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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권력구조 개헌론에 대한 하나의 우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중임·분권형제 놓고 다투지만

권력구조만 바꿔선 의미 없어

정책정당화·상향식 공천제 등

정치 체질 개선부터 논의해야





무릇 헌법과 같은 국가의 전체적인 정치작동 원리를 규정하는 기본법의 개정시도는 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만큼이나 이러한 개정이 의도한 바를 성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심도 함께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권력구조와 관련해 진행되는 대통령중임제나 분권형대통령제 논의는 의심은 제외된 채 희망만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개헌론은 대체로 여소야대 등 극심한 정당대립과 교착상태라는 문제, 그리고 대통령제가 ‘대통령중심제’나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시기적으로 1988년 제13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앞의 문제가 자주 논의됐으나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결부돼 뒤의 비판이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전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 중임의 대통령제가, 후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권형대통령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인다.

4년 중임제는 총선과 대선을 함께 실시해 여소야대 상황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장점이 있고 대통령 임기의 연속성을 보장해 중장기적 견지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가능하게 해준다고 평가돼 왔다. 한편 사실상 의회제로 운영되는 분권형대통령제는 행정권력을 대통령과 총리가 분점해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제기됐다. 그런데 권력구조 변경을 통해 이러한 목표가 반드시 희망대로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어 문제다.

우선 4년 중심의 대통령제가 도입돼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져도 여전히 존재하는 분절적 지역균열 구조로 다당제가 지속될 수 있으며 따라서 여소야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인다.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우리 정당의 생리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즉 국회 내 의석확보를 노리는 대선후보가 다수 등장해 일정 수준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고 할 경우 다당제와 여소야대가 등장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재선될 경우 8년을 기다려야 하는 야당의 발목잡기와 차기 대권주자의 무차별적 공격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편 분권형대통령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 사건·사고에 이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대통령의 운신폭이 제한되고 경우에 따라 조기 레임덕에 직면해야 하며 국회 인준을 통과할 수 있는 총리와 장관 인선에 골몰해야 하는 우리 상황에서 과연 대통령을 ‘제왕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가질 경우 권력분점이 효과적으로 달성될지 아니면 양자 간의 권력쟁투가 나타날지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정책정당화가 요원하고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탈당과 분당이 일상화된 우리 정당정치의 현실에서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안정성도 생각해봐아야 한다.

개헌은 개헌 필요성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하며 그때에라야 비로소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정당의 체질개선이 선행적으로 실행돼야 할 단계에 이런 문제는 도외시한 채 권력구조 개편 논의만 무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정치인 중심에서 정책 중심으로 정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과 정당의 자율성을 위해 명실상부한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공천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제도개혁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쳐놓고 권력구조 변경을 시도하는 것은 순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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