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해양분쟁 시대…약자의 무기, 모두의 무기로

<29> 초음속 대함미사일 경쟁 불붙은 동아시아

음속 3~10배로 항공모함 전단 요격

해상 전력차 줄일수있는 '강한 한방'

러·中·대만 이어 日 연말 생산 예정

北도 이란서 기술 도입 개발 움직임

한국은 2020년까지 실전 배치 목표





본격적인 초음속 대함미사일 시대를 개척한 러시아 야혼트 미사일이 지난 1997년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공개될 당시 모습. 인도와 한국·대만의 미사일 개발에 강한 영향을 끼쳤다./사진=위키피디아


인도가 지난 2006년부터 생산한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 지상 발사형, 공중 발사형, 해상함정 및 잠수함 발사용 등 다양한 제품군이 개발됐다. 인도는 음속 7배인 브라모스-2 미사일을 개발해 초음속 대함미사일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베트남도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인도 해군이 수상함정에서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인도는 다양한 제품을 구성해 해외 판촉에 나서고 있으나 베트남만 도입을 확정했다.


대만이 약 20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 2015년부터 각종 함정에 탑재하기 시작한 슝펑-3 미사일. 러시아의 기술도 일부 도입해 외형이 야혼트와 닮았다.


일본이 이르면 올해부터 생산 배치할 ASM-3. 일본은 점점 강해지는 중국 함대를 견제하고 도서 지역 분쟁에 대비해 자국산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미국산 아음속 대함미사일을 섞어 배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의 바다에서 초음속 대함미사일 경쟁의 격랑이 일고 있다. 기존 운용국가인 러시아와 중국·대만에 이어 일본이 올해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 배치가 목표다. 군사기술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이 아직은 생산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어서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음속 대함미사일이 자웅을 겨루는 지역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이 번지듯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운용하는 나라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1순위 후보는 베트남. 인도가 지난 2006년 개발한 브라모스(BrahMos) 미사일을 도입해 중국 견제용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인도와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 중동과 걸프 해역에서 독자적 군사력 구축을 위해 방산 투자에 적극적인 이란도 음속을 넘는 대함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이란이 북한과 군사기술 부문에서 협력한 전례가 많다는 점에서 북한이 도입할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점화한 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과 배치 경쟁이 남중국해·인도양·페르시아해를 지나 다시금 극동으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관련 기술을 갖췄으되 개발을 미뤄온 미국과 유럽이 경쟁에 합류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전 세계가 초음속 대함미사일 경쟁이라는 열전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일본 ASM-3 양산 시작=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일본. 이르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2003년 사업에 착수한 이래 무려 15년 만이다. 긴 개발기간과 시험발사 15회를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뢰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F-16 전투기의 확대판 격인 일본 국산 F-2 전투기에 탑재될 ASM-3 미사일은 최대 사정거리가 100㎞ 수준으로 다소 짧은 편이나 최소한 음속 3배 이상의 속도와 정확성을 자랑한다.

일본은 짧은 사거리를 미국제 대함미사일 도입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아음속(亞音速·음속 이하)이지만 스텔스 기능과 1,000㎞에 달하는 사거리, 고도의 전자전 대응능력과 정확도, 파괴력을 지닌 미국의 최신 장거리대함미사일(LRASM·Long Range Anti-Ship Missile) 도입이 예정돼 있다. LRASM의 모태 격인 JASSM(Joint Air-to-Surface Standoff Missile·재즘)과 재즘-ER(사거리 연장형) 공대지 미사일도 들여올 계획이다. LRASM으로 일본의 도서에 접근하는 침공군의 함대를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근거리까지 침입한 함대에는 국산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ASM-3로 요격하며 상륙할 경우에는 재즘과 재즘-ER로 격멸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약자의 무기에서 모두의 무기로=일본의 ASM-3 개발과 배치로 다시금 확인된 명제가 있다.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상대적 약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소련이 1962년 음속 4배에 이르는 Kh-22(통상탄두 및 핵탄두 장착 가능) 대함미사일을 개발한 것도 막강한 미 해군의 해상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미국·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YJ(鷹擊·잉지)-83, YJ-12, YJ-18, CX-1 등 초음속 대함미사일과 초음속 대함순항미사일을 잇따라 선보였다.

중국은 특히 DF(東風·둥펑)-21, DF-26 같은 대함전략미사일(ASBM·Anti-Ship Ballistic Missile)을 1991년부터 운용해왔다. 음속 10배의 중거리탄도미사일로 일부는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 미사일들은 미국 항공모함 전단 격파용이다. 최신형은 탄착오차(CEP) 10m 이내까지 정확도를 높였다. 해상 함대전력으로는 미국과 맞설 수 없으니 극초음속과 핵폭탄급의 파괴력으로 전단 전체를 날려버리겠다는 발상이다. 중국과 도서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도입하는 것도, 대만이 슝펑(雄風)-3 미사일을 2006년부터 전력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력 차이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한방을 갖겠다는 의도다.

◇초음속 넘어 극초음속으로 진화=일본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로 무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항공모함과 자체 개발한 이지스함 등을 대거 배치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전처럼 해상자위대의 전력만으로는 중국 함대를 맞상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초음속 카운터펀치를 갖겠다는 속내가 담겼다. 군사적 측면에서 일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아음속이라도 정확한 타격을 선호해 보잉과 록히드마틴·레이시온 등이 제안하는 차기 대함미사일이 전부 아음속이지만 다른 계획도 없지 않다. 함대 방공 및 고고도 탄도탄 요격용인 SM-6 미사일(음속 3.5배)을 대함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대함 표적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은 당장 필요하면 전용이 가능하고 언제든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유럽도 최근 들어 여기에 눈을 돌렸다. 영국과 프랑스는 ‘페르세우스(Perseus·그리스 신화의 영웅)’라는 사거리 300㎞, 음속의 5배인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공동 개발해 2030년까지 하푼 또는 엑소세 대함미사일을 교체할 계획이다.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 러시아는 음속의 5~6배인 지르콘(Zircon) 대함미사일(최대 사거리 1,000㎞)의 속도를 음속 8배로 끌어올려 전력화에 들어갔다. 인도 역시 음속의 7배인 브라모스-Ⅱ(사거리 290㎞) 개발을 끝냈다. 일본이 배치할 ASM-3의 실제 속도가 음속의 3배가 아니라 5배라는 분석도 있다.

◇베일 속의 한국 초음속 대함미사일=우리도 개발을 거의 마친 상태다. 러시아 기술을 2000년에 받아들여 2015년께 사실상 개발이 완료됐지만 소형화 요구가 추가돼 지난해에 비로소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성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사거리 300㎞ 이상, 속도는 음속 3배, 직경 533㎜ 정도라는 점이 알려졌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가볍고 작아 다양한 탑재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개발 과정에서 고급 기술을 다수 확보하는 덤도 얻었다. 종합적인 성능이 북한 상대용 이상으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제는 신뢰성. 오랫동안 시험발사를 실시해온 일본과 대조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