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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 뮤지컬 동지 왕용범·유준상…"삼총사 의리처럼 다시 뭉쳤죠"

첫 인연 맺은 '삼총사' 10주년 특별공연 의기투합

새내기연출자·중견배우로 서로 존중하며 만들었던 뮤지컬

이젠 흥행보증수표로 극 올려…"20주년 공연도 꼭 해야죠"

뮤지컬 ‘삼총사’의 왕용범 연출과 배우 유준상이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권욱기자




십년지기. 친구 사이라면 10년의 우정은 흔한 일이지만 뮤지컬 배우와 연출의 인연으론 흔치 않다. 그것도 연출가가 일생의 도전에 나설 때마다 반드시 한 배를 태우고야 마는 배우가 있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대형 창작뮤지컬의 잇따른 성공으로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로 우뚝 선 왕용범(44) 연출과 배우 유준상(49)이 함께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두 사람이 함께 한국 뮤지컬 도전의 역사를 써내려 간지도 10년 됐다는 얘기다. 올해 두 사람은 인연을 맺어준 공연 ‘삼총사’의 10주년 특별공연을 통해 흘러간 시간을 되새겨보기로 했다. 2008년 초연 당시 왕용범은 조촐한 경력의 젊은 연출자,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 ‘아토스’ 역을 맡은 유준상은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중인 중견 배우였다. 이제는 믿고 보는 연출이 된 왕 연출과 그의 걸음마다 묵묵히 보폭을 맞췄던 유준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고 지난 2일 인터뷰에 나섰다. 유준상은 왕 연출에게 ‘연출님’ 왕 연출은 유준상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깍듯이 썼다. 아티스트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시작은 서로에 대한 찬사였다. 빈말이 아니었다. 유준상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고 캐릭터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왕용범 뮤지컬에 계속 출연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끊임없이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라며 “10년 전 왕 연출은 30대 초반의 젊은 연출가였지만 그의 빈틈 없는 연출지시를 보고 첫 연습에서 ‘이 사람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뮤지컬 ‘삼총사’의 배우 유준상이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권욱기자


왕 연출의 공연 준비는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보통 개막 1~2주 전 런스루(run-through·처음부터 끝까지 중단하지 않고 실제처럼 하는 연습)를 진행하는 여타 프로덕션과 달리 왕 연출은 개막 당일부터 완성된 공연을 보여준다는 목표로 최소 4주간 런스루를 진행한다. 이 스케줄을 맞추려면 배우들은 연습 시작 2주만에 대본을 완벽하게 외우고 바로 동선을 맞춰야 한다. 장면을 맞추는 시간을 단축하고 배우가 작품에 젖어 들고 익숙해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생명력 있는 캐릭터가 나온다는 믿음 탓이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에 따라 다른 색깔을 내는 왕용범 뮤지컬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

새내기 연출자 시절엔 배우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혼자 눈물 흘린 적도 많았단다. 그러나 연습실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유준상이 합류하곤 얘기가 달라졌다. 특히 호흡을 맞췄던 배우, 스태프들과 주로 작업을 이어가는 왕 연출에게 유준상은 극단장 같은 사람이다. 왕 연출은 “배우를 잘 알수록 많은 걸 끄집어낼 수 있다는 믿음 탓에 일종의 극단 체제를 고집하는데 유준상은 그 체제의 중심축”이라며 “가장 먼저 대본을 외워오고 연습 분위기를 바로 잡아주는 선배 덕분에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체코 뮤지컬을 스몰 라이선스 형태로 들여와 왕 연출이 재창작 수준으로 다듬은 ‘삼총사’는 당시 일본에도 진출하며 뮤지컬 한류의 주춧돌을 놓았다. 지금도 당시 일본 무대에 섰던 유준상, 엄기준, 신성우 등을 만나러 일본 팬들이 한국을 찾는다. 왕 연출은 “초연 직후 일본에 초청됐고 일본 관객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 보는 문화가 생겼으니 한류의 시초가 된 작품”이라며 “일본 관객들의 환호성을 보며 한국 관객보다 조용하다는 편견이 단박에 깨졌다”고 돌아봤다.

뮤지컬 ‘삼총사’의 왕용범 연출과 배우 유준상이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권욱기자




오는 6월 ‘프랑켄슈타인’ 재연을 앞두고 왕 연출은 ‘삼총사’ 재연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프랑켄슈타인 일본 초연에서 호평을 받았고 독일, 중국, 대만 등 세계 시장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터라 월드 쇼케이스 차원에서 국내 공연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3개월에 걸친 유준상의 강력한 설득에 왕 연출이 손을 들었다. 초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다시 모아온 건 유준상의 힘이었다. 왕 연출은 “막상 하고 보니 20주년 공연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환갑에 이른 삼총사 콘셉트로 대본을 수정해서라도 이 작품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웃었다.

10년이 흘러 다시 작품을 만난 유준상 역시 감회가 새롭다. “프랑켄슈타인과 벤허에서 인간이 무엇인지,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사람인지 매일 밤 고뇌하다 보니 그새 저 역시 성숙했나 봐요. 10년만에 삼총사 대본을 다시 들여다 보니 대사가 더 선명하게 와닿고 삼총사의 의리가 정말 깊은 우정과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 깊이 다가오더라고요.”(유준상)

3~4년 뒤 작품 계획은 배우와 공유하는 왕 연출 스타일답게 두 사람의 다음 도전도 이미 정해졌다. 단테의 ‘신곡’이다. 왕 연출은 “프랑켄슈타인, 벤허와 함께 ‘신(神) 3부작’의 완결판이 될 작품”이라며 “유준상은 신이 되려 한 남자, 신을 만난 남자, 신을 죽여야 하는 남자를 모두 연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연출이 유준상을 모델로 구상중인 작품이 또 있다. 유준상의 팔순을 기념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모노 드라마 형식의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선보이고 싶단다.

왕 연출은 “버킷리스트에서 벤허는 죽기 전에 올릴 작품이었는데 선배님을 보며 ‘혼자 배 위에서 바다와 싸워줄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 ‘노인과 바다’로 계획을 수정했다”면서 대뜸 유준상을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때까지 발성연습 게을리 하지 마세요.” 눈물 많기로 소문난 유준상의 눈에 물기가 비쳤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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