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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 철강관세 면제]한숨 돌렸지만 美 더 큰 양보 요구 가능성.. 韓 압박 더 거세지나

車개방 확대·수출품 원산지 기준 강화 등 적극 요구 예상

"韓, 협상성과 빨리내려는 美 상대 받을건 받아야" 지적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무역정책과 관련해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만약 우리가 합의에 도달한다면 두 나라에 철강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난 8일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서 미국측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철강 관세 폭탄을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무역협상 전략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이 한국 철강에 대한 관세 폭탄을 일시 유예한 것도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자동차,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한국도 4월 말까지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일시적으로 면제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의 철강 관세 부과는 4월 말까지 잠정 유예됐다”고 발표했다. 관세부과가 시행되는 23일에 맞춰 김 본부장과 외교통상라인이 워싱턴에 총출동해 미국 정부를 설득한 결과 ‘전면 관세 부과 시행’이라는 최악의 조치는 막은 것이다.

미국 수출 중단 등을 고려하던 철강업계도 한숨을 돌렸다. 이미 반덤핑관세를 받고 있는 세아제강의 경우 25%의 관세가 떨어지면 450억원을 더 물어야 했고 동국제강도 추가 관세 부담으로 수출을 아예 접을 상황이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 높게는 40%대로 받은 반덤핑 관세에 25%가 더해지면 미국 강관 수출 가격은 두 배가량 치솟아 경쟁력을 잃는다. 강관 수출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반덤핑관세 속에서도 수출을 이어오던 업체들 모두 이번 결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철강 관세 일시 유예를 대가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쟁점인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무기 수입 등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캐나다·멕시코와 비슷한 상황인 우리도 조건부 면제 국가 범주에 들어간 것”이라며 “다만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 FTA 개정 제3차 협상이 끝났던 지난 16일 이후 양국 간 ‘원샷 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철강 관세 면제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 대미 무역흑자를 겨냥한 트럼프의 제1 과제가 자동차 분야의 무역 불균형 해소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얻은 경상수지 흑자(177억5,000만달러)에서 자동차 및 부품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억6,000만달러로 99.4%를 차지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2018년 무역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르면 다음달께 이어질 한미 FTA 제4차 협상 결과에서 한국 정부가 자동차 등에서 일부 민감한 쟁점을 양보해 성의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미국은 지금까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누차 피력해왔다”며 “지난 3차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었던 만큼 4차 협상에서 양국 간 협의의 윤곽이 잡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철강 관세와 한미 FTA를 연계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4월까지 관세를 유예한 조치를 빌미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결국 자동차 문제의 경우 해결을 안 하면 한미 FTA 개정 협상 자체가 안되는 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양보로만 볼 것은 아니다”며 “다만 FTA 이행문제나 원산지 검증 문제 등의 요구사항도 관철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한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언제든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 이름이 오를 수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면제 대상 국가에 이름을 올린 호주는 지난주 협상대상국으로 강등됐다가 이날 다시 면제 대상이 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과의 협의에 따라 한국도 지위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무역에서 ‘반중(反中) 전선’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경우 사드 보복 이후 잠잠해졌던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에 끼인 ‘넛크래커’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상훈·김우보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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