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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미투하면 안되나요?

직장인 남성 4명 중 1명꼴 피해경험 불구

"동성애자야?" "너도 좋았겠네" 등 2차피해 우려

여성보다 남성이 미투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어

남녀 대립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인식 바꿔야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사회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사진=서울경제DB




지난달 19일 남성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글에 따르면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는 남성 A씨와 동성 친구 B씨는 2014년 자취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 교수에게 강제추행 및 성행위를 강요당했답니다. 지난 5일에는 한 남학생이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 대나무숲’에 술에 취한 채 함께 노래방에 갔던 여학생이 막무가내로 키스를 퍼붓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글쓴이는 “그때 기억이 너무 끔찍하고 소름 돋지만, 그 어디에서도 꺼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남자거든요.”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미투 운동은 분명히 우리 사회를 위해 너무나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며 “이면에 가시 박힌 채 서 있을 남성들에게도 충분한 지지와 연대를 간곡히 요청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언론과 SNS를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미투에 동참한 뒤에야 남성 미투도 등장한 겁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남성은 25%에 달한다. 반면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 뿐이라는 사회 인식으로 남성이 미투에 동참하는 경우는 드물다./사진=이미지투데이


◇“남자가 성추행을 당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요?”

하지만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여성 미투에 비해 남성 미투 사례는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물론 사회구조를 감안하면 여성보다 남성 피해자가 훨씬 더 적은 것도 사실이지요.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 피해 건수는 여성이 2만6,116건인 반면 남성은 1,487건에 불과합니다. 10%도 안 됩니다.

다만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약간 다른 통계도 있습니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한 사람 가운데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7.9%였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48.1%가 성폭력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 반면 남성은 14%에 그쳤습니다. 1/3에 불과합니다.

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이 25%에 달합니다. 이들은 직장 상사에게 본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음담패설, 부부 및 연인관계에 대한 성적 질문, 성적인 관계 강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은폐될 확률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높은 셈이지요.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이를 알리는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은 약 3배인 48.1%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타인에게 알렸다./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 내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4명 중 1명꼴로 흔한데 왜 남성 미투는 찾아보기 힘들까요.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뿐이라는 사회적 통념 때문인데요. 5대 그룹 계열사인 A기업 사례입니다. 당시 부장이었던 여성 B는 회식 자리에서 남성 신입 사원 A의 가슴을 만지며 “운동 좀 했네? 너 거기도 잘 서냐?”고 성추행했답니다. 이후 사내 윤리경영실에 제보됐지만 돌아온 답은 “남자가 성추행을 당하는 게 말이나 돼?”였답니다.

전문가들은 미투를 성별 대립구도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보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남성 가해자 대 여성 피해자’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남성은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에게 말하기 더 쉽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2차 피해가 돌아오지요. 주변에서 성적 정체성을 의심하거나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게 되죠. 가령 이런 반응 말입니다. “너 혹시 동성애자야?”, “너도 좋았겠네!” “나도 여자가 들이대 줬으면 좋겠다” “유난 떨지 마라” “남자가 쪽팔리게”

전문가들은 성폭력이나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남성 미투가 드문 이유로 남성에게 내재화된 군대 문화와 경쟁 성향이 지목되기도 합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은 각종 조직 내 부조리에 눈 감고 지나가는 게 차라리 편하다고 인식한다”며 “이런 문화가 남성 미투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남성이 성폭력 피해자라고 고백하면 자신은 약자라고 인정하는 셈”이라며 “이는 곧 조직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투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남성 가해자 대 여성 피해자’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피해자 중심으로 논의를 옮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투의 본질은 권력관계에서 오는 힘의 불균형”이라며 “남녀 상관없이 피해자 모두를 보듬을 때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연구원은 “미투를 정책 차원에서 다룰 때 진정한 사회 변화가 가능하다”며 “여성가족부의 기능이 강조돼야 하는데 미투 관련 상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미투 피해자 보호 대책 및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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