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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근로 아웃사이더' 만드는 최저임금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일자리 이중구조 해소 없이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강행

비정규직 일할 권리만 박탈

산정기준 수정·세제 개편해

정의로운 노동시장 초점을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최저임금제도가 그렇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고 소득 격차가 크다면서 정부는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렸다. 그러나 고용은 물론 서민 물가도 불안해지자 정부는 최저임금제도 개선으로 부작용을 줄이려고 나섰다. 이제는 노동계가 반발한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지 30여년이 지났다.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저임금이었고 근로자들의 나이는 젊었으며 학력이 높지 않았고 실업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노동조합이라고 해봐야 힘쓰기 어렵고 비정규직이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대기업의 임금은 선진국 기업보다 높고 사용자는 물론 정부도 노동조합에 쩔쩔매며 청년은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저임금과 불평등 문제만 나오면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렸다. 특히 외환위기 후 그랬다. 최저임금은 지난 2000년대 이후 8% 이상 올라 물가상승률보다 3배 이상 빨랐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가 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제도의 맹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이다처럼 시원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문제는 오히려 악화했다. 최저임금 미만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2001년 4% 정도에서 2016년 14% 정도로 대폭 증가했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99%는 중소기업, 특히 30인 미만에 87%가 몰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벌어져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80% 정도에서 50% 정도로 떨어졌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비중은 3분의1 정도 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다.

최저임금제도로 근로빈곤과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비율을 높이고 비정규직으로 머무는 기간을 늘렸다. 독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에 효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자 OECD는 최저임금제도보다 기초생활보장 등의 사회보장제도나 일정 기준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세제가 효과적이라고 권고한다. 최저임금제도의 약효가 떨어진 이유는 노동시장이 고용보호가 강력한 인사이더와 그렇지 못한 아웃사이더 근로자로 나뉜 데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비정규직 등 아웃사이더를 늘리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제도가 대기업·정규직에 유리하고 노동조합이 변수가 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은 대기업(300인 이상)이 55%인 반면 중소기업(30인 미만)은 0.2%로 미미하고 고정상여금을 주는 비율도 각각 45%와 10%로 차이가 매우 크다.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만 포함하고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은 제외하며 기업 규모, 업종, 지역에 관계없이 일률 적용한다. 이러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다. 상여금과 수당은 많지만 기본급이 적은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조합 덕분에 애매모호한 수당이 최저임금 계산에서 빠져 고액 연봉자임에도 혜택을 본다.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작고 심하면 근로시간이 줄거나 일자리가 없어져 임금소득이 감소한다.



노동에도 정의가 살아나도록 최저임금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제도가 복잡해 저임금 근로자가 손해 보지 않도록 최저임금 산정 기준은 단순 명쾌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령은 물론 지역과 업종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최저임금 미만 사업체의 비율이 2016년 기준 농림어업은 46%인 데 비해 전기·가스는 1% 정도로 미미하고 지역 간 임금 수준도 지난해 기준 서울이 100이라면 제주도는 7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근로빈곤을 퇴치하려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제도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나 근로세제를 개편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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