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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청년 목돈 만들어주기'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한다는데...기업 가입률 0.7%

정부가 지난 15일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하나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목돈을 쥐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를 확대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34세 이하 청년 구직자는 물론 이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재직자들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릴 만큼 청년들의 관심이 커졌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청년 본인이 가입하고 싶어도 사업주가 가입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데,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 제도도 기업 가입률이 각각 0.7%, 0.3%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가도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1,000곳 중 7곳, 청년 재직자는 1,000곳 중 3곳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앞으로 가입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획기적으로 늘어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가입을 하더라도 5년 후 받을 목돈을 포기하고 결국 중소기업을 떠나는 근로자들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고 자산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7월 도입한 제도입니다. 청년이 2년 동안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3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1,300만원을 보조해 총 1,600만원으로 불려주는 방식입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3년간 3,000만원을 만들어주는 3년형을 추가 신설했습니다.

/자료=정부 관계부처.


새로 만들어지는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도 방식은 같습니다. 청년 본인이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보태줘 3년 후 3,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원 대상이 중소·중견기업 신규 취업자에서 ‘생애 최초 취업자’로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이직해서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자칫하면 이직을 유발해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와 배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여기서 ‘청년’이란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를 뜻합니다. 군필자라면 복무기간을 고려해 만 39세까지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대학교 재학생은 가입할 수 없지만 졸업예정자나 방송대·사이버대학 재학생은 가능합니다. 이 기준에 맞는 청년이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거나 할 의지가 있는 중소기업에 첫 입사하면 입사 후 3개월 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기업도 정부 지원금을 받습니다. 기업은 기존 2년형의 경우 청년 근로자 1명당 2년간 400만원, 신설되는 3년형은 3년간 600만원을 적립해야 하는데, 이 돈은 모두 고용보험기금에서 정부가 지원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제반 행정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보조금도 나옵니다. 이 보조금이 2년형은 300만원, 3년형은 450만원입니다. 결국 기업 몫에 얹어 보조금까지, 정부가 가입 청년 한 명당 기업에 주는 돈이 각각 700만원(2년형), 1,050만원(3년형)입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이렇게 기업은 가입해도 부담이 없고 오히려 정부 보조금을 더 받는데도 불구하고 가입률은 저조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올해 2월 말까지 가입 기업(누적 기준)은 2만6,000곳 가량 됩니다. 전체 중소기업 사업체 수(2015년 기준)가 360만곳임을 감안하면 0.7% 수준입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개최한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기간(2년)이 종료되면 목돈 수령 후 퇴사하려는 청년들이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책정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1,946억원)도 절반(1,077억원·55%)밖에 쓰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이를 80% 늘려 3,555억원의 예산을 책정해뒀는데, 이번에 3년형을 신설하면서 추경 편성을 통해 돈을 더 투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출처=내일채움공제 홈페이지(https://www.sbcplan.or.kr)




재직자용 내일채움공제는 사정이 더 안 좋습니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2014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재직 중인 근로자와 기업이 각각 1대 2이상의 비율로 돈을 적립한 뒤 5년 이상 장기 재직하면 만기 이자를 더한 적립금을 근로자에게 줍니다.

원래는 지원 대상 재직자의 제한이 없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34세 이하 청년 재직자를 위한 내일채움공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신규 채용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이미 중소기업에 취업해 다니고 있는 청년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새로 만든 청년재직자용 내일공제는 정부 직접 지원도 들어갑니다. 청년과 기업, 정부 분담비율을 1:2이상:1로 설정해 5년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줍니다. 예컨대 재직 청년이 월 12만원씩 5년을 적립(총 720만원)하면 정부도 720만원을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기업은 같은 기간 월 25만원씩 부담해 총 1,500만원을 내야 하는데,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달리 이는 오롯이 기업 부담입니다. 기업에 대한 정부 직접 지원은 없습니다. 법인세에 따라 적립금에 대해 세제혜택(35~63%)을 받을 수 있지만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그대로입니다.

이렇다 보니 내일채움공제는 기업 가입률이 더 낮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14년 8월 첫 시행 이후 지난 2월 말까지 가입 기업(누적 기준)은 1만800곳에 불과합니다. 0.3%의 가입률입니다. 기업에 비용이 발생하다보니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함께 가입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가입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청년과 기업이 함께 적립한다는 기본 골격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처럼 정부가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해지율입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내일채움공제의 신규가입 대비 해지율은 2014년 1.3%에서 2015년 10.1%, 2016년 32.1%로 3년 사이 3배로 뛰었습니다. 지난해도 9월 말 기준 이미 30.3%를 넘었습니다.

이는 목돈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떠나는 근로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해지 건수의 절반인 50.4%(2,684명)가 이직, 창업 등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직 때문이었습니다. 성과 공유에 적극적인데도 불구하고 인재를 잡아둘 만한 경쟁력은 부족한 중소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개최한 청년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에 가면 임금은 낮아도 더 나은게 있어야 할텐데, 야근도 더 많고 기업 문화도 안좋은 경우가 많아서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7 공공기관채용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권욱기자


이렇게 기존 청년내일채움공제와 내일채움공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만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공통적인 지적입니다. 역대급 청년 실업 위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가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지만, 한시적으로 돈을 쏟아붓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습니다. 청년에 쥐어주는 목돈을 늘린다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이 끝나는 3년 뒤 이직 절벽을 우려하는 기업의 고용을 촉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임금 뿐 아니라 기업 문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사회적 인정 등 다양한 가치에 따라 취업을 결정하는 청년들에게도 한시적인 정부 지원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보증수표가 되기 어렵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추가 상승 등 기업의 고용비용을 늘리는 정책은 장기적·구조적인 데 반해 일자리 지원책은 근로자 복지에 치우친 일시적 지원이 많다”며 “노동시장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업의 고용 의지 감퇴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중소기업의 자체적 경쟁력 강화, 합리적인 기업 문화 조성, 적극적인 성과 공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을 택하는 것만이 청년 실업을 문제를 푸는 길이라는 얘기입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현장과 구직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한시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채용의 구조를 바꾸고 인력 양성과 교육의 체계도 바꾸는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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