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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eport]"IT 아니면 지원 꿈도 못꿔"...제2 스타벅스·임블리 탄생 막혀

■韓 청년 소자본창업 현실은

유통·외식·서비스 분야 인큐베이팅 사실상 전무

아이디어 갖고 지원금 신청했지만 번번이 퇴짜

혁신·성장 가능성 보고 지원하는 시스템 갖춰야

스타벅스·임블리 등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소자본 창업 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왼쪽 사진은 스타벅스 매장, 오른쪽 사진은 여성의류 온라인쇼핑몰 임블리의 오프라인 매장. /사진제공=스타벅스·임블리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스타벅스는 미국 시애틀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 ‘쉐이크쉑’ 역시 뉴욕 공원 내 노점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사례는 있다. 추로스 전문업체 ‘스트릿츄러스’는 이태원 골목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경우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빙수 전문점 설빙, 지난해부터 속속 해외로 진출해 K패션과 K뷰티를 알리는 임블리·쓰리컨셉트 등의 국내 대표 온라인쇼핑몰들도 소자본으로 시작해 성공했다. 유통·외식·서비스 등 소자본 창업 분야에서도 혁신과 성공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제2의 스타벅스나 쉐이크쉑·임블리를 꿈꾸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은 냉혹했다. 대기업 공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신모(33)씨. 그는 지난 2016년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평소 예술작품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고객과 신인 아티스트나 무명 화가를 이어주는 플랫폼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 진행에 앞서 중소벤처기업부가 1억원을 지원하는 청년창업지원금을 받고 싶어 컨설팅 업체 세 곳을 방문했지만 “기술 기반이나 정보기술(IT) 신기술이 아니라면 선발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답변만 받았다.

지난해 대학가 인근에 1인 가구를 위한 소규모 식빵집을 연 박모(32)씨는 8개월 만에 매장을 정리했다. 그는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판매하는 식빵이나 묶음 빵, 롤케이크 등은 3~4인용 중심이라 1~2인 가구에 적절한 크기인 미니 식빵과 소포장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창업했다. 제품가는 1,900~2,900원 선으로 저렴하게 판매했지만 소위 ‘개업 효과’가 끝나고 입소문 타기에도 실패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줄기 시작했다. 그는 “창업에 앞서 수요 파악이나 제품 개발 등 외식·유통·서비스 분야에서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마련됐다면 실패 요인을 보다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창업 전 아이디어나 운영·홍보·마케팅 등 창업 후 전반에 걸쳐 평가나 자문을 구할 곳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소자본 창업의 현실이 이처럼 냉혹한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지원책 대부분이 IT·신기술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소자본 창업은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중소기업벤처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표 창업지원사업인 청년사관학교 1~7기 졸업생의 창업 분야를 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정보·통신, 전기·전자, 기계·재료 등에 국한됐다. 최근 7기에 와서야 식품 제조, 외식업체 선발이 소폭 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식품 분야 창업 선발업체는 유전자기술에 기반을 둔 식품연구 분야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다른 대표 지원사업인 청년전용창업자금은 분야를 불문하고 39세 이하 대표를 둔 사업체를 선발해 최대 1억원을 지원하지만 소자본 창업 업종이 이 지원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예비 청년창업자 사이에서는 불문율이다. 카페를 창업한 이모씨는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1차 서류전형의 경우 컨설팅 업체의 도움 없이는 통과하기 무척 어려운데 컨설팅 업체에서도 외식 분야는 IT와 어떻게든 엮이지 않으면 서류전형에서 통과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말해 지원금 신청은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때 요식업 창업을 꿈꿨던 권모씨는 “IT나 신기술이 아니면 지원금 1억원을 받을 확률이 없다는 게 정설이라 소상공인 업종 창업을 준비하는 지인들도 애초에 정부지원금을 받을 생각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창업 시장은 전 연령대를 불문하고 외식·판매·제조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하고 그 수가 많은데 이들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업체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소자본 창업에 대한 혁신 가능성을 보고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 청년창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창업은 매우 활발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사업자의 신설법인 수는 2008년 2,027개에서 2012년 3,510개, 2016년 6,062개로 늘었다. 30대의 경우 2008년 1만3,751개, 2012년 1만7,538개, 2016년 2만883개가 신설됐다. 이중 소자본 업종은 전체 청년창업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통신판매(3만7,059개) 창업이 가장 많았고 음식(1만7,752개)이 그 뒤를 이었다. 상품 중개(4,608개), 카페(4,587개), 의류 소매(4,430개), 간이음식(3,714개), 화물운송업(3,478개) 순이었다.

매해 청년 창업자의 수가 늘고 있는 만큼 IT·기술 기반뿐 아니라 유통·외식·서비스 분야에서도 혁신기업이 나올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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