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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4/7]6개월새 여친 셋이 숨졌다...'그'는 연쇄살인마인가

■미스터리 '의정부 살인사건'

사실혼 관계였던 첫번째 여친

작년 6월 병원서 뇌출혈 사망

전문가 "상습적 구타 가능성"

두번째 여친은 7월께 실종후

포천 야산서 시신으로 발견

세번째 여성은 12월 직접 살해

모두 그가 관리한 유흥업소 직원





지난해 12월 최모(30)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처럼 지내던 유흥업소 직원 김모(23)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범행 발생 이틀 만에 최씨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하다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목숨을 건진 채 체포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최씨가 전에 사귄 여성 2명 역시 지난 6개월 사이 연이어 죽은 것으로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과연 연쇄살인마였을까.

최씨는 경기 의정부 일대에서 유흥주점에 여성 도우미를 공급하는 이른바 ‘보도방’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초 사실혼 관계였던 여자친구 A씨 역시 그가 평소 관리하던 여성 도우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6월 뜻밖의 죽음을 맞았다. 스스로 병원에 와 사흘간 입원했다가 뇌출혈로 숨진 것이다. 당시 A씨의 몸에서 구타 흔적 등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아 병사로 처리됐고 부검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A씨는 같은 해 12월 숨진 김씨와 동창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김씨는 함께 유흥 업계에 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김씨에게 ‘A씨는 어릴 때부터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아이’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홧김에 목을 졸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체포된 지 석 달가량 지난 뒤 반전은 또 한 번 발생했다. 두 여성이 사망한 지난해 6월과 12월 사이 최씨가 교제했던 또 다른 여성 B씨의 시신이 야산에서 발견된 것이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13일 포천의 한 야산에서 2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 결과 의정부 일대에서 최씨의 보도방에 소속돼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실종 신고된 B(21)씨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B씨의 가족은 “두 달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사라진 B씨의 행방은 수개월째 묘연했다. 올해 1월 최씨가 살인 혐의로 붙잡혀 검찰에 송치된 직후 의정부경찰서가 관련 소식을 접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최씨의 과거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은 지난해 여름 최씨가 B씨와 렌터카로 인천 등을 돌아다니다 잠적한 사실을 확인했다. 렌터카에 장착된 위성위치정보(GPS)를 조회한 결과 마지막 신호가 포천의 한 야산으로 확인됐다. 이후 경찰은 한 달 가까이 수십 명의 병력을 동원해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져 B씨 시신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B씨 살해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직전 2,000만원의 빚을 지고 채권자들로부터 빚 독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돈을 빌리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B씨 실종 신고 접수 시기가 지난해 9월이었던 만큼 신속한 수사로 최씨를 일찌감치 붙잡았다면 같은 해 12월 발생한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실종 신고된 사람 100명 가운데 99명은 정상적으로 귀환하기 때문에 단순히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고 대대적으로 병력을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더욱이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도 실종 신고 후 B씨를 봤다는 목격담이 종종 흘러나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현재 B씨의 죽음과 관련된 범행을 일체 부인하면서 접견조차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19일 B씨 사인이 ‘외력에 의한 타살 추정’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이 나온 만큼 경찰은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해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2명의 희생자가 드러나면서 A씨의 죽음 역시 최씨와 관련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7명의 부녀자를 살해하고 2009년 검거된 강호순 이후 지금까지 3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21일 A씨가 입원했던 서울의 한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등 재수사에 나섰다.

A씨 사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A씨가 단순 뇌졸중으로 죽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반면 평소 별다른 증세가 없던 20대 여성이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급사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와 A씨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훨씬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사망 후 최씨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게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인을 연이어 자행한 범죄자가 불과 한 달 전까지 만났던 여자에게만 구타 등을 전혀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상습적인 구타가 외상 흔적은 남기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뇌에 충격을 줘 뇌졸중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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