의 핵심적 마케팅 영역이다.

또 정보 비대칭 해소에 필요한 것은 마진 공개라는 해괴한 정보가 아니라 가맹점에 안정적인 수익과 성공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인지, 가맹본부가 전문적인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는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지에 관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공정위의 이번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해에 이은 ‘프랜차이즈 산업 죽이기 시즌2’일 뿐이다. 프랜차이즈를 갑을관계 프레임으로 엮어 포퓰리즘성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산업 위축만 초래할 뿐이다. 공정위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합리적인 정책을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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