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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으로 살펴본 브랜드 전략

안병민의 ‘경영 수다’

  • 안병민 대표
  • 2018-03-12 15:21:21
  • 기획·연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랜드를 관리하고 운영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크게 ‘통합 브랜드 전략’과 ‘개별 브랜드 전략’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김태호 PD가 이끄는 <무한도전>과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 가지 전략이 갖는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다.


예능으로 살펴본 브랜드 전략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기차와 달리기 시합을 한다든가, 황소와 줄다리기를 한다든가 하는 하찮기 짝이 없는 도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 없던 그 ‘무모한 도전’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며 무려 1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소간에 부침이야 있었지만 명실상부한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게 사실입니다. 김태호 PD가 이끄는 <무한도전>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쏟아낸 레전드 급 특집들이 수십 편입니다. 대표적인 게 ‘무한도전 가요제’나 ‘무한상사’, ‘못친소’와 ‘토토가’ 특집입니다. 레슬링과 조정, 스포츠댄스 등 스포츠를 통해 시청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냈던 감동의 작품들도 여러 편입니다. 기존에 없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우리나라 예능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무한도전입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고 거대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예능 명장 김태호 PD는 이 모든 것들을 무한도전이라는 메가브랜드로 엮어냈습니다. 마케팅으로 치자면 ‘통합 브랜드 전략’입니다.

반면 새롭게 떠오른 명장 나영석 PD의 전략은 또 다릅니다.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의 대표작은 <1박2일>이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품에 안겨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방송사 이적 후 연달아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이어졌고, 그 뒤를 <삼시세끼>, <신서유기>가 받쳤으며, <윤식당>에 이어 <강식당>, <알쓸신잡>까지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태풍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출연자를 몰아넣고 그 반응을 세상에 없는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게 그의 장기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시즌제로 진행된 그의 작품들은 그 각각이 독립적인 파워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역시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이른바 ‘개별 브랜드 전략’입니다.

마케팅에선 브랜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전략이 필요합니다. 거칠게 보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합니다. 먼저 ‘통합 브랜드 전략’입니다. 통합 브랜드 전략은 다양한 제품군에 하나의 브랜드를 활용하는 겁니다. 자동차 브랜드 BMW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BMW도 다른 자동차 회사들처럼 다양한 사양의 다양한 차종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그 차들의 브랜드는 모두 BMW입니다. 개별적인 모델들을 구분하는 건 숫자와 기호일 뿐, BMW라는 브랜드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같은 브랜드를 활용하니 마케팅 비용이 줄고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높아집니다. 통합 브랜드 전략의 장점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브랜드 전체 라인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BMW의 3시리즈 차종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BMW 전체 브랜드에 대한 고객 인식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개별 브랜드 전략’은 다양한 제품군에 각기 다른 브랜드를 붙여주는 전략입니다. 제품의 속성과 이미지에 맞춰 브랜드를 붙여주니 브랜드의 초점이 명확해집니다. 브랜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니 하나의 제품군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제품군으로 전이가 쉽게 되지 않습니다. 반면 개별 브랜드 하나하나를 다 키워주려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개별 브랜드 전략의 대표주자는 P&G입니다. P&G는 수많은 제품군을 생산, 운영하지만 브랜드는 모두 제 각각입니다. 타이드, 페브리즈, 다우니, 아이보리, 팬틴, 위스퍼, 질레트, 오랄비, 웰라, 올드 스파이스 같은 다양한 제품군에 각각의 브랜드 특성을 살린 개별 브랜드를 활용합니다. 심지어는 세계 건전지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듀라셀도 P&G의 브랜드입니다. 얼핏 보면 모두 다른 회사들에서 만든 제품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개별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원칙과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꽃청춘>이나 <삼시세끼>, <신서유기>, <알쓸신잡> 등은 개별 브랜드 전략의 성과를 오롯이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윤식당>을 원전으로 하여 만들어 낸 <강식당>은 개별 브랜드 간의 교차와 융합이라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도 증명해 냈습니다. <신서유기>에서 가지를 친 또 다른 스핀오프 프로그램 <위너의 꽃청춘> 특집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할배들이 주인공이 된 <알쓸신잡-연기하는 할배> 편이나 중년 여배우들이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림 같은 식당을 운영하는 <누나식당>도 없으란 법이 없습니다. 나영석 PD의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최근에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전략 비교에 관한 짧은 기사 하나를 보았습니다. 현대차는 차종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쌍용은 SUV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소형차 엑센트부터 대형 세단 EQ900까지 16개 승용차 모델을 만들어내는 현대차와 SUV에 특화해 단 6개 모델을 만들어내는 쌍용차. 어느 전략이 더 낫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각 사가 처한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당연히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하는 부분입니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각 사의 서로 다른 전략이자 선택일 뿐입니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선택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시즌제’라는 생각입니다. 시즌제 도입을 통해 다양한 상품 라인업이 가능했던 나영석 PD와 광고매출에 발이 묶여 매주 무한도전이란 단일상품으로 방송 시간대를 채울 수밖에 없는 김태호 PD의 브랜드 전략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기업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그런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고객의 머리 속에서 이미 폐기 처분된 고루한 브랜드를 신주단지 모시듯 가져가는 것도 문제이고, 늘 새로운 브랜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통합 브랜드가 무조건 정답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별 브랜드가 항상 정답인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관건은 통합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의 적절한 활용에 대한 전략적 시각입니다.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뿐만 아니라 고객과 시장의 인식, 자사와 경쟁사의 강·약점 등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입체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미래 시장에 대한 전망과 의지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고급 자동차 시장 진입을 위해 기존의 ‘현대’ 브랜드를 감추고 ‘제네시스’를 따로 런칭한 현대차 사례는 그래서 전략적입니다. 김태호 PD와 나영석 PD, 그들이 의도했건 안 했건 그들이 빚어내는 예능프로그램들을 통해 이렇게 또 브랜드 전략 개념을 다시금 짚어봅니다. 일상이 경영이고 삶이 마케팅입니다.




예능으로 살펴본 브랜드 전략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글_안병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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