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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장병 46명 목숨 잃었는데...주범과 만난다는 文대통령

<靑, 北김영철 방남 허용 논란>

"제재 무력화 北 노림수에 말려들어" 비판

한미공조 균열에 남남갈등까지 유발 가능성

트럼프와 협의 한다지만 美강경파 반발 클듯

마이크 펜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지난 9일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연합뉴스




지난 2013년 3월2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전략미사일부대의 화력타격 작전회의에 참석한 김영철(빨간 원) 당시 정찰총국장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침몰했다. 우리 장병 46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최연소 희생 장병은 불과 19세였다. 그런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다. 고위급대표단장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도 만나게 된다. 심지어 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22일 이 같은 북한의 김 부위원장 파견 통보를 ‘대승적 차원’이라며 전격 수용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부의 대북 처사가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올림픽이 비핵화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던 당초 기대와 달리 결국 북한의 제재 무력화 통로로 전락하고 한미 공조 균열, 남남갈등까지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김영철 방남 수용에 대해 우선 제기되는 비판은 대북제재가 또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명분으로 마식령 전세기와 만경봉92호를 이용해 하늘길과 바닷길 대북제재에 구멍을 냈다. 이어 최휘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올림픽 개막식에 보내 유엔 제재에 예외 사례를 만들었다. 최 부위원장은 유엔의 여행금지 대상 인물이다. 김 부위원장 역시 우리 정부 독자제재 대상일 뿐 아니라 미국 독자제재 대상이다. 정부는 김 부위원장이 금융제재 대상일 뿐 여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재 명단에 오르게 된 배경은 더 큰 문제다. 미국은 2010년 정찰총국과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을 미국 방문금지 대상에 올렸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점에서였다. 또 김 부위원장은 북한 내 대남통 중에서도 대표적인 강경파로 천안함 폭침은 물론 연평도 포격, 북한의 사이버테러 등 여러 대남 도발 사건의 배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와 평화적인 이미지로 바꾸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에 가거나 문 대통령과 만나는 과정을 미디어에 노출시켜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 교수는 “우리 쪽에서 북측 인사라면 누구라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김영철을 내려보내도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하리라고 북한이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이 지난달 평창 참가를 결정한 후 고위급대표단 예상인물로 여럿이 거론되는 과정에서도 김 부위원장은 천안함에 대한 여론 부담 때문에 방남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한미관계에 갈등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림픽 개막식 당시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박3일 일정 중 특별히 평택 2함대 사령부를 찾아 천안함을 살펴보고 브리핑까지 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의 천안함 폭침 인물 방남 수용은 미국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천안함 앞에서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을 당한 천안함이 내 뒤에 있다”면서 “국제사회와 유엔조차 북한이 그 공격에 관여했음을 확인했는데도 북한은 여전히 이 배의 침몰과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한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북한 정권의 참상을 알리겠다며 탈북자도 평택 현장에서 만났다. 이런데도 우리 정부가 되레 천안함 주범을 쉽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미국 입장에서는 혼란은 물론 강경파의 경우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는 점만 여러 채널을 통해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한반도 평화 정착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동계올림픽 폐막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것인 만큼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과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낮지만 우리도 이번 기회에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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