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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건축물 비결이요? 최고 아닌 최적의 건축구조 덕분"

■ GBC 설계총괄 김종성 건축가 인터뷰





지난 1983년에 준공된 ‘남산 힐튼호텔’은 서울 4대문 안에 위치한 오성급 호텔 중 한국인 건축가가 최초로 설계한 건축물이며 전 세계에 위치한 힐튼호텔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에 완공된 종로구 서린동의 ‘SK서린빌딩’은 지은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근에 지어진 오피스 빌딩 못지 않은 세련미를 뽐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들어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국내 최고층 건축물로 향후 수십년 간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0여년 이라는 긴 시차를 두고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자리잡은 이 건축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김종성(82)이라는 건축가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 씨와 고(故) 김중업 씨의 뒤를 잇는 한국 근대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종성 건축가는 지난달 말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오라카이 스위츠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축물이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최고(best)가 아닌 최적(optimum)의 건축 구조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좋은 건축물은 다양한 사람들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야 한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물론이고, 건축물을 이용하거나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인정해야만 비로소 좋은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고가 아닌 최적의 건축물을 추구하는 김종성 건축가의 건축 철학은 건축주와 건축물이 서 있는 대지,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어느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하나의 건축물에 기대하는 다양한 요구들을 조화롭게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는 “건축주의 설계 지침에 따라 건축물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건축물이 세워질 부지의 환경을 이해하고, 최적의 건축 구조를 구사해서 이를 구현하는 과정으로 설계를 한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기능부터 부지 환경 등 이해 필수

주변 맥락·유연성 고려해야 가치 유지

GBC도 사옥 넘어 사회에 도움되게 설계

재능있는 젊은 건축가 설자리 많아졌으면





이 같은 김종성 건축가의 건축 철학은 특히 대형 건축물을 짓는 건축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남산 힐튼호텔을 짓기 위해 그를 직접 영입했으며, SK그룹, 현대차그룹, 효성그룹 등이 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그를 찾았다. 김종성 건축가는 “도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입자가 작은 건축물을 짓는 건축주들 보다는 기업의 위상에 맞는 입자가 큰 건축물을 원하는 건축주들이 많이 찾아왔다”며 “영구적이고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가치들을 원하는 기업들과 제 건축 철학이 부합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건축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만 판가름 난다”며 “건축적인 가치가 단명하지 않고 오래도록 건축적인 아름다움이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들어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하나의 건축물이 가지는 가치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퇴색되고 있다. 김종성 건축가는 이 같은 시대에 건축물이 오래도록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유연성과 맥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건축가는 “과거에 비해 철골로 짓는 구조의 수명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지만 용도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달라지는 용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보편적인 유연성을 생각해서 설계하는 게 중요하며, 아울러 주변의 맥락과 어울리는 건축물이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GBC에 대해서도 “주변의 코엑스와 삼성동의 위상,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라는 맥락에 어울리는 건축물이 되도록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자연과 인간, 테크놀로지를 융합한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사옥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건축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GBC와 관련해서는 서울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꼭 필요한 건축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초고층 건축물이 어느 도시에나 적합한 건물 유형은 아니지만 서울과 같이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필수적”이라며 “한국에서는 서울을 포함해 부산, 인천의 경우 도시의 전체적인 균형을 위해 초고층 빌딩이 선별적으로 들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 건축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나타냈다. 젊은 건축가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미래 한국 건축을 이끌 인재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성 건축가는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 젊은 건축가들의 능력과 안목은 월등하게 높아졌다지만 경제가 침체되어 있어 젊은 건축가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건축사무소들이 신입 직원들을 뽑지 않고 조직을 축소하면서 건축가들이 타 분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길어지면 건축업계의 인적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최근 건축전문지를 보면 작은 입자의 좋은 건축물들이 정말 많다”며 “능력과 안목을 지닌 젊은 건축가들이 도시 경관에 중요한 길목을 차지할 수 있는 건축물들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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