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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범위 넓은 기초과학, 작아도 꾸준한 투자 필요"

포스코청암상 수상 '그래핀 최고 권위자' 손영우 고등과학원 교수

'나노리본 전기장으로 자성 제어'

이론적 토대 세계 최초 규명 성공

유연한 사고·끈기 키우는 교육

훗날 노벨상 수상 밑거름 될 것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그래핀 이론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손영우(46·사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유연한 사고와 끈기를 꼽는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자질을 갖춘 이중적 성향이 자연과 우주물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초과학 연구자의 바탕이 된다는 의미다. 손 교수는 지난 2월 포스코청암재단이 매년 과학기술 발전 공헌자 등에게 수여하는 포스코청암상의 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손 교수는 “기초과학은 응용과학보다 다양한 분야로 연구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초고압처럼 극단적 환경에서의 물질성질 변화 등을 더 깊게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노 물질의 성질을 규명하는 응집물리 이론을 20여년간 연구해온 그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독창적 연구 성과 등으로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래핀은 연필심으로 쓰는 흑연을 구성하는 탄소를 얇게 2차원으로 펼친 소재다. 전자 이동 속도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르다. 그동안 탄소 같은 가벼운 물질의 자성 연구가 이어져왔는데 손 교수는 그래핀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로 작게 잘라낸 나노리본에 자기장이 아닌 전기를 흘려 자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그는 “그동안 과학계에서 나노 물질의 전자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나노리본 연구로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핀처럼 원자물질의 2차원 성질 연구가 발전하면 현재의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성능을 수천 배로 키울 수 있지만 손 교수는 산업 응용 분야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그는 “연구할 때 산업적으로 어떻게 쓰일지 예측하지 않는다”며 “물질을 원자수준 두께로 만들 수 있는 지금 이론물리학자들은 지금껏 규명되지 않은 물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주의 물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고체물리학으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2008년부터 고등과학원 교수를 맡아왔다.

그는 기초과학 발전의 첫걸음을 연구 초기의 제대로 된 지원에서 찾는다.



그는 “세계 톱랭크 대학들은 30대 과학자들이 스스로 연구 그룹을 꾸릴 정도로 대학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며 “이번 수상도 고등과학원의 지원 덕분이지만 학문 과정상 허리에 해당하는 박사 학위 후 연구 과정에서도 대체로 우리 대학의 투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기초과학 예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필요한 곳에 충분히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연구 현장의 과학자들이 느끼는 아쉬움이다. 손 교수는 “대체로 대형 연구과제가 많고 거기에 예산이 집중되는데 기초과학은 소규모의 장기 투자계획이 필요한 분야”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 기초과학의 미래에 긍정적이다. 철만 되면 나오는 노벨상도 당장은 힘들지만 가능하다는 것. 그는 “일본은 1850년대 최초의 서구 유학파들이 귀국한 후 그 제자의 제자들 때가 돼서야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며 “우리도 과학기술의 수준이 올라 매년 수상자 후보를 배출하고 평생 한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가 여러 명 나온다면 지금 젊은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손 교수는 “우리는 대입을 위해 200년도 더 된 수학 문제 풀기에 매달려 있다”며 “과학영재를 인위적으로 키우기보다 한 분야를 꾸준히 파고 자유로운 생각으로 즐기는 인재를 육성하는 쪽으로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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